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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l 30. 2019

[Việt Nam] Quần đảo Cát Bà

2. 베트남 깟바 섬




하노이-> 하이퐁(버스 4시간)->깟바섬(배 20분)






1. Hai phong - 다시는 한국인의 정보력을 무시하지 마라.

일요일 오전 등산을 권유하는 부장님

 하노이에서 3일 정도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옆 동네인 하이퐁을 거쳐 조금 더 동쪽에 있는 하롱베이(Vịnh Hạ Long)에서 보이는 3000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인 깟바(Cát Bà) 섬에 가기로 했다. 약 150원짜리 시내버스를 타고 하노이 버스터미널에 내려 맞은편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쌀밥과 베트남식 튀김류 몇 가지와, 절인 채소를 식판에 담아주면 약 1000원 정도를 받는다. 닭고기를 올린 쌀국수인 포가(PhởGà)도 한 그릇 주문해 속을 든든히 채운 뒤 버스에 올라탔다.

하노이 버스터미널

 120km, 차로 두 시간 거리지만 베트남의 운전기사님들은 굉장히 안전운전을 하시기 때문에 보통 그 이상이 걸린다. 4시간이 걸려 하이퐁에 도착 원래 생각했던 루트는 아니지만 길을 잃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깟바섬으로 가는 두 번째 항구 항구에 도착했다. 알기로는 요금이 7천 동, 한화로 350원 정도 하는 금액의 편도 배인데 여기 사람들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처음엔 50만 동(25000원) 짜리 표를 보여주더니 몇 번 성질 좀 부리니까 10만 동씩 가격을 낮췄다. 350원짜리 티켓을 5000원에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터미널을 조금 더 수색해봤다. 건물 내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원 같은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역시나 처음에 50만 동을 부르던 곳에 가서 사야 한다고 이야기해주더라. 30분 넘게 주변에서 서성거리니 현지인들이 7천 동에 티켓을 사는 티켓부스로 가는 길을 알려줬다. 고약한 놈들


히치하이킹

 3층짜리 배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 깟바섬에 도착했다. 미리 찾아본 정보에선 시내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고 했지만 아무리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전부 택시를 타야 한다고 일러줬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거짓말인 것 같고 버스는 오지 않으니 예약한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하루 종일 앉아만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 한건 큰 오산, 한 시간 정도만에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택시들만 주야장천 멈춰 호객을 시도, 가볍게 무시를 반복하다 친절한 동네 총각을 만났다. 30분 뒤에 무료버스가 오니 출발했던 정착장으로 가서 타라는 이야기에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

하교길의 Bu Tao

 버스가 정말로 왔다. 비록 30분 뒤에 출발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하이퐁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Bu tao, 매일 새벽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단다. 옛날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해주셨던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지런함이 기본 소양이었던 옛 시골의 삶, 아마 언젠가 이 아이도 그들처럼 어린 시절 내내 꿈꿔왔던 도시의 삶에 지쳐버릴 것이다.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난 시골이 좋다!

 차로 한 시간 정도 섬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면 시내가 나온다. 우리 숙소는 시내보다 3km 정도 전에 있어 기사님에게 부탁드려 숙소 근처에 내렸다. 식당 한 개, 세탁소 한 개, 구멍가게 한 개가 전부인 작은 동네에 골목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머물던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이런 시골에 사람은 당연히 없겠거니와 했는데 예상외로 엄청난 인파가 서성거렸다. 체크인을 하고 주린 배를 달래주러 가야겠다.

까불거리던 놈

 동네에 딱 하나 보이던 식당은 4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그리 작지 않은 곳이었다. 언뜻 보니 가족들이 운영하는 것 같은데 가게에 들어서자 사진 속 남자아이가 중국어로 말을 건다. "밥 먹으러 왔어?"

 한국에서도 중국인으로 오해받은 적이 몇 번 있어 익숙하다. 익숙하다. 익숙하다. 이 동네에 3일간 머물며 몇 번이나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 터라 아이들과 금세 친해졌다. 난 까불거리는 꼬맹이들이 좋다.(사진에선 꼬맹이처럼 보이진 않겠지만 열두 살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Central Backpackers Cat ba

 교통편과 숙박을 제외하면 거의 무일푼으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이 말인즉슨 숙박에서만 절약을 잘하면 여행경비는 반값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잠자리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타입이라 크게 상관이 없는 내게 7000원짜리 숙박과, 함께 제공되는 조식과 초록빛 가득한 수영장은 과분하다. 때마침 파티도 하는 중이라 간단히 맥주 한잔을 걸치고 방에 들어갔다. 같은 방을 쓰던 네덜란드 친구들이 시내로 나가 놀자고 권했으나 이미 충분히 지친 상태라 침대에 누워 버렸다. 내일은 섬을 둘러봐야겠다. 하롱베이에서 보는 풍경도 기가 막히지만 분명 그 섬들의 중심에서 보는 풍경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를 몇 판 당기고 잠들어버렸다.


2. Cat Ba - 예상치 못한 하드코어 인생아

현지인 Shin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에 걸어뒀던 티셔츠가 한 장 사라졌다. 위층 침대를 쓰던 여자가 체크아웃하면서 가져간 것 같은데 그 옷에 저주를 잔뜩 걸어둘 걸 그랬다. 호스텔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섬을 구석구석 탐방하기로 했다. 먼저 지도를 켜지 않고 가장 높은 곳을 찾아 탐험을 떠났다.









박하사탕

 마을로 내려가 시내를 조금 둘러봤다. 느억맘을 만드는 작은 공장을 구경하고 점포에 들려 물도 산 뒤 깟바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어차피 휴대폰은 무용지물이라 이정표와 지형의 높낮이를 따라 2시간 정도 길을 찾아 나섰다. 우연히 발견한 입장료 5만 동(2500원)의 작은 동굴은 예전 베트남 전쟁 때에 병사들과 주민들의 간이 병원 겸 대피소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잠시 더위도 피할 겸 동굴 앞에서 티켓을 파는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는 식당이자 집에 들러 쉬어가기로 했다.

  갑자기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해 그칠 때까지 쉬어간 이 장소는 내게 큰 인상을 주었다. 기타를 맛깔나게 치시던 러시아 아저씨는 베트남 아내의 본가에 내려와 한 달간 휴식 중이란다. 기타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여분의 기타가 있으니 같이 치자며 새것 같은 기타를 쥐어줬다. 호찌민에서 산 10만 원짜리라는데 소리가 훌륭하다. 아저씨는 내게 코드 몇 가지를 알려주고 기타 솔로와 노래를 하는데 한 달 넘게 시골에서 지내도 지겹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엄청난 실력자를 예상치 못하게 만났다. 연주 영상은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저장되어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엔 정말 세상 누구보다 저 아저씨가 미웠다.

 비가 제법 그쳐 다시 길을 떠난 지 2분 만에 길거리에 뭔가 문제를 겪고 있는 친구들을 발견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토바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 '배터리가 나갔나' 하고 달리며 시동도 걸어보고 페달을 밟아 시도해봤지만 평온한 소리만 날 뿐이었다. 혹시나 해서 연료탱크를 확인해보니 깨끗하게 말라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친구를 뒤에 태우고 마을로 달려가 구멍가게에서 판매하는 기름 2L를 구해 다시 돌아왔다. 누군가를 도와줬다는 마음에 아주 뿌듯하던 찰나 다시 출발한 지 2분 만에 어떤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세우라며 소리치며 다가왔다. 지나치게 순진한 우리는 길가에 주차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기꾼에게 리스팩은 없다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해 원인을 들었다. 바퀴에 문제가 있다며 도와주겠다는 것. 뒷바퀴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1mm 정도 두께의 작은 핀이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충 이야기를 설명해보면

"이 핀이 바퀴에 구멍을 내서 바람이 빠지고 있어. 바퀴를 교체하지 않으면 가다가 크게 다칠 거야"

흠.... 그런가.... 일단 뭐 맡기기로 했다.

"일단... 바퀴를 분리하고.."라며 타이어를 칼로 찢기 시작했다.

"그만!!"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소리치며 당장 멈추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인 이 사기꾼은 바퀴를 휠과 분해시켜버렸다. 그리곤 하는 말이

"이거 다시 되돌리려면 새로 가져와야 하는데 50만 동(2만 5천 원)이야"

......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시속 60km로 달리는 오토바이 바퀴에 붙어있던 1mm짜리 핀을 맨눈으로 발견하는 건 인간의 능력이 아니다. '사기꾼에게 리스팩은 없다'라는 나름의 철학으로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라고 소리쳤지만 30분간에 사투 끝에 그는 아무 말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 와중에 천사 같은 종인이는

"형 어쩌면 진짜 문제가 있을지도 몰라요"라며 속을 벅벅 긁어냈다.


 하는 수 없이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아까 들렸던 그 기타리스트 아저씨네 집으로 다시 향했다. 베트남 아저씨 한분에게 자초지종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오토바이를 둘러보시더니

"이거 야마하 서비스 센터에 전화하면 공짜로 고쳐주러 올 거야"

???.... 그런 엄청난 서비스가 이런 산골짜기에...

직접 전화해 도와주신 것에 감사해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지만 현금을 직접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식당에서 음식을 마구 주문했다. 물론 접시 밑에 소소하게 감사 표현으로 팁을 끼워 넣었지만 말이다.



Đường xuyên đảo Cát Bà

 다시 길에 올라 약 30분 정도를 더 달려 깟바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많이 늦어진 바람에 서두르게 등산을 시작했다. 산에 오르기 전에 있는 민속촌(?) 비슷한 곳은 여유롭게 반나절 정도 둘러봐도 훌륭할 정도로 시설이 잘 구비되어있다. 맑진 않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운 빛을 내는 호숫가에는 산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물길에 설치된 미끄럼틀이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도 적절하고 작은 나룻배를 띄워 호수 한가운데에서 간단한 주전부리를 즐기기에도 훌륭하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옷을 벗어 산아래 한 편에 두고 올라 정상에 다다르니 빗방울들이 소나기로 변해버렸다. 차마 사진은 못 찍었지만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 궂은 날씨에도 악보상의 음표처럼 펼쳐진 산등성이들이 아름다웠다.


산양

 발 디딜 곳만 있으면 90도의 절벽도 오르내리는 산양이다. 대부분의 사망원인이 '낙사'인 걸 감안하면 그리 훌륭한 유전적 변형은 아닌 데에도 아직까지 멸종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유전자는 생명체의 즐거움 따윈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녀석이다. 저 산양은 무슨 이유에서 절벽을 타는 걸까. 높은 곳을 찾아 떠난 오늘의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가 보다.

 젖은 티셔츠는 오토바이 트렁크에 넣어두고 맨 몸으로 폭우 속을 30분 정도 달리다 보니 해가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갈림길마다 나는 오른쪽 종인이는 왼쪽을 맡아 '가위 바위 보'로 길을 정해 무작정 달려 작은 민가에 도착했다. 산 중턱에 깨나 규모가 있는 과수원 옆 집 몇 채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니 뜬금없게도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둔 강기슭이 나타났다. 얕은 물인 것 같은데 어두워진 탓에 깊이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물가를 가로질러 100m 정도 떨어진 뭍에 소 두 마리가 풀을 뜯어먹고 있다. 이 동네는 수수께끼 천국인가 보다.

베트남 아주머니

 옆에서 조용히 소에게 풀을 먹이던 아주머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요청에 멋진 포즈를 취해주셨는데 그야말로 베트남 아주머니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삿갓과 개량된 전통의상. 왼손에 든 낫 한 자루는 당장에라도 전투에 참전할 준비가 된 늠름한 용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아, 미안해

 8시간 정도 비도 맞고 바람도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들어왔다. 땀과 비에 흠뻑 젖어버린 옷가지들을 세탁하러 오전에 봐 뒀던 세탁소에 들렀다. 아주머니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니 옆에 있는 꼬마 아이가 "저 영어 할 수 있어요!"라며 먼저 말을 걸어줬다. 주인아주머니의 딸, 아홉 살이고 학교에서 영어를 배워 집에서 따로 공부 중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스튜어디스가 되는 게 꿈이라는데 15년 정도 후에 비행기에서 다시 만날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동네엔 전부 성격 좋은 아이들 뿐인가 보다. 식당 남자아이와 버스에서 만난 아이, 세탁소 소녀. 여행에서 순수한 아이들을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지역만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관찰할 수 있는 것 같다. 내일 오전엔 여유롭게 빨래를 개고 왔던 길을 돌아가 새로운 여정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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