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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Oct 24. 2019

[Indonesia] Gili Trawangan

2. 길리 트라왕안



우붓에서의 일주일이 지나고 롬복의 한 작은 섬 길리 메노(Gili meno)로 이동한다.



1. Gili Trawangan - 배낭 여행자의 특권이자 약점

Padang bai - Gili trawangan

 처음부터 고난이었다. 우붓에서 길리 메노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파당바이(Padang bai) 항구로 이동해야 하는데 난 애초에 현지인들이 타는 퍼블릭 페리를 타고 롬복에 간 다음 길리 메노로 들어가는 배로 갈아탈 예정이라 티켓을 예매하지 않아 직접 항구까지 가야 한다. 고잭(Gojek)이나 그랩(Grab) 기사들이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측정된 가격보다 높게 부르는 바람에 한 시간 넘게 길에 앉아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거금 200k(한화 16,000원)을 내고 항구로 이동... 벌써 예산을 넘겨버린 기분이다. 항구에 도착해 퍼블릭 보트를 타려는 찰나 수많은 호객행위에 휘말려 일정을 변경 길리 트라왕안으로 가는 티켓을 구매해버렸다. 흥정을 하긴 했는데 여전히 비쌈... 결국 배에 올라타게 되며 문득 든 생각. "계획 없이 다니니까 일정을 마음대로 바꿔도 문제가 없구나. 덕분에 돈도 많이 쓰게 됐지만 어쨌든 자유롭다"

짐 받으러 기다리는 사람들

 예정에 없던 스피드 보트를 타고 약 2시간 후 길리 트라왕안에 도착했다. 오후 5시, 끼니를 챙기지 못했으니 우선 숙소를 찾고 바로 밥을 먹으러 가야겠다. 

La bohemme Mini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발리에서 온 한 여행자를 만났다. 숙소 찾는 중이면 자기 머무는 곳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해주는 바람에 잠깐 들렸지만 생각보다 호화로운 가격에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렸다. 근처에 있는 숙소들 중 가장 저렴한 집을 찾아 들어갔는데 이건 뭐 그냥 가정집이다. 아주 마음에 들어!

 이 동네는 재미있는 게 섬이 작아 차나 오토바이는 안 보이고 '마차'가 돌아다닌다. 물론 걸어서 한 시간이면 섬을 다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난 안 탔지만 짐이 많은 여행객들은 애용하는 듯하다.




해변

 저녁을 간단하게 맥주와 케밥으로 해결한 뒤 오래간만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원래 하루 정도만 묵고 다음날 길리 메노로 들어가려 했지만 바닷가를 본 뒤 그냥 여기서 일주일 지내기로 마음을 바꿨다. 도착하자마 주린 배를 부여잡고 둘러본 곳인 데에도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라며 혼자 센티한 척 허세를 부렸다.

사건의 발달

 자 여기서부터 재미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사지를 받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던 중 골목에서 누군가가 부른다.

"형 어디가? 한국사람이에요?"

'뭐지 이 어눌하면서 매력적인 한국어는?...'

길가에 앉아있던 현지 청년이 말을 건다. 이 섬엔 한국어를 꽤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이 녀석은 뭔가 새롭다. 

"한국말 되게 잘하네??" 

같이 집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눴다.

 요새는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지만 자신을 '강하리'라고 소개한 이 친구는 가수 '오왠'을 좋아하는 진짜배기다. 한국에서도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가수의 노래를 나보다도 더 잘 아는 탓에 우선 잡설은 각설하고 기타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가수라서 ㅎㅎ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30분가량 놀다가 흥에 못 이겨

"하리야 나가자 내가 술 사줄게!!" 녀석을 붙잡고 나가버렸다. 

"형 나 소주 있어" 

와우!


야시장

 하리가 갖고 있던 소주 약 30ml로는 내 텐션을 제어할 수 없어 마트에 들려 보드카를 한 병 사 해산물 시장으로 갔다. 100% 한국어로 대화하기엔 아직 조금 무리라 이 녀석은 어눌한 한국어로, 난 어눌한 영어로 대화하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다. 술을 못하는 하리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잔을 비우지 않아 결국 나 혼자 한 시간 만에 한 병을 비우곤 기억을 잃었다. 옆에서 남자 친구와 싸우고 혼자 밥을 먹는 이탈리안 'Julia'와 셋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술김에 "hey bro 나 내일 Hometown 가는데 형 놀러 올래?"라는 하리의 제안에 오케이를 외쳐버렸다. 

당장 내일은 좀 그렇고 그 녀석이 고향에 가있는 동안에 방문하기로 약속하곤 이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2. Gili Trawangan - 바닷속 친구들

이 날은 숙취가 너무 심해 하루 종일 집에 쓰러져있었다.
화질이 정말 대단하군요

 하루 종일 누워 유튜브로 짱구를 정주행 하니 저녁 무렵엔 몸이 좀 괜찮아져 노을을 보러 집을 나섰다. 모두가 노을을 바라보며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있을 때 나는 혼자 사진을 찍겠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금세 체력이 방전되어 대충 끼니를 때우고선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다시 짱구를 시청했다.

호호호호

 내가 길리 메노로 가려고 했던 이유는 보통 스노클링을 떠나면 길리 메노 섬 근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원하는 때에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서였다. 생각보다 거센 파도에 혼자 해변부터 수영을 해 스노클링을 하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나니 오히려 트라왕안으로 간 게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재미난 친구도 만나고.

+ 해변가에 수십 개의 여행사가 즐비해 있는데 스노클링 가격은 100k(한화 8천 원)으로 동일하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바로 예약하면 된다.


Hotel Ombak Sunset

 이 날은 뭘 했는지 기억나질 않지만 아마 전날 새벽까지 파티를 하곤 또 집에서 푹 쉬었던 것 같다. 대충 슬리퍼를 신고 윤 식당의 촬영지로 유명한 'Teok cafe'에 들러보기로 했다. 막상 가보니 문은 닫혀있고 온통 낙서가 가득한 허름한 건물만 있을 뿐이었다. 해변을 따라 조금 더 걸어 선셋으로 유명한 호텔 앞바다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혼자 사진을 찍으니 금세 사랑에 빠져버릴 만한 로맨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멜버른에서, 그것도 내가 살던 동네 바로 옆에서 살던 부부의 사진을 찍어주곤 씁쓸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할 것도 없는데 내일 하리네 고향집에 방문해봐야겠다. 


+ 길리 트라왕안은 파티나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추천하지만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길 원한다면 길리 메노나 길리 에르(Gili air)를 추천한다. 길리섬(Gili islands)은 트라왕안, 메노, 에르 세 섬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섬에 대한 노래도 있는데 다음 편에서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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