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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l 03. 2019

[Italia] Campania. chap 1

4-1 이탈리아 캄파니아 주

Contorno[Camania] chap.1

 피렌체에서 마지막으로 PC방에 들려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섬인 시칠리아로 가는 비행기표를 출력한 뒤 나폴리로 향했다.

 

1. Napoli - 문명의 견고한 구조 앞에 감탄하는 나그네들 

오랜만에 본 에스컬레이터와 지하철

세계 3대 미항이라 하면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우 네 자네이루 그리고 우리가 방금 막 도착한 이탈리아의 나폴리가 있다. 지금까지 여행한 도시들은 역사적으로 번성한 도시라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나폴리는 비교적 현대적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차를 타고 캄파니아 주로 입성해 나폴리에 다다르니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과 매끄럽게 포장된 도로들이 눈에 띈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한국에서 20년을 넘게 살고 매일 봐왔던 풍경인데 3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금세 적응해버린 걸까. 이렇게 말하면 약간 거만할 수 있으니 그저 반가웠다고 표현해야겠다.






나폴리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아침마다 무료로 제공해주는 누텔라 잼 때문에 하루가 즐거웠던 숙소다.

 이번에 예약한 숙소는 4인 1실로 비교적 덜 불편한 게스트하우스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만난 이탈리아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먼저 말을 걸어준다.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답하니 '세울 세울!!'이라 답해줬다. 처음엔 "뭐지... 감탄사인가..." 고민했지만 이내 이탈리아어에는 'ㅓ'발음이 없어 '서울'이라 발음을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이름은 아마 이탈리아 사람들에겐 가장 발음하기 힘든 이름일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분 좋아 보이는 인상의 직원이 굉장히 친근하게 반겨줬다.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친근함'이란 우리나라에서의 '예의'정도로 기본적인 문화적 요소인 것 같다. 길을 가다 덩치 큰 아저씨들은 자경이에게 귀엽다며 갑자기 뽀뽀를 하고 갈 정도니 말이다. 체크인을 하고 호스트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푸념하듯 털어내고 우리의 나폴리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친근한 이 녀석은 날씨까지 고려해가며 우리 일정을 손봐준 덕분에 비 오는 날을 피해 근교로 나가곤 했다. 

 +잘 보면 숙소에 기타가 있는데 중국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숙소를 선택한 큰 이유가 되었다.

 

Pizzeria Brandi

 짐을 풀고 우선 식사를 하러 나갔다. 이태리어로 마르게리따(Margherita)라고 하는 이 핏자는 '이탈리아 핏자' 또는 '나폴리 핏자'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 음식이다. 1889년 마르게리따 여왕이 나폴리에 방문했는데 당시 최고의 요리사였던 돈 라파엘 에스폰트가 토마토, 치즈, 바질을 이용해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한 핏자를 선보였다. 여왕은 이에 크게 감동해 이 핏자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딴 '마르게리따'라 명하게 되었다.

 당시에 여왕이 방문한 가게가 바로 이 Pizzeria Brandi인데 1780년에 오픈해 현재까지 무려 240년이나 운영한 실로 엄청난 역사의 식당이다. 가격은 2017년 기준 약 11유로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가게에 비하면 거의 2~3배가 비싼 가격이지만 역사적인 가치로 봤을 땐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맛이 정말 엄청나다. 복잡한 수식어가 필요 없이 순수한 단어로만 표현 가능한 녀석이다. 새콤하고 짭쪼롭한 토마토가 적절히 그을린 도우와 만나 촉촉하게 적셔주고 가끔 씹히는 바질은 입안을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어준다.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나폴리 핏자, 국제 나폴리 핏자 기구에서 지정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반드시 장작 화덕에서 구워야 한다.

2. 화덕의 온도는 섭씨 485도가 넘어야 한다.

3. 둥근 모양의 지름은 35cm 이하로 한다.

4. 반드시 손으로 반죽한 도우를 사용한다.

5. 반죽의 가장자리는 2cm 이하로 한다.

6. 반죽의 중앙은 0.5cm 이하로 한다.

7.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쉽게 접을 수 있어야 한다.

8. 재료는 이탈리아 산지품을 기준으로 한다.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 핏자들만 인증마크를 부여, 품질과 조건을 유지한다. 

나는 이 역사적인 가게에서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다 실수로 액자를 떨어뜨렸다. 다행히도 깨지진 않았지만 그걸 부숴버렸더라면 변상을 해줌과 동시에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을 것이다.


Piazza del Plebiscito(좌) Castel Nuovo(우)

 우리가 여행하던 당시에 한국에서는 '포켓몬 고' 늦바람이 불어 한창 시끌시끌했었다. 우리도 한국에선 구할 수 없는 포켓몬을 찾으러 피렌체에서 급하게 시작했는데.... 중독되어버려 사실상 나폴리부터는 포켓몬을 찾으러 떠난 여행에 더 가깝다. 명소마다 대단한 포켓몬을 지닌 관장들이 체육관을 차려 우리 같은 초보자 포켓몬 트레이너의 소중한 녀석들을 혼내주고 있으니, 더 많은 곳을 가고 싶은 마음은 이제 순수한 탐험이 아닌 목적지향적이 되었다. 

 피카츄가 나타났던 플레비시토 광장을 기점으로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을 거쳐 카스텔 누오보로 향했다. 과거에 나폴리 왕국의 수도를 팔레르모에서 나폴리로 천도하며 새롭게 지은 이 성은 이름 그 자체로 새로운 성(New Castle/ Castel Nuovo)이다. 

베수비오 화산이 보이는 나폴리 항구
Castel dell'ovo

 나폴리 항구를 쭉 따라 걸어가다 보면 그 아름다운 풍경과 동화되어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모두를 지나쳐 끝 자락으로 향하면 달걀성이 나타난다. 사실 생긴 건 달걀 모양이 아닌데 착공 당시에 시인이자 마법사였던 비르질리오가 성 기반에 달걀이 담긴 항아리를 두곤 '이 달걀이 깨지면 나폴리가 망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기록 때문에 달걀성(Castel dell'ovo)라 불리게 되었다.  

 이 성의 체육관 관장 녀석은 '썬더'라는 포켓몬을 갖고 있었는데 너무나 강력해 나의 귀여운 '야도란'이 한 방에 나가떨어졌었다. 플레비시토에서 나타난 여러 포켓몬들을 잡으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바람에 조금 지쳐 조금만 둘러보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2. Capri - 아나까프리!!!

카프리섬의 항구

 나폴리에서 페리를 타고 방문한 카프리섬이다. 겨울이라 사람들이 많이 없어 내가 알고 있던 카프리의 푸르고 평화로운 분위기완 달리 조금 조용한 분위기의 섬으로 기억된다. 섬의 동쪽과 중앙은 카프리에 속하며 서쪽은 아나카프리에 속한다. 섬 전체가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암괴석이 많고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푸른 동굴'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학교 때 각자 '붕붕이'와 '꾸꾸'라는 이름의 스쿠터를 몰고 다녔었다.

 카프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스쿠터(이하 붕붕이)를 렌트했다. 약 2시간 반에 50유로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어차피 교통편이 불편하니 바로 빌려버렸다. 붕붕이로 여기저기 둘러보고 반납 한 뒤에 가장 좋았던 곳을 버스로 다녀올 계획이다. 겨울 날씨라 무릎이 시리고 입이 바싹바싹 말랐지만 견딜만한 추위니 상관없이 계속 달렸다. 첫 번째는 버스로 가면 좀 귀찮아질 것 같은 아나카프리로 먼저 향했다. 


닭은 언제나 옳다. 한 마리를 둘이 나눠서 먹은 건 치킨에게 미안할 일이 분명하다.

 아나카프리로 들어서니 정육점이 하나 보인다. 구경이나 할 겸 들어가니 옛날에 트럭에서 판매하던 통닭을 판매하고 있었다. 당연히 주저 없이 한 마리를 구매하고 맥주도 한 병 쥐고 나왔다. 문제는 렌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에 바로 먹고 이동해야 하는 것이었다. 가게 앞에 있는 전봇대 디딤돌(?) 같은 곳에 앉아 바로 포장을 벗겨 손으로 마구 뜯어먹기 시작했다. 섬의 지형적 특성상 경사가 심해 피사의 사탑처럼 반쯤 기울어져 맥주를 마시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맞지... 이상한 거 맞지만 이런 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아나카프리!!! 전에 최현석 셰프가 이탈리아에서 외쳐댔던 '프리잔떼(Frizzante)'와 '아우티스타(Autista)'같은 격이다. 스파클링 와인 또는 탄산수라는 의미와 운전기사라는 의미인데 사실 아무런 의미 없이 내뱉고 보는 감탄사 같은 것이다. 우리도 아나카프리(Anacapri)라는 지역이 뭔가 구호처럼 들려 붕붕이를 타고 섬을 도는 내내 계속해서 '아나카프리!!!'라며 소리치곤 했다.






운행하지 않는 케이블카와 붉은 동굴

 알고는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이플카 탑승 지점을 찾아가 봤다. 강풍으로 인한 운행 중단.... 

푸른 동굴행 배를 타는 곳으로 가봤다. 강풍으로 인한 운행 중단.... 

푸른 동굴은 정말 꼭 직접 가보고 싶었던 터라 아쉬움이 굉장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카프리의 붉은색 동굴을 봤으니 만족하고 물러선다.


카프리섬의 정상

 카프리섬에는 대표적으로 이용하는 교통이 버스와 트램같이 생긴 푸니쿨라가 있다. 

 붕붕이를 반납한 뒤 버스를 타고 섬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역시나 구석구석 골목골목 쏘다니며 아저씨 아줌마들을 만나고 걸어서 선착장까지 가기로 한다. 섬이 가파르기 때문에 계단들 역시도 가파르고 도로를 그냥 건너야 하며 양갈래 길이 많이 나타나 길을 잃기 십상이다. 30분 정도 계단으로 섬을 내려가니 '길 잃을 수도 있겠는데 조심해야겠다...'라며 조금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헤매던 중국인 가족분들을 만나 서로 도와주며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관광지이지만 약간은 탐험 같은 이 루트는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겨울에 방문하게 된다면 할 게 없으니 꼭 걸어서 내려와 보기를 추천한다!

(더욱 추천하는 건 당연히 여름에 방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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