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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Aug 08. 2019

[Việt Nam] Đồng Hới -1

3. 베트남 동허이







깟바섬-> 하이퐁(배 20분)-> 동허이(버스 14시간)







1. Hai Phong - 하루 동안 맞은 비의 양 = 3년간 마신 맥주의 양

 딱 3일 둘러보고 깟바섬에서 나왔다. 섬에 들어갈 때 들렸던 항구로 돌아가 페리를 타고 하이퐁에 도착!

이리도 화창했던 날씨가...

 오후 2시쯤에 하이퐁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동허이까지 가는 버스의 출발시간은 7시 30분, 시간도 많고 하이퐁 시내를 좀 둘러볼 겸 터미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약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니 동네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가도 충분한 시간이다.

30분만에 요렇게!

 하이퐁 시내를 지나 다리를 건너고 공원을 하나 지나치자마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야 워낙 자주 오니까 잠깐 쉬었다 가면 그치겠지', 건물 처마 밑에 앉아 기다린 지 30분째. 도통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바람도 동반되어 사실상 처마 밑에 있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다. 바로 옆 건물에 조금 더 넓은 공간으로 피신해야겠다.

비가 왕창 쏟아져도 대리석으로 만든 바닥 때문에 문을 계속 열어놓고 생활하는 것이 베트남식 가옥의 특징이다. 덕분에 우리가 피신할 수 있었지만....

가방을 덮을만한 방수커버도 없어 생각보다 귀찮아진 상황이라 남의 집인 줄도 모르고 입구에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는 집에 들어와 쉬라며 손짓을 해주셨다. 구태여 의자까지 챙겨주시고 '콜라 마실래?' 라며 선의도 베풀어주셨다. 콜라는 정중히 거절하고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문과 벽 사이 구석에 앉아 맑은 하늘을 기다렸다. 약 3시간 정도...


본문과 상관없는 하이퐁의 사진이다

 약 올리기라도 하듯 비가 그치니 또 금세 해가 떠올랐다. 터미널까지 약 40분, 다시 촉촉해진 길거리를 걷는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촉촉'했던 도로가 점점 '출렁출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허리 높이까지 빗물이 차올랐다. 다행히 반바지를 입고 있어 다리만 좀 걷어올려 다시 길을 향했다. 이 와중에 자전거를 끌고 나온 동네 꼬맹이들(사실상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수영을 하는 수준이다)과 꿋꿋이 도로를 누비는 대형 트럭들 때문에 불과 두 시간 전만 해도 평범했던 도로는 흡사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한 장면처럼 파도가 일렁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빗물'이라 표현했지만 하수처리가 잘 안되어 물이 차오르는 것이라 실제론 구정물에 가까울 정도다. 발바닥의 감각으로만 거리를 걷기 때문에 갑자기 나타나는, 아니 원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계단이나 보도블록들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걸어 간신히 터미널에 도착! 아까 물길을 가르며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보려 핸드폰을 꺼내려하는데..... 없다..... 쒯.....

슬리핑버스와 정신나간 사내

 바지를 걷어 올리다가 주머니에서 빠진 모양이다. 순간 5분 정도 엄청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차피 다시 돌아가 찾을 수도 없고 찾는다 해도 이미 망가진 지 오래기 때문에 '뭐 어쩔 수 없지'라 생각하며 터미널에 들어갔다. 버스가 때마침 도착해 다리만 씻고 타려는 상쾌한 계획은 사라지고 대신 슈퍼에 들려 물과 과자 등 요깃거리를 사 버스에 올라탔다. 제대로 걸어가기도 힘든 좁은 통로에 발도 뻗기 힘든 좁은 침대에 갇혀 핸드폰도 없이 15시간을 가야 한다. 창문을 열어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xin chào!(안녕하세요~)" 누구라도 놀아주세요 ㅜㅠ

히익히익

요런 게 또 배낭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티 도둑맞고 사기당하고 핸드폰 빠뜨리고 하하. 조금 아쉬운 건 하이퐁에서 물길을 헤치며 찍었던 사진들과 동영상은 오롯이 '나'의 핸드폰에 있던 것, 정말 재밌었는데 참 아쉽다.


새벽까지 휴게소에 몇 번 들르고 한숨 푹 자니 오전 8시에 동허이에 도착했다. 휴게소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데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다.






2. Dong Hoi - 달콤한 휴식시간

동허이 시골의 한 학교, 전교생이 100명 정도다.

 동허이에 오면서 종인이의 핸드폰으로 찾아둔 숙소는 터미널부터 걸어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있다. 체크인 시간까지 한참 남아,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 찾아둔 숙소는 무조건 '휴식'을 위한 것이라 일부러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선택했다. 덕분에 조용한 시골 동네 구경도 하고 때마침 등교하는 학생들 무리를 만나 호기심에 뒤따라갔다. 다들 아침 조회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체조 같은 것을 하는데 역시나 맨 뒤쪽에 서있는 애들은 설렁설렁 대충 한다. 말년 병장의 '도수체조'처럼 말이다.




Barefoot Homestay & Bar

이른 체크인은 불가능해 마당에서 좀 쉬었다가 들어가려고 한다. 비가 와서 촉촉.. 아니 눅눅한 해먹에 그냥 쓰러진 다음 베트남 커피로 잘 알려진 연유 커피 카페 쓰어다(Càphê sữa đá)를 마시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다. 시원함에 내지른 "키야~"소리는 옆에서 잠을 자던 강아지를 깨워버렸고 댕청댕청한 사진을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마을에서 갓길로 빠져 조금 내려오면 보이는 이 숙소는 동화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겨낸다. 입구에 쓰여있는

'IF YOU'RE NOT BAREFOOT THEN YOU'RE OVERDRESSED(맨발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차려입은 것이다)'

라는 문구는 이 동네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글이다. 실제로 숙소 이름이기도 하고~

 뒤편에는 작은 모래사장이 있다. 누가 버려두고 간 축구공이 하나 있어 가볍게 공놀이를 했다. 공으로 하는 스포츠에 젬병인 나는 움직일 때마다 종인이가 하는 잔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마 주위에 있는 친구 중에 잔소리가 아주 심한 친구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나무그네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는데 동네 여학생 두 명이 한껏 차려입고 나타났다. 서로 이런 포즈 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우리 숙소 '바'에서 음료를 하나 주문해 또 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댔다. 아마 이 동네에서 유명한 '인스타 맛집'인가 보다.

비로소 인간으로 돌아온 사내들

3일 만에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사람이 된 기념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에어컨을 '건조'로 세팅했다. 물에 달궈진 몸을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식히며 핸드폰에선 웹툰 '죽음에 관하여' BGM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어 빗방울이 '똑똑' 부서지는 모양새를 가만히 지켜보자니 잠이 쏟아진다. 부족할 때 비로소 보이는 작은 행복들에 너무나 감사하다. 나에게 있어 현실에서 오만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요소이다. '작은 행복'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시원~하게 때려야겠다. 핸드폰이 없으니 좋은 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 지만 역시 있는 게 훨씬 좋다.



 시원하게 낮잠을 자고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동네로 나갔다. 때마침 비도 그쳤겠다, 시내까지 나가보자! 라며 기세 등등했지만 자전거 상태가 영... 동네에서 간단히 먹을 것만 사서 다시 들어와야겠다.

고기!!


 동네 슈퍼에서 작은 보드카를 하나 사고 숙소에 있는 바에서 바비큐를 주문했다. 확실히 부족한 양이라 인스턴트 라면도 하나 사 배를 채웠다.

우린 촉촉한 당구대에서 포켓볼을 촉촉이 치고 있고 옆에는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해줄 것 같은 아저씨가 테이블에 앉아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온 '쾰슈'아저씨는 이 숙소 사장님의 친구고 몇 주 정도 지내는 중이라고 했다. 이 아저씨는 내게 호주, 특히 첫 번째로 갈 도시인 '멜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옆에 있는 '잭슨'이란 친구는  내일 우리가 갈 '퐁냐케방(Phong Nha-Kẻ Bàng)'에 대해 알려줬다. 내일 일찍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해야 하는데도 어디서 빌릴지 걱정도 안 하고 있던 우리는 이 친구를 통해 하루 렌트를 하기로 했다. 이 숙소에 하루만 묵기로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로 픽업을 직접 온다고 일러줬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나름 장거리를 이동하는 내일 일정에 좋은 붕붕이를 데리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가격은 약 12,500원, 내일은 피곤한 하루가 될 것 같으니 일찍 잠에 들어야겠다.

나중에 가면 며칠 지내다 와야지

 밤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맥주를 한잔씩 걸친다. 나도 함께 하고 싶었지만 이미 음주를 한터라 모래사장에서 아까 빌린 우쿨렐레를 치며 시간을 좀 보냈다. 다낭에 도착하면 기필코 삼겹살과 소주를 마셔야겠다고 다짐했다. 내일은 정말 가보고 싶던 퐁냐케방에 간다!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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