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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Oct 13. 2019

[Indonesia] Bali

1. 우붓

혼자 발리섬 북쪽 우붓의 한 마을로 들어왔다.
 인도네시아 말은 유난히 외우기 어려워 자꾸만 헷갈린다.

1. Selamat pagi - 안녕하세요!

우붓에서의 1주일 동안 느낀 점은 모든 동네 주민분들이 순박하고 정이 넘친다는 것이다. 먼저 다가가 웃으면 그들도 따라 웃으며 손을 모아 인사를 해준다. 가장 차가운 맥주를 골라주려 냉장고를 뒤적거리는 집 앞 슈퍼 할머니가 생각난다.


Rumah Kita

 새벽 1시, 퍼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발리 덴파사르의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한 습도와 꽤 많은 수의 택시기사들이 동남아에 온 것을 상기시켜준다. 공항 환전소에서 100 호주달러만 환전한 뒤 바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타는 목마름에 음료수 하나를 원샷하고 인스턴트 죽과 냉동 볶음밥을 집어 들고는 게 눈 감추듯 없애버렸다. 동남아에서 아주 유용하게(사실 가끔이지만) 사용할 Grab어플로 택시를 불러 약 한 시간을 가 북쪽 예술마을 Ubud에 도착했다. 원래는 공항에서 하루 묵고 아침에 나가려 했으나 잠자리가 불편해 급하게 체크인을 하루 앞 당겼는 데에도 스스럼없이 반겨줬다. 그것도 새벽 3시에... 죄송합니다


 

편리하다!

 아침 여덟 시 반, 일찍이 눈이 떠져 야외에 있는 거실로 나가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침식사를 권하신다. 따듯게 마시고 싶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한국의 약밥 비슷한 것에 말린 뒤 달콤한 것들을 버무린 코코넛이 올라간 밥이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로 먹는 듯한데 저녁 무렵 길거리에 나가면 밥 조금과 저 코코넛, 땅콩 등 여러 가지가 올라간 작은 대나무 그릇을 볼 수 있다. 작은 꽃도 몇 송이 놓는데 아마 신을 위해 두는 듯하다.

 먼저 할 일은 여행 동안 미처 못했던 빨래다.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오토바이를 빌리곤 집 근처에 있는 빨래방으로 달려갔다. 1kg에 5000루피아(400원), 하루면 바싹 말려서 저렇게 예쁘게 개 주기까지 한다. 동남아에서는 옷이 금방 눅눅해져 불편했는데 이 곳 빨래 시스템은 손뼉 쳐줄 만하다.


Yori와 Goma, 길가에 연날리는 소년들

 같이 사는 강아지 Yori와 주인아주머니의 작은 딸 Goma다. 이 강아지는 굉장히 침착하고 조용하다. 처음엔 낯을 좀 가리는 듯했으나 매일 예뻐해 주고 30분 이상 놀아주는 노력을 쏟았더니 이젠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나와 반겨준다. 가끔 산책 나갈 때 따라 나오기도 하니 노력의 결과가 보이는구나.


Ubud Palace

 슬슬 기어 나와 치약과 샴푸, 비누 등 필요한 물품을 사고는 우붓 시내를 둘러봤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작은 궁전은 무료인 데에다 앉아서 쉬기 좋아 점심식사 후 들러 여행자들을 구경하기에 적당하다. 바로 옆 블록에 있는 레스토랑인 Lotus는 뒷마당에 말 그대로 연꽃이 만개해있다. 모르는 일본인 아저씨와 나란히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음식을 먹으니 왜 인지 모르게 처량해진다. 처량과 자유는 한 끗 차이!

재미난 친구

 우붓 시장을 좀 돌아다니다가 마땅히 할 것도 없고 해서 타투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구글에서 검색한 이곳 Yantino Tattoo는 평점 5점 만점에 5점 만점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10분 만에 결정하고 바로 달려갔다. 어떤 타투를 할지는 가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일단 방문!

 자유로운 청년들답게 굉장히 친근하다. 금세 인스타도 공유하고 다음에 술도 한잔 하자고 빈말 아닌 빈말로 가까워졌다. 나를 미친 남자라고 불렀는데 명확하게 이 녀석들이 훨씬 더 미친 남자들이다.


아주 훌륭...

 장난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인데도 작업에 들어가니 굉장히 진지해졌다. 여행을 다니는 나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줄 나침반과 천체들의 움직임 경이로움을 조합해 오른팔 안쪽에 그렸고,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왼쪽 손목에 그렸다. 여행을 하거나 해외에서 이곳저곳 일하다 보면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커진다. 한국에선 별로 느끼지 못했던 조국에 대한 사랑이 역설적이게도 해외에서 생기는 것이다. 아주 만족스럽게 타투를 마무리하고 가게 앞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나섰다. 타투 가격은 300 호주달러 정도(24만 원)로 굉장히 합리적이다.

친절한 주인아저씨

 내가 인도네시아 말을 하지 못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한 주인아저씨다. 남자 혼자 휴양지인 발리에 와 작은 밥집에서 포장한 식사를 맥주와 먹는 모습이 재미나신 모양이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맛있는 거 먹네 청년"이라고 하시는 듯하다.










2. Selamat siang - 탐방하기

경기도 이천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조금 돌다 보면 심심치 않게, 아니 어쩌면 사람보다 많은 논을 볼 수 있다. 원래는 Rice terrace라는 명소에 가려고 했지만 도착 직전 길을 잃어 해가 지는 바람에 급하게 하산했다. 덕분에 재미난 시장을 오는 길에 발견했으니 그걸로 됐다. '사실 동네에 이렇게 많은 벼를 보러 1시간이나 가는 건 비 효율적이지' 라며 자기 위로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mt. Batur

 우붓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화산 Batur산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경사진 도로에서 바라본 호수와 화산의 경치는 실로 대단하다. 귀찮아서 산을 오르진 않았지만 근처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말에 의하면 올라갈만한 가치는 있다고.

Gunung Kawi Sabatu

 발리 정 중앙에 위치한 사원이다. 보통 동부 투어라고 짧게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들르는 코스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Lempuyang 사원이다. 거대한 규모의 역사가 있는 사원이지만 대표적인 천국의 문 사진을 찍으려면 두어 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방문자수가 많아 나는 이 곳에 방문하게 됐다.(집에 오는 길이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목욕을 즐기러 가는 조용한 사원이므로 한국어를 피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인도네시아의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Sarung batik이라는 천으로 된 치마를 입어야 하는데 보통 입구에서 빌려준다.

재미난 아주머니

 사원에서 입었던 사룽바틱이 너무 마음에 들어 며칠 전 우연히 발견한 동네 시장에서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입는 법을 친절히 알려주시던 아주머니는 사룽 한 장과 허리끈으로 묶을 천을 12,000원 정도에 파신다. 발리 현지가라고 하는데 마음에 들어 더 이상 흥정은 하지 않았다. 아쉬운 놈이 지는 거지... 근데 실제로 우붓 시장에 비해 세 배 이상 저렴한 가격. 근처에 있던 아주머니들은 재미있는지 구경하시며 웃어주신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시장 이름은 몰라 구글 지도에서 표시한 좌표를 따라갔다. 지도에 Kios "Kenyem Bulan"을 치고 가면 됨!


3. Selamat sore - 밥 줘!

인도네시아 음식 하면 나시고랭과 미고랭을 떠올리기 쉽다.
물론 가장 유명한 음식이니 인도네시아에 온다면 싫어도 매 끼니 먹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하면 볶음면과 볶음밥이다.


이 나라엔 당연하게도 나시고랭이나 미고랭 말고도 여러 음식들이 있다.
발리에 온 지 7일이 지난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들 중 인상 깊은 녀석들을 아래에 정리해봤다.
Sambal


Sambal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전통 '장'이다. 고추와 라임, 레몬그라스 등 여러 가지 향신료와 두부, 생선 갖가지 재료를 넣어 발효시킨 일종의 고추장이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정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심장'중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음식이라고 한다. 보통을 밥이나 국물에 넣어 한국의 '다데기'처럼 먹곤 하는데 이 가게에선 튀긴 치킨과 함께 제공되었다. 가격은 한 접시당 400원 꼴로 여러 가지를 주문해볼 만하다. 다만 굉장히 맵기 때문에 '핵 불닭볶음면'을 '즐기는'정도의 사람에게 추천한다. 본인은 매운걸 못 먹어 이틀간 고생했다. 이 삼발을 제외하고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사진- Wikipedia

 Murtabak, 인도네시아에선 Martabak이라 불리는 아랍식 팬 케이크다. 길거리에서 주로 판매하는데 달걀이 들어간 것은 얇은 도우에 튀겨지고 바나나가 들어간 것은 두꺼운 팬케익 도우에 구워진다. 채소와 고기가 적절히 들어가 있어 약간 '납작 만두'같은 맛이고 피시소스와 매운 고추를 함께 내어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배가 고파진다. 조금 뒤에 오토바이를 타고 저 샹크스 청년에게로 가야겠다.


사진 - Wikipedia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음식 중 가장 흥미로운 녀석이다. 간단한 재료(숙주, 튀긴 두부, 달걀, 그린빈스, 오이)에 피넛 소스를 얹어 밥과 함께 먹는 샐러드인데 나중에 가게를 차리면 변형시켜 메뉴에 넣고 싶을 정도로 조합이 훌륭하다. 식당 아주머니에게 만드는 법을 간단히 여쭤봤는데 한국 동네 슈퍼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사진 - Wikipedia

  비빔을 좋아하는 유비빔 씨는 말했다.

"음식이 몸 안에 들어가면 다 비벼져요. 그래서  비빔밥을 먹어요"

그렇다. 인도네시아식 비빔밥인 Nasi Campur는 비벼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메뉴판에 Mixed rice라고 적혀있는 음식이다. 기본적으로 흰 밥과 함께 피넛 소스가 올라간 숙주, 매운 고추, 치킨사테이(꼬치), 튀긴가지나 두부 등 여러 가지 음식을 한 접시에 담아낸 음식이다. 역시나 조합이 좋다. 흰 밥을 퀴노아나 빠로 같은 건강한 곡물로 대체하고 매운맛을 조금 빼면 훌륭한 아침식사로 탈 바뀜 될 것 같다.


 인도네시아의 음시들은 매우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고 식사 후에 차를 한잔 마시면 방금 뭘 먹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입안에 남는 것이 없다. 양은 조금 적지만 두 개를 시키면 되니 10점 만점에 9점 정도 줄 수 있겠다.


4. Selamat tidur - 발리네제

저녁 무렵이면 동네방네 음악소리가 들리고
전통의상 사룽바틱을 갖춰 입은 주민들이 나와 사원으로 향한다.
나 역시도 그들의 일부가 되어 그들만의 문화를 경험해봤다.


Pura Dalem

 집에서 오토바이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사원이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삼엄한 경비에 잔뜩 긴장했지만 익숙한 척 이름과 주소, 기부금을 적고 사원으로 들어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통의상을 입지 않으면 사원엔 들어갈 수 없으니 이참에 하나 구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제사를 지내는 주민들

 한쪽에선 20여 명의 악사들이 연주를, 또 다른 한쪽에선 비슷한 수의 주민들이 제사에 올라갈 음식들을 준비해 주민들의 제사를 돕고 있다. 처음엔 분위기에 압도되어 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 냈지만 이내 옆에 계신 아주머니께서 찍어도 문제없다며 일러주셨다. 자연스럽게 자리에 신발을 벗고 자리에 앉아 기도를 드리면 꽤 높아 보이시는 분이 다가와 손바닥에 물을 한 줌 채워준다. 그리하면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종교에는 문외한인 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염원하는 이들에게서 신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형제인듯

 악사들 앞에 앉아 제사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장난스럽게 치고박는 두 아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사를 하니 한 아이가 인사를 받아줬다. 마치 "인사해 인사, 이렇게 하라고"라는 듯 다른 아이에게 알려주자 그 아이도 부끄러움을 이겨내곤 낯선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힌두교 문화권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두 손 모아 인사하는 모양새가 좋아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합장하여 인사했던 난 드디어 이상한 사람에서 제대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여러 문화권을 경험하고 그들의 삶에서 다양함을 배우고 있다. 물론 호주와 홍콩에서도 많은 인종과 문화, 종교를 경험했지만 역시 본토에서 느끼는 맛은 진한 맥주처럼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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