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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Sep 17. 2019

[Việt Nam] Nha Trang

8. 베트남 나짱

무이네 -> 나짱(버스 5시간)


1. Nha Trang - 나는 내 길로 갈게

Jonh Homestay

 어쩌다 보니 머물게 된 숙소 맞은편엔 밤이라 보지 못했던 해변이 있더라, 대충 둘러본 뒤 바로 버스터미널로 갔다. 5시간 정도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 나짱에 도착했다. 다낭에 비해 확실히 휴양지 특유의 열대지방 느낌이 강했다. 날씨도 좋으니 모래와 땀, 비에 젖은 옷가지들을 전부 빨아 널고 시원한 음료수와 함께 방에서 쉬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 지 1주일이 되었다고 하는 주인장은 첫 손님인 우리에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 모양이다. 주방에 조리기구가 준비되지 않은 것만 빼면 아주 훌륭한 숙소였다. 물론 우리 말고 손님이 없던 이유도 한몫한 듯!

나트랑 해변

 빨래를 하고 낮잠을 좀 자니 벌써 저녁이다.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구경거리를 찾아 나섰다. 역시나 휴양지라면 바다를 보러 가야지, 슬슬 걸어 해안가로 향했다.

매일같이 파티가 벌어지는 나짱 해변은 광장을 기점으로 양팔 가득 펍과 레스토랑이 즐비해있다. 불쇼나 차력을 하는 버스커들과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게들은 여행자들을 한 껏 들뜨게 해 준다. 해변에서 바로 보이는 빈펄 랜드와 리조트들은 작은 섬을 거의 전부 장악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빈펄(Vinpearl)이라는 거대한 회사가 삼켜버린 이 섬은 워터파크인 빈펄 랜드와 골프장, 4개의 리조트로 가득 차 있다. 한국인에게도 1박에 20~40만 원의 리조트는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가성비는 좋다고 한다.) 현지 서민들에겐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리조트일 것이다. 관광지가 개발되어 일자리가 창출되면 일어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휴양객들이 지출하는 상당한 양의 자본은 나짱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현재 현지인의 물가로 살아가는 우리에겐 수영복보단 직원 유니폼이 어울릴 곳이지만. 해변으로부터 머지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불빛들은 '아마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라스베이거스를 바라보는 사막 횡단자의 마음이 이럴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위한 것은 아니니 아쉽지만 돌아가자"


나트랑 시장과 반미 빵인 쌀 바게트로 만든 케밥

근처에 시장이 있어 바로 달려갔다. 물론 별다른 기대는 안 하고

 어디에나 흔히 있는 그런 야시장이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유난히 공산품이 많다는 것, 음식이 넘쳐나는 시장에 더 특화된 우리는 대충 흘겨보곤 근처 맥주집으로 향했다. 해변가에 있는 펍 중 가장 시끄럽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들어가 맥주 한 잔에 귀를 마비시켰다. 종인이와 미친 듯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춤을 춰대니 금세 땀으로 범벅이다. 오늘은 이만하고 취침해야겠다. 간단히 마실 맥주를 두 캔 사고 집 거실에 앉아 마시고 있으니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아저씨가 옆에 안아 말을 걸어온다.

"헤이, 같이 맥주 마실래?"

"물론이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사람들과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음부턴 꼭..


 빨간색 복싱 바지에 너저분한 긴 머리, 맨발, 시원하게 까 내놓은 상체에는 최소 5개의 목걸이가 걸려있다. 그에게 있어 벗어던진, 어쩌면 애초에 갖고 있지 않았을 상의는 문명이 만들어낸 거추장스러운 보호색일 뿐이다. 홍콩에서 왔다는 아저씨는 어째 방금 베트남에 온 사람 같지는 않다. 아저씨가 말하기론 나짱에 온지는 1주일, 이 숙소로 방금 이사했고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왜 여기서 일자리를 찾고 있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행을 다니며 그 나라에서 일하고 경비를 모아 다음 나라로 가는 식으로 2000년부터 18년째 여행 중이라고 한다. 어째 예사롭지가 않더라니... 초보 배낭 여행객인 난 흡사 사부님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초롱초롱하게 여행 이야기를 경청했다. 물론 지금이야 젊은 여행객답게 가고 싶은 곳으로 가 일자리를 찾아 경비를 모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고작 1년 반 전 나는 꼬마 아이였다. 건네준 담배를 나눠 피우곤 홍콩 이야기를 필두로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이번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떠날 1년 내지 2년짜리 세계여행은 아마 이 기억에 많은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2. Nha Trang - 나 짱이지?! ㅎㅎㅎㅎ

2 Tháng 4, Vĩnh Phước, Thành phố Nha Trang, Khánh Hòa 650000

 포나가르 참 사원(Ponagar Cham Tower)이다.

2세기 무렵 베트남에 상륙하여 1,300년 동안 중남부 지방을 지배해온 참(CHAM) 족의 참 탑 유적으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참 파 유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이다. 현재 흙벽돌을 이어 붙여 세운 탑 3개가 우뚝 솟아 있는데, 이중 중심 탑은 높이가 약 25m에 이른다. 탑 안에는 11세기 중반에 만든 포나가르 여신상과 제사를 올리던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가운데 있는 탑 내부와 지붕에는 남성의 성기 모양을 한 인도 시바신의 상징물 '링가'가 설치되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포나가르사원 [Po Nagar Cham Tower] (두산백과)

굉장하다

 엄청난 역사의 산물이라 그런지 경건해지는 느낌이 싱숭생숭하다. 종교는 없지만 모든 종교를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신비로운 난 괜히 기도도 한 번 올려본다. 위에서 서술한 내용대로 탑 내부로 들어가면 어둡고 좁은 제단이 나온다. 어느 종교가 그렇듯 짧은 반바지나 예절에 맞지 않는 의상을 한 사람은 입장이 불가능해 그런 이들을 위해 밖에선 커다란 로브(Robe)를 준비해둔다. 혹시나 몰라 착용하고 신발을 벗은 뒤 내부로 들어갔다. 기도하는 노인의 진심 담긴 뒷모습에 서둘러 바깥으로 나왔다.

 관광지라 인파가 상당하다. 기도를 드리러 오는 신도들에겐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판단할 수는 없겠다.

 탑 근처 작은 광장에선 전통 공연도 몇 가지 한다. 피리를 잘 못 부는 피리 부는 아저씨와 춤을 잘 못 추는 춤추는 무녀들이다.


Thap Ba 머드온천

아주아주 유명한 머드 온천 Thap Ba Spa이다. 아주아주 좋다. 아주아주 좋으니 꼭 왔으면 좋겠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상당히 따듯하고 피부가 싱그러워지며 잠이 쏟아지는데 그때 바에서 열정 과일주스(Passion Fruit)를 주문해 한입 가득 들이키면 금세 천국에 다녀올 수 있다.

문섬, 못섬 스노쿨링

나짱 근처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인 문섬과 못섬이다. 어디선가 본 전단지를 따라가 예약해 온 이곳은 내가 사랑하는 스노클링을 즐기러 왔다. 수압 때문에 프리다이빙이나 스쿠버다이빙은 꿈도 못 꾸지만 바다를 좋아하는 내겐 역시나 안성맞춤이다. 베트남 바다 치고는 볼거리도 많고 물도 맑았지만 타 휴양지에 비하면 역시나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다. 선상에서 즐기는 식사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간장과 쌀밥! 나와 다른 한국인 가족은 남은 채소를 처리하고 타 국가 사람들은 간장과 밥에 열광했다. 굉장히 훌륭했던 밸런스라 볼 수 있겠다.

 방수 케이스를 끼고 물에서 몇 장 사진을 찍고 나니 동허이에서 샀던 핸드폰이 고장 났다. 뭐 어차피 핸드폰 잘 안 쓰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 사실문제라면 나짱에 오는 도중 실수로 깔고 앉아 다리가 박살난 내 안경이다. 낮에야 선글라스만 끼고 다니니까 상관없다만 밤엔 다리가 한쪽 없는 불편한 안경을 끼고 다녀야 한다. 뭐 어차피 눈은 잘 안 쓰니까 크게 상관은 없다....


나짱 대 성당

 문을 닫은 나짱 성당이다. 아니 휴식 중인(?) 대 성당이다. 8~11시, 14~16시에 개방하는 성당엘 13시에 갔다.

LIVIN Collective

 꽤 유명한 독일식 펍이다. 정말 독일스러운 바비큐와 소시지들, 사랑스러운 맥주들이 최고의 하모니를 이룰 준비를 하고 있다. 세 가지 소시지와 닭, 돼지 작은 것, 맥 앤 치즈, 코우슬로를 Spicy island saison(매운맛이 강조된 세종) Passion fruit wheat ale(패션프루츠를 첨가한 밀맥주)와 함께 즐겼다. 고된 농사일에 지칠 때쯤 찾아오는 새참과 막걸리처럼 과거 벨기에 농부들에게 달콤한 휴식과 기분 좋은 취기를 선사해줬던 세종은 지금 우리에게도 같은 기쁨을 전해주고 있다. 기분 좋은 청량감과 가벼운 바디감에 세종 특유의 새콤함은 더위에 지친 우리나 농부들에겐 참으로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약간의 매운맛은 중독성까지 있으므로 더 말할 것도 없다. 베트남에선 굉장히 유명한 Pasteur Street Brewing(파스퇴르 스트릿 브루잉)은 호찌민에 본점이 있고 한국인들에겐 호이안 지점이 유명하다. 또한 전국 각지로 여러 종류의 특색 있는 크래프트 비어들을 납품하니 어디서나 동남의 특유의 트로피칼과 정서를 느끼고 싶다면 강력 추천!

 

나짱에는 며칠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아마 한 1주일 정도 있던 것 같은데 슬슬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제 핸드폰도 없이 옷 도둑맞는 반쪽짜리 안경잡이 한국인의 마지막 도착지로 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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