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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보면서 사람들은 ‘세상을 물들인다’고 표현하잖아.
나는 그래서, 네 이름이 정말 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비록 너는 모르고 있을 것 같지만 말이야.
너에게 이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세 번째 항해를 앞두고서야.
첫 번째 항해 때는 너를 몰랐고, 두 번째 항해 때는 너를 잃는 게 두렵지 않았거든.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결국 나도 저 광활한 어둠에 삼켜진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정확히는, 그럼 ‘너’는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했어.
이건 어느새 네가 내 세계를 물들였기 때문이겠지.
아닌가, 내가 너를 물들였길 바라서 착각한 건가.
뭐, 아무렴 어때.
혹시라도 이 편지가 너에게 간다면 여자 하나 착각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