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2

by Julia P


“유노을.”

“어.”

“죽기 전에 하루가 주어지면 너는 뭘 할거야?”


신체 강화 훈련 중인 이슬의 옆에서 소파에 몸을 뉘이고 책을 읽던 노을의 시선이 활자에서 떨어진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어 이슬의 기색을 살폈으나 농담인 듯 보이지는 않았다. 숨을 헉헉 몰아쉬며 빙글빙글 도는 장비를 멈춘 이슬이 고개를 돌려 노을의 눈동자를 마주보았다. 그제서야 노을의 주저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철학적으로?”

“사과나무 심는 거 말고.”

“...철학의 깊이가 얄팍하네.”

“몰라. 어쨌든 아니라는 뜻이야.”


이슬은 끈질겼다.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는 모습에 노을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언짢아 보이지만 실은 나름대로 진지한 대답을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슬은 그런 노을을 방해하지 않았다. 침묵은 어색함 없이 흘렀다.


“넌 뭐할 건데.”

“나?”


고개를 끄덕이는 노을에 이번에는 이슬의 눈썹이 일그러진다.


“뭐야, 왜 질문을 나한테 돌려.”

“같이 하게.”

“뭘?”

“마지막 날에, 그게 뭐든.”


이슬의 눈이 느리게 끔벅인다. 무표정한 얼굴은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노을은 지나치게 솔직한 말을 뱉어 버렸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한 말을 물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슬의 얼굴은 심각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입술 새로 흘러 나온 말은, 노을로서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우리의 마지막 날이 왜 같을 거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은 이유는 그 전제를 조금도 생각지 않은 자신 때문이었다. 몇 번인가 눈을 깜박이던 노을은 이슬의 말에 덧붙였다.


“아니, 내 마지막 날에 넌 뭐할 거냐는 질문인데.”

“아.”


그제서야 이슬의 얼굴이 풀어진다. 쌍커풀 진 눈이 둥글게 커지고, 이윽고 그녀가 노을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귓바퀴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노을은 그를 끝내 모른척했다.


“후, 훈련 하겠지.”


당황한 목소리에 노을은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다시금 옅은 빛의 눈동자가 손에 든 책을 향한다.


“그럼 난 책 읽겠네, 오늘처럼.”


힐끗 돌아본 이슬의 어깨가 축 처진다. 그러나 노을은 그런 이슬을 달래줘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


“...시시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더라면, 아마 달리 생각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