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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Sep 02. 2019

[Việt Nam] Mũi Né

7. 베트남 무이네

호이안 -> 나짱(버스 11시간) ->무이네(버스 4시간)


호이안을 제패한 MC스나이퍼

 물통 하나 허리춤에 달아놓고 수분 공급을 끊임없이 해줬다. 한 일주일 정도 머무니까 딱히 할 게 없네, 슬슬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 볼까


1. Mui ne - 등신과 머저리

호이안 시장

 대충 양치만 하고 시장에 왔다.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하기도 한 이 시장은 덕분에 비교적 깔끔한 위생상태를 유지한다. 같은 이유로 다른 시장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지만 역시나 딱 간단하게 식사를 때울 정도다.

머물던 숙소의 호스트가 예약해준 버스를 타고 좀 더 남쪽의 무이네(Mui Ne) 지역으로 넘어간다. 보통 나짱(Nah Trang)에 먼저 들리지만 무이네까지 슬리핑 버스, 무이네에서 나짱까지 슬리핑 버스를 이용해 넘어가기로 계회 중이었기 때문에 먼 거리를 먼저 들리기로 했다. 이것이 우리가 등신과 머저리인 이유였다.


 위에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북에서 남으로 다낭, 나짱(나트랑), 무이네, 사이공(호찌민 시티) 순으로 나열되어있다. 당연하게 호이안에서 나짱을 거쳐 무이네에서 머물러 호찌민으로 넘어가면 되는데 아직도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넘어갔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여하튼 신기하게도 버스가 나짱을 거치지 않고 바로 무이네까지 15시간 만에 간다고 일러주었기 때문에 긴 잠에 들기 위해 버스에서 늦게까지 잠들지 않고 버텼다. 아마 새벽 한 시까지??





좌석 넘버는 씨8이다.

 새벽 5시 버스기사가 모두를 깨운다. 나짱에 도착했으니 전부 내리라는데... 무이네까지는?... 단번에 간다며?....., 기사 아저씨는

"저기 보이는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면 금방 버스 올 거야" 라며 셔터가 굳게 닫힌 건물 앞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줬다. 옆에 장사를 나가는지 양손 가득 보따리를 멘 젊은 아가씨에게 물었다.

"여기 이 사무실 몇 시에 여는지 알아??"

"9시!"......

4시간 정도만 좀 자야겠다. 배낭을 베개 삼아 길바닥에 누웠다.



시간이 되니 해가 떠오르고 사무실 직원이 출근해 우리를 안으로 들여준다. 30분 뒤면 버스가 오니 잠시 앉아있으라며 의자를 꺼내 주고 포스트잇에 좌석번호를 적어 건넨다. C8...

현지화 진행 중

오후에 무이네에 도착해 샌드위치로 점심을 박살내고 바로 옆에 보이는 여행사에 들어가 저녁에 나짱으로 돌아가는 버스와 무이네에서 이용할 지프를 예약했다. 한 5000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다.

 이전에 다낭에서 사람들과 식사할 때 했던 이야기가 있다. 고향이 하이퐁인 아주머니에게

"이런 이야기 하면 안 되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북쪽 사람들이랑 남쪽 사람들 성격이나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비교적 사기도 덜 치고"

라고 솔직하게 의견을 이야기했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나도 북쪽 출신이지만 확실히 그런 게 있어, 통일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서로 미워하기도 하거든"

 한반도처럼 공산주의였던 북 베트남과 자유주의였던 남 베트남 간의 이념 차이가 아직까지도 생활 속에 묻어나 있다.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긴 싫지만 직접 경험한 개인적인 시선에선 확실히 다낭을 지나오니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비교적 사기를 덜 친다.(남쪽에선 "에이 사기치 지마"라고 하면 웃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본에 물들어 민족성이 사라지는 게 싫어 선택한 공산주의에선 역설적이게도 '자본'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어두운 면이 있다. 들은 이야기로는 북한도 그렇다고. 어쨌든 지금은 하나의 국가이니 어느 쪽이던 서로 융합되는 쪽을 기대하며 여행을 하자.


요정의 샘

 영화나 게임에서 나올 것 같은 이름이다. '요정의 샘', 마치 요정 학원 선생님의 부탁으로 근처에 있는 반딧불들을 모아 전기가 없는 학원을 위해 가져다 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붉고 고운 석회와 사암들은 쉽게 부서져내려 깎아지는 작은 언덕들을 만들었고 마르지 않는 샘 바닥에 가라앉아 맨발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지형을 만들어냈다. 이 곳은 입장료가 없으니 사기꾼들을 조심하자.

뱀 아저씨!

샘을 따라 걷다 보면 구걸하는 분들부터 이렇게 뱀을 목에 걸고 손님을 기다리는 아저씨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내 눈빛에 아저씨는 "한 번 만져볼래?"라며 호의를 베풀었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돈 냄새'에 정중히 거절하고 다시 산책을 재개했다.








화이트 샌듄

 내륙지방이 아닌 해안가에 자리한 사막인 화이트 샌듄(White Sand dunes) 요정의 샘에서 지프를 타고 금방 도착해 짐을 두고 가볍게 입구로 향했다. 정말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저기 가려면 이거(4WD오토바이) 타고 가야 해 꼭!" 이라며 붙잡는데 가격이.... 흠... 편도에... 흠.... 20대 초반.... 건강.... 튼튼

 모든 사람을 거절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보이는 사구들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전력질주를 했다. 푹푹 빠지는 바닥 때문에 금방 지쳤지만, 샌드위치와 주방짬으로 단련된 우리의 체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도착!

 뭐... 나쁘지 않네.. 이로써 각 15,000원씩 아꼈다. 호호호호. 사륜구동은 조만간 다른 나라에서 아예 렌트를 한 다음 실컷 타봐야겠다. 문제는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 10분 동안 뛰어왔으니 30분 동안 걸어서 가자. 모래바람이 불어 얼굴과 입이 따갑다. 사막횡단에서 모래바람이 복병이라는데 피부로 느껴지니 새삼 놀랍구나.

 

귀여운 중국인 가족

 우린 일정에 가장 늦게 합류하기도 하고 인원도 두 명이기에 맨 뒷 자석(사실 트렁크)에 앉아 여행했다. 여기서 만난 중국인 가족들과는 금방 친해져 같이 여행자고 여쭤보시기도 했지만 무이네에 하루만 머무는 우리는 아쉽게도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

동네 바보

비가 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 트렁크에 탄 우린 화이트 샌듄에서 맞은 짠 모래와 비의 합작으로 지나치게 간을 많이 한 끈적거리는 소금 고기가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신이 난 우린 동네 바보들처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쭈굴쭈굴 구겨진 두 청년은 그렇게 촉촉해지고 있었다.








레드 샌듄(Red sand dunes)

비가 와서 황토가 되어버린 레드 샌듄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늘 열심히 하는 그들의 정서에서 인구 14억에 육박하는 대륙 국가를 이룩하게 한 원동력을 엿봤다.


Dong Vui Food Court

 요기요기 아주 기가 막힌 곳이다. 근처에 재미난 푸드코트가 있어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달려갔다. 버스는 밤 12시 현재는 오후 7시니까 5시간 동안 식사를 하면 된다. 힛. 신선한 베트남식 해산물 바비큐부터 소시지와 사우어크라우트를 같이 내는 독일 음식까지 세계 음식 스토어가 있어 이것저것 주문해 맛보기가 좋다. 물론 세계적인 맥주도 맛볼 수 있다. 강력히 추천! 이곳에서 약 세 시간 정도 버텼다.

안타깝게도 넌 상대가 안돼

 앉아있기가 좀 쑤셔 조금 이르게 여행사로 걸어가기로 했다. 베트남에서 버스는 터미널에서 타는 공용버스와 여행사에서 타는 사설(?) 버스가 있는데 가격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편한 쪽으로 이용하면 된다.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에 당구장이 하나 보여 시간도 보낼 겸 바로 들어갔다. 버스가 12시에 오니 여유롭게 30분 일찍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11시까지 쳤지만.. 결판이 나질 않았다. 사무실까지 뛰어가면 5분도 안 걸리니 마저 치고 가자! 배낭을 메고 밤길을 냅다 달렸다.





12시 45분이 되어도 버스가 오질 않는다. 혹시 하는 마음에 30분이나 일찍 와서 기다렸지만 주변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11시에 이미 떠났단다.... 아니 한 시간이나 일찍 가버리면 어떡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대로변에 나와 30분씩 망을 보기로 했다. 한 명을 벽 쪽으로 가 등을 기대어 쉬고 한 명은 도로 구석에 누워 혹시나 정차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근처에 숙소도 없고 비싼 호텔밖에 없기 때문에 노숙을 해야 하는데.... 우선 근처에 보이는 오토바이 기사 아저씨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정말 친절하게도 본인들이 아는 사무실이 있는데 새벽까지 나짱으로 가는 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기사님들에게 호의를 베풂 당했다...

'얼마를 부르던 그냥 줘야지'

사무실에 도착하니 각각 20만 동(10,000원)씩 요구하신다. 바로 드리고 버스에 올라타 표를 확인하니 '호찌민'행 버스.... 아마 모르고 그런 것 같으니 빠르게 내리자.


시간은 새벽 2시를 넘기고 표를 환불받은 뒤 오토바이 아저씨들 뒤에 다시 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근처에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집이 몇 개 있어 연락을 보내보지만 새벽까지 게스트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시간을 기다려 새벽 3시에 극적으로 한 호스트에게 연락이 와 바로 달려갔다. 여기저기 벌레 사채가 넘치고 침대는 꿉꿉했지만 상관없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나짱은 내일 가야겠다.

오늘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하루가 되어 여행 중 가장 재밌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동남아 여행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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