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strip Jul 04. 2019

[Italia] Lazio

5. 이탈리아 라지오 주

Dolce [Lazio] + Vaticanæ

1. Roma - 서울로 가는 길목

  

기차에서 만난 녀석

 원래라면 시칠리아섬에서 각종 해산물 요리를 즐기고 있었을 테지만 끈기가 부족했던 우리는 급작스럽게 로마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두 시간이 조금 안 걸리는 거리에 펼쳐지는 이탈리아스러운 풍경과 강아지는 핸드폰을 내려두고 잠시 감상에 빠지는 시간을 갖게 해 줬다. 저 귀여운 녀석은 멀뚱멀뚱 쳐다보는 표정이 매력적이었다.

Colosseo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이제는 여유가 별로 없어 간단히 짐만 챙기고 나왔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구자경이 놈은 짐이 하나도 없다. 사실 이탈리아에 전부 기부한 격이니 가방이고 핸드폰이고 다 두고 전에 내가 줬던 카드 한 장만 달랑 들고 나왔다. '멈추면 비로소 보일 것이다'라는 혜민스님의 말씀처럼 짐 없이 가벼운 마음... 아니 무거운 마음과 가벼운 몸으로 여행을 떠나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모든 걸 잃은 자의 모습치곤 지나치게 밝은 것 같다... 이런 부분은 친구로서 존경한다. Respect...

 콜로세오 앞 광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구 뛰어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소매치기'와 '소매치기당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공안(公安)들이 항시 대기 중이라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광경이 되었다. 우리는 '이참에 우리도 소매치기해볼까?'라 농담 따먹기를 하며 유적지를 구경했다.

Pantheon

 게임이나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는 '판테온'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라는 의미의 판테이온(Πάνθειον)에서 유래된 것이다. 종교가 없는 나도 그 웅장함에 매료되어 침묵하게 되었는데 신전 정중앙 천장으로 들어오던 빛줄기는 없던 신앙심마저 들게 만들었다.


2. Vaticanæ - 9억의 신자를 다스리는 가장 작은 나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이다. 로마 한가운데에 떡하니 있는 내륙 국가로 인구는 900명이 조금 넘는다.

Vaticanæ

 걸어서 나라 간 이동을 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교황이 거주하는 상징적인 국가인데 교황이 직접 국사의 모든 권력을 행사하므로 전제군주제이 현존하는 유일한 비세습 선거전제군주제이다.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 '나무 위키'에서 말을 빌려왔다. 우리나라 상계2동 정도의 크기라니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가늠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 이탈리아에는 바티칸 시국 이외에 에밀리아 로마냐주와 마르케주에 둘러싸인 산마리노 공화국(Repubblica di San Marino)이라는 작은 나라도 존재한다. 서울의 10분의 1 크기의 작은 영토에 약 3만 3천 명이 사는 작은 나라이지만 바티칸시국이나 모나코에 비해 더 크다.

 바티칸시국 여행시에는 짧은 바지나 민소매는 입장이 거부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3. Roma - 다시 로마로, 마지막 날

Fontana di Trevi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분수인 트레비 분수다. 사실 조각들과 건물이 조화롭지 않아 생각보다 큰 감동은 없었는데 건물과 분수의 건축시기와 순서가 달랐던 것이 이유였다. 이 분수에는 누구나 아는 전설이 있다. 동전을 쥐고 뒤로 돌아 어깨너머로 던져 바다의 신 넵튠 쪽 상단 분수에 들어가면

첫 번째 동전= 로마에 다시 돌아온다.

두 번째 동전= 사랑하는 사람과 로마에 돌아온다.

세 번째 동전= 싫어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있다.

라는 것이 그 전설이다.

 매년 이 곳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1유로짜리 동전을 던지고 가지만 막상 가보면 동전 하나 없이 깨끗하다. 2016년 한 해에만 이 분수에 던져진 동전은 한화로 약 19억 원에 상당한다. 정부가 이 동전을 수거해 가톨릭 교회에 기부를 했었으나 교회는 국제 에이즈협회나 각종 불우이웃 돕기에 이 금액을 기부했다고 한다. 현재는 정부가 문화재 유지, 복구에 사용하겠다며 정책을 내놓았다. 교회와 정부는 대립 끝에 오는 2019년 4월부터 이 방침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Castel Sant'Angelo

  Castel Sant'Angelo이다. 한국말로 하면 '성 천사 성'인데 거꾸로 하면 '성 사천성'이 된다.

 이는 139년에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묘지로 지어졌 아렐리우스 황제가 요새로 개조하여 사용하던 중 흑사병이 유행, 그레고리우스 1세 교황이 성 미카엘 천사의 환상을 보고 흑사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로 인해 천사의 성으로 불리고 있다.



 마지막 밤이니 만큼 야경도 보고, 이탈리아 거리 풍경도 조금 더 간직하고, 맥주 한잔 음식 하나 더 먹어보며 마지막까지 더 기억에 담아보려 노력했다. 내일 아침 비행기라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하니 일찍 잠에 청했다.

 새벽에 일어나니 예전에 같이 케이터링 작업을 했던 대표님에게 연락이 와있다.

"한국 언제 오니 3일 뒤에 요리 방송 촬영할 게 있는데 게스트로 나와줄 수 있어?"

물론입니다. 생각지도 못 했던 기회가 생겼다. 원래대로라면 여행 중이겠지만 일찍 돌아가는 바람에 촬영 일정이 가능해졌다.

"네, 한국에 도착하고 하루 뒤니까 가능해요. 방송에서 쓸 재료 좀 사갈게요"

 공항에서 분주히 이탈리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사 가방 한 구석에 그동안 사 왔던 재료 칸에 담아 간다.


4. Roma - 마지막 관문

 

로마의 한 공항

 로마의 한 공항이다. 열차를 타고 도착해 아침을 간단히 빠니니로 때우고 게이트로 향했다. 저 게이트만 넘어가면 한국으로 가는구나, 시원 섭섭하지만 거짓말은 안친다. 한국에 많이 가고 싶었다. 이때가 생처음으로 한 달 이상 외국에 나갔던 여행이었으니 집이 그립기도 그리웠을 것이다. 소주를 마시러 가야겠다.

 게이트를 통과하는데 구자경이 붙잡혔다..... 아니... 왜 또.....

 여권을 잃어버려 새로 발급받게 되면 잃어버린 지역에서 폴리스 리포트를 발급받아야 출국할 수 있단다... 그때 도움을 줬던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일단 경찰서 가서 폴리스 리포트 발급받으셔야 해요!'

다시 볼로냐로 향해야 한다..... 비행기는 날렸다.....

라고 생각 들며 한참을 애원하니 15분쯤 지나서 제법 높은 계급의 직원분이 오셔서 상황을 들어보시더니

"음...... 그냥 가"라며 보내줬다.

'그냥... 가....' 감사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다시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지구의 자전 반대 방향으로 이동을 하니 비행 내내 해가 떠있는 재미난 경험을 했다. 아마 남극의 백야현상이 이런 느낌이겠지...














Epilogue. Seoul - 서울

 로마에서 한국으로 오기 전날에 받은 연락으로 급하게 방송 준비를 했다. 메뉴를 짜고 이발을 한 뒤 깔끔한 모습으로 촬영장으로 들어섰다.

강남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

 가져온 재료들과 근처 마트에서 구매한 채소들을 스튜디오 냉장고에 넣어두고 준비를 시작했다. 난생처음 카메라 앞에 서보는 탓에 정말 못 봐줄 연기를 구사했지만 뭐 요리 자체는 나름대로 괜찮았었다. 레스토랑에서 했던 요리들과 이탈리아 여행 중에 감명받은 것들을 요리했다.

 혼자 한 모금씩 마시려 샀던 *그라빠(Grapa)를 꺼내고 세 종류의 *브루스게타(Bruschetta)와 피렌체 스테이크(Bistecca alla Fiorentina), 마지막으로 레스토랑에서 했던 라구 소스에 볼로냐에서 먹었던 라자냐를 기억해내 조금 변형시켜 파스타를 만들었다. 사람들과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와 함께 음식을 비우고 기타를 치며 비로소 이탈리아 여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시작과 끝이 딱 알맞게 끝난 여행이다.

+예정된 촬영은 2회분이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는 다음 회차까지 준비했었지만,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프로그램은 무산되었다.. 10회까지 촬영하고 방영하기로 되어있던 프로그램이라 이런 경우는 흔하다고 한다.


*그라빠(Grapa) -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의 껍데기를 발효, 증류하여 만든 술로 도수는 30~60도로 강하다.

*브루스게타(Bruschetta) - 빵조각(보통 치아바타)위에 여러가지 재료를 올려 먹는 전채요리


한 달간 이탈리아 여행 끝!

작가의 이전글 [Italia] Campania. chap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