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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May 01. 2020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나가길 원한다면......

시험성적이 아니라 자유시간을 살펴야

어떤 학교가 훌륭한 학교일? 시험 성적을 높여주는 학교? 아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계속 시험을 치르고 학생들의 학업 성과를 측정한다. 학부모도 그렇다. 자녀의 시험 성적을 높이기 위해 각종 사교육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부모가 적지 않다. 대학도 학생을 선발할 때 시험 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 만약 어떤 고등학교가 학생들로 하여금 시험에서 탁월한 성적을 받게 해서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많이 합격시킨다면, 그 학교는 매우 우수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어떤 학교가 얼마나 좋은지 알고 싶다면 학생들이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을 받거나 시험을 치거나 친구들과 장난치는 것 등등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정말로 어떤 것을 습득했다면, 그들은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해서 스스로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은 자극을 일상생활에서 쓸모 있게 실현시키다면, 그 자극이야말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만일 아이들이 자유 시간에 심심해하고 스스로 아무것도 시작할  모른다면,  학교는 아이들에게 지루하고 비생산적인 이라는 게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생각이다. 아이들이 자유 시간에 스스로 창조적인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한다면 그 학교의 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탐구하고 발견하고 싶거나 선생님이나 수업자료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계속 실험할 만큼 고무적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시간만 나면 게임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자녀 때문에 고민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시간만 나면 게임에 몰두하는 현상도 학교 교육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학교에서 아무런 창조적인 자극이나 영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유 시간만 주어지면 게임에 빠져 든다. 이런 청소년들은 둔감해지고 소통 능력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과 모험을 위한 여행을 떠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우려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자라는 도시와 아파트에서 나와 주변을 탐사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작은 방에 틀어박혀 스스로 갇혀 지내면서 수동적이고 주도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친구도 별로 없고 가족이 제공하는 것만을 받아들인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고립된 채 자라나는 것을 보고 경악합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완전히 비사교적인 어른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행복하게 살 수 없고, 외부로부터의 구원을 기대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술을 마시고 외국으로 여행을 하거나 위험한 놀이를 해서 그저 권태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입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스터 몰입과의 대화> 중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삶을 스스로 일궈나가도록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별적 특성을 제거하고 표준화된 인간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주어진 규칙 안에서 경쟁하고,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뿐이다. 아마도 그들은 좋은 소비자로 자라날 것이고 사회와 조직이 원하는 임무를 잘 수행하는 정형화된 노동자로 육성될 것이다. 경제인과 정치인은 이를 환영한다. 앞으로도 자신의 행복을 우선 생각하지 않고 삶의 주도권을 결코 내세우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만들어져서 그들을 쉽게 조작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나가길 원한다면, 시험 성적을 볼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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