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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l 04. 2019

[Italia] Campania. chap 2

4-2 이탈리아 캄파니아 주 

Contorno[Campania] chap.2

3. Pompei -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과거 로마의 도시인, 아니 도시였던 폼페이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산은 대 폭발로 인구의 10분의 1인 2,000명의 목숨과 함께 도시를 앗아갔다. 1592년 수로공사 중에 유적이 발견되며 발굴을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약 3분의 2가 발굴되었다. 그 유명한 '연인 화석'과 '젖 먹이는 어미 화석' 등의 인간 화석들이 발굴된 장소이다. 영화 '폼페이 - 최후의 날'을 보면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거의 전무했던 시대, 화산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일은 가히 마법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주민들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온 악몽 같은 재해에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치며 옆집, 옆집 사태를 알리고 도망쳤을 것이며, 그중 운 좋게 도망친 사람들을 제외하곤 한 순간 엄청난 열기의 재와 가스들로 인해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찰나의 순간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죽어가는 연인, 도망칠 여력조차 없어 울고만 있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며 뜨거운 잿더미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어머니, 한 푼이라도 더 쥐고 도망치려다 그대로 잠들어버린 부자 고대 로마인들. 그들에겐 지옥 같았던 그 순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보자.


폼페이 유적으로 들어가는 입구 포트나 마리나(Portna Marina)

 폼페이 유적지에 들어서 티켓을 끊으면 가이드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책에서 보고 이미 루트를 정했기 때문에 가이드 설명은 생략하기로 했다.

 문을 넘어서면 첫 유적지인 포트나마리나(Portna Marina)가 보인다. '해변의 문'이라는 의미로 과거 폼페이는 해안에 형성된 마을이었지만 화산재로 인해 육지가 1.2km 정도 형성되어 지금은 육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마차가 다니는 길, 사람이 다니는 길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 폼페이는 깨나 번성한 도시였음을 알아챌 수 있다.

아폴로 신전과 포럼배스


 고대 로마시대의 신전의 상징적인 구조물인 신전 기둥이다.(좌) 건물 중 대부분이 화산 피해로 붕괴되어 현재는 기둥만 남아있다.

 폼페이 유적 중에서도 감명 깊었던 곳은 다름 아닌 '대중목욕탕'이다(중, 우). 고대 이탈리아에서는 대중목욕탕 문화가 크게 성행했었다. 가장 오른쪽 조각이 있는 곳은 목욕 중에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수납장의 역할을 했었다고 한다. 


원형 경기장과 경기장 뒷편의 풍경(좌) 원형 경기장 이전에 있는 소극장(우)

 이탈리아에서는 특히 원형의 경기장을 많이 찾아볼 수가 있는데, 과거 로마시대 사람들의 문화생활을 엿볼 수 있다.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기고 야외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을 보고 와인을 마신다. 고대 폼페이는 부자 로마인들이 즐겨 찾았던 휴양지였다고 하는데 그에 따른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있다. 또 폼페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나 '성'에 대해 개방적이었는데 유적 곳곳에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벽화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우린 여행 동안 방문한 지역의 엽서를 꼭 사갔는데 폼페이 대부분의 엽서에는 그 벽화가 그려져 있어 선물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구석이 있다.

Pompei


4. Sorrento, Positano - 세계 최고의 달리기 코스

불길한 느낌의 기차...

 나폴리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소렌토로 이동한다. 소렌토와 아말피, 포지타노를 둘러보는 일정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역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터라 조금 피곤했으니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쉬엄쉬엄 가고자 이어폰을 귀에 꼽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정확히 한 정거장을 지나고 다음 정거장에 섰을 때 옆에 앉아있던 구자경이 어떤 사람과 실랑이를 하기 시작했다. 난 당연히 "또 어떤 이탈리아 아저씨가 귀엽다고 끌어안으려고 하나 보네 허허허"라며 옅은 미소로 쳐다보는데 순간... 또 달리기의 서막이 열리려고 하나보다...


5. Napoli - 전력질주

사악한 녀석들이 득실대는 곳

 기차 맨 뒷칸 맨 뒷문 옆, 나는 창가 쪽 친구는 복도 쪽에 앉아서 가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다리에 돌돌 말아서 앉아 있었고 친구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페이스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딱 두정거장 지났을 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소매치기가 자경이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낚아채려는 것이었다. 물론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겠지만 손가락 네 개의 힘으로는 역부족. 결국 소매치기 녀석은 핸드폰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 차내 승객들이 문을 막아줘 우리 둘 다 쫒아 나갈 수 있었는데 이 나쁜 놈이 갑자기 철로로 뛰어들어버렸다. 소매치기는 달리는 직업이다. 우린 뚱뚱한 몸에 단화를 신고 있으니 아무리 쫒아가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철로에 있는 돌멩이들을 집어던지고 온갖 쌍욕을 하며 소리쳤지만... 너무 빠르다. 달리는 도중에 구자경 이 녀석은 넘어지기까지 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다 됐다. 결국 약 10분간 추격.. 포기해버렸다. 

 일단 다리에서 뛰어내려 마을로 향했다. 칼이든 뭐든 호신용 무기를 사고 무조건 찾아내자고... 물론 찾아내지는 못했다. 설령 찾아냈더라도 더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을 것이다. 볼로냐에서 소매치기를 당하고 "이제 남은 건 핸드폰뿐이다!!! 어디 가져가 봐!!"라며 큰소리쳤는데... 일어났다... 실제로 일어났다.... 말했던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 


6. Napoli - 휴식시간

 사실상 이미 이탈리아에 대한 정이 떨어지려는 참이라 더 이상의 여행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항공권을 변경, 1주일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칠리아로 가는 비행기야 5만 원 안팎이니 버리는 셈 치고, 숙소는 전부 현금으로 결제를 했었기 때문에 취소를 한다 해도 실이 되는 부분은 없었다. 15일 정도 남은 여행비용을 1주일 만에 쓰려니 돈이 불어난 기분이었다. 남은 기간 동안 마음껏 먹고 놀자!!


드디어 실성해버렸다.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이것저것 사고 도착하니 오후 1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술도 왕창 마시고 싶었고 삼겹살도 먹고 싶었다. 보드카 한 병과 고기, 맘고생 많이 한 녀석에게 이 정도는 충분하지도 않을 거야... 

 대낮부터 술에 취해있으니 호스트가 나와 말을 건다.

"무슨 일 있어?"

"응, 나 볼로냐에서 소매치기당했다고 했잖아. 오늘 또 당했어 이제 남은 게 없어"

그래... 푹 쉬어...

3일 뒤 로마로 가는 기차표를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7. Napoli - 갑자기 부자가 되어버렸다!

 

Pizzeria da Michele

 마음을 다잡고 맛집을 찾으러 나갔다. Pizzeria Brandi보다 더 대중적이고 유명한 핏제리아가 두 개 있다. 핏제리아 디 마테오(pizzeria di matteo)와 우리가 다녀온 핏제리아 다 미켈레(pizzeria da Michele) 두 식당 모두 평가가 좋으니 시간이 되면 둘 다 방문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내가 굳이 '시간이 되면'이라고 이야기 한 이유는 최소 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이다. 포장 구매 후 가게 앞에 먹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가게 안은 말할 것도 없다.. 순번을 받고 약 3시간 정도 기다리니 직원이 번호를 불러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담배를 피우며 피자를 서빙하는 종업원이 시키는 대로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과 테이블에 촘촘히 들어앉았다. 마르게리따와 마리나라(Marinara)를 시키니 30초도 안되어서 음식이 나왔다. 아마 당연히 이 두 가지를 주문할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만들어 두나보다. 마리나라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핏자와달리 치즈가 없다. 토마토소스에 마늘과 오레가노를 뿌린 간단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핏자이다. 마리나라라는 말은 토마토+마늘+오레가노의 조합을 일컫는 말로 마르게리따와 함께 쉐프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며 확실한 척도가 된다.

Giri di Pasta

 Giri di Pasta는 나폴리에선 깨나 유명한 길거리 음식을 정형화시킨 가게인데, 사실 우연히 지나치다가 사람들이 많길래 들어가 본 가게였다. 다른 메뉴가 있었을 텐데 우리가 먹은 건 '까르보나라'였다. 치즈와 달걀 그리고*구안찰레(Guanciale)가 들어가는 게 기본이지만 아마 이 집은 *빤체타(Pancetta)를 썼던 것 같다. 파스타를 질척하게 만들어 모양을 잡고 튀긴 것, 까르보나라에 들어간 달걀이 튀기는 과정으로 인해 익어 고소함을 더해준다. 튀긴 것은 웬만하면 다 맛있으니 출출할 때 하나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자동차에 넣는 휘발유처럼 기름진 파스타가 에너지를 북돋아준다.


*구안찰레(Guanciale) - 돼지의 볼이나 목살을 염장, 건조시킨 이탈리아의 햄. 정통 까르보나라에 사용된다.

*빤체타(Pancetta) - 돼지고기 삼겹살을 염장, 건조시킨 이탈리의 햄.


Antica Pizza Fritta da Zia Esterina Sorbillo

 Pizza Fritta, 가게 앞에 단 두 개 있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서서 다 같이 맥주와 함께 먹는 녀석이다. 이태리어로 Fritta는 명사 뒤에 수식되어 '튀긴 명사'로 해석되는데 말 그대로 '튀긴 핏자'이다. 우리가 주문한 건 리코타 치즈와 베이컨 정도가 들어간 것이었는데 굉장히 뜨거우니 호떡처럼 호호 불어 입천장을 보호하자. 상당히 맛있으니 꼭 맥주와 함께 즐기길 바란다. 입구에서 음식을 기다리면 모니터를 통해 주방의 실시간 상황을 볼 수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직접 요리를 하는 쉐프들이 보인다. 이곳 헤드쉐프가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는 누군지 잘 몰라서... 그냥 그렇구나 했다.

Fritura

 비교적 빈민가인 스파카나폴리(Spacca Napoli)를 거닐다 보면 해산물 튀기는 냄새가 이곳저곳 진동한다. 유난히 튀긴 요리가 많은 나폴리는 당연히 지역에서 많이 나는 해산물도 튀기는데 지금까지도 나폴리의 대표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특징은 튀김에 소금과 레몬을 쳐서 먹는다는 점이다. 

+합정역 근처에 스파카나폴리라는 유명한 핏제리아가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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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의 상징 고추와 마늘

 나폴리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예로부터 풍부했던 식재료인 고추와 마늘을 걸어놓은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나폴리 음식은 약간 매콤하고 마늘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라 한국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거리 천국이 될 것이다.


성당

 어딜 가나 있는 성당이 여기저기 있다. 예쁘다. 집에 가고 싶다. 로마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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