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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Apr 07. 2020

시, 우주, 시간

그 밖에 무엇이 중요하랴

오늘 오전은 한가하다. 느긋하다. 오랜만이다. 밀린 빨래를 돌려놓고 간단히 아침 운동을 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차 한 잔을 마신다. 술은 여전히 좋지만 이제는 차도 그만큼 좋다. '오늘은 무슨 글을 써볼까' 책과 메모장을 뒤적여 본다. 그러다 마음에 들어오는 글 세 토막. 


첫 번째는 천체물리학에 관한 책 내용을 간단히 정리한 나의 메모.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것도 점점 빠르게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뜨거운 한 점에서 태어났다는 빅뱅 우주론은 우주 배경 복사가 관측됨으로써 확인되었다. 

◦우주 배경 복사는 빅뱅 직후 최초의 빛이 탄생하며 퍼져나간 흔적이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질량(은하, 별, 행성, 소행성, 혜성, 성간 구름 등의 질량을 다 합친 값)이 우주 전체 질량의 약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나머지 95%는?

◦은하의 속도,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회전 속도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 팽창을 가속하는, 밀어내는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우주에는 암흑물질뿐 아니라 암흑에너지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까지 분석된 바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전 우주의 질량 가운데 암흑에너지의 비중은 69.2%, 암흑물질의 비중은 25.9%, 보통 물질의 비중은 4.9%이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의 '암흑(dark)'은 어둡거나 검다는 의미가 아니다. 관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 없다는 말이니까 굳이 따지자면 투명하다(invisible)는 이미지에 더 가깝지 않을까.


두 번째는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한 대목.


시간은 유일하지 않다. 궤적마다 다른 시간의 기간이 있고, 장소와 속도에 따라 각각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방향도 정해져 있지 않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세상의 기본 방정식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우리가 세부적인 것들은 간과하고 사물을 바라볼 때 나타나는 우발적인 양상일 뿐이다. 이 관점에서 우주의 과거는 신기하게도 '특별한' 상태에 있었다. '현재'라는 개념은 효력이 없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합리적으로 '현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의 간격(기간)을 결정하는 토대는 세상을 이루는 다른 실체들과 다른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역동적인 장 field의 한 양상이다. 이 역동적인 장은 도약하고 요동치며 상호 작용할 때만 구체화되며, 최소 크기 아래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천상병의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움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단 5%만 관측(인지)할 수 있다. 

시간은 유일하지 않고 현재, 과거,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은 소풍이다. 


우리는 놀면 된다. 그밖에 무엇이 중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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