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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는 가벼웠다. 그러니 안에 든 내용물이 거창한 것은 아니리라 노을은 예상했다. 방에 들어와 뚜껑을 여니 커다란 상자 속에는 별 모양의 자수가 놓인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마냥 얇은 두께는 아니었지만, 읽으려 한다면 하루로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노을은 별 망설임 없이 표지를 넘겼다. 그리고 그 곳에서, 동그랗고 익숙한 글씨체를 마주했다.
노을에게.
뇌가 정지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사고 회로는 다시 빠르게 돌아갔다. 편지일까? 아니면 책의 앞장일까. 호기심에 책장을 넘기자, 그곳에는 빽빽하게 적힌 이슬의 글씨가 노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편지라고 하기에는 이 상자는 유품을 담는 용도이고, 아까의 말에 의하면 그를 이슬 또한 알고 있다 했으니 이는 유서에 가까웠다. 참 잔인도 하지. 읽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읽고 싶은 마음이 격렬하게 충돌한다. 그러나 노을은 자신이 이 글을 끝내 읽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노을을 보면서 사람들은 ‘세상을 물들인다’고 표현하잖아.
나는 그래서, 네 이름이 정말 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시작하는 문장에서 알 수밖에 없었다. 이건 일기도, 유서도 아닌 연서(戀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