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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rip Jun 26. 2019

[Italia] Toscana. chap 3

3-3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 리구리아

Secondo Piatto[Toscana] chap.3

6. Fiesole - 남의 집 엿보기

 며칠 정도 동네에서 쉬엄쉬엄 돌아다니며 끼니 챙겨 먹고, 커피 마시고, 짱구도 보며 쉬었으니 다시 여행을 좀 떠날까 한다. 어젯밤 야경을 보러 잠깐 들린 옆 동네 피에솔레(Fiesole)의 낮 시간대 모습이 궁금해 점심쯤에 다시 들리기로 했다. 피렌체 중심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만 가면 되는, 근처에 있는 언덕 동네이다.

피에솔레의 골목

보통 피에솔레에 간다 하면 피렌체의 야경을 보러 가지만 개인적으로 야경은 미켈란젤로언덕이 수 십배는 나으니 피에솔레는 조용한 숲길과 산속 마을들을 구경하러 들리기에 더 적합하다 생각한다.

 이 한적한 동네에는 곳곳에 사이프러스나무와 침엽수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스피커가 달린 가방에 조용한 노래를 틀어놓고 산책하기엔 정말 안성맞춤이다.

주민들 집 훔쳐보기

 내겐 그 지역의 학교를 들리는 것 이외에도 현지 지역을 제대로 느낄 때가 있다. 바로 빨래!! 동네에 널려있는 빨래들과 강아지, 고양이들을 보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진다. 뭔가 이 지역 사람들은 다 순수하고 순박할 것 같은 기분이 듦과 동시에 주민들의 직업이나 생활 방식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농부의 집엔 농부의 옷이, 수리공의 집엔 수리공의 옷이 널려있다. 어떤 집은 채소를 한 가득 담아 둔 바구니 여러 개를 탁자에 올려놓고 보관을 하고 있다. 어쩌면 동네 바자회 같은 행사를 하려고 준비 중인 모습일 수도 있겠다.



7. San Gimignano - 훌륭한 탑들의 도시 '산 지미냐노'

  마치 만화 원피스의 제목과도 비슷한 분위기의 수식어가 따르는 이 도시는 말 그대로 '탑의 도시'이다. 중세시대에는 72개까지 있던 탑들이 현재는 14개뿐이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흔적들이 과거 그들의 위엄을 증명하고 있다. 12개의 잘 보존되어있는 성곽들은 무거운 도시의 분위기와 함께 평범한 산책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준다.

 피렌체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인데 개인적으론 끼안띠만큼이나 좋았던 도시이다. 딱히 대단한 관광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날씨 탓인지 도시 전체에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진하게 뽑아 내린 롱 블랙 한 잔을 손에 들고 이곳저곳 구경하기가 참 좋았다.

 왕복 4시간이면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니 배낭여행 중이라면 산 지미냐노를 들린 뒤 시에나(Siena)에 방문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일정을 추천한다.







 저녁은 간단하게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1층은 고기와 해산물, 각종 식재료들과 와인들이 즐비해있고 2층은 수 십 개의 스토어가 있는 푸드코트다. 버거 플레이스, 치즈, 튀김들부터 파스타까지 '우리가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더라면' '다 같이 모여 작은 파티라도 했더라면' 하며 조금 아쉬움을 품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같이 여행하는 게 어설펐으니 당연한 아쉬움이다. 그만큼 여기저기 술 취한 사람들부터 아이를 데려온 가족들까지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모여 저녁시간을 보내는 분위기는 어느 나라, 어느 장소든 따듯함의 정도는 같다. 하여튼 2층에 올라가면 우리 동네 충주 야시장 같은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사람들은 모두 맥주 한잔씩 걸치고 있다. 맘 같아서는 닥치는 대로 주문해 즐기고 싶었지만, 통장잔고는 내 위장과 달리 한계가 있으니 몇 가지로 간추리기로 한다. 처음에는 고기가 들어간 *아란치니(Arancini)를 하나 씩 집어 들고 파스타도 하나 씩 먹어보기로 했다. 하얀색 크림과 치즈에 버무려진 딸리아뗄레가 너무 맛있어 보여 주문했는데, 웬걸 펜넬 씨가 가득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펜넬은 좋아하지만 씨앗은 별로 안 좋아할뿐더러 그렇게 한 주먹을 때려 넣으면.. 좋아하던 사람도 싫어해질 것 같다. 재미나게도 파스타 이름은 피노키오와 파스타(Pasta con Finocchio)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피노키오(Pinocchio)와 발음이 비슷하다. 이태리에서 피노키오는 회향 즉 펜넬을 뜻한다.

 피노키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피렌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지역인 페시아(Pesia)에 피노키오의 배경인 콜로디 마을(Collodi)이 있으니 시간이 되면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아란치니 - 리조또를 만들고 남은 밥을 이용한 것을 유래로, 치즈나 소스를 넣은 밥을 둥글게 말아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것. 주먹밥 튀김


8. Cinque Terre - 다섯 개의 땅

 친퀘테레, 한국어로 번역하면 다섯 개의 땅이다. 라틴어에서 유래된 Terre는 본래 Terra 즉, 땅 또는 지구를 의미한다. 리구리아 주(Luguria) 라스페치아(La Spezia)라는 지역에 있는 다섯 개의 해안 마을들을 부르는 말로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 베르나차(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 마지오레(Riomaggiore)가 이에 해당된다.

 


 라스페치아역에서 트레인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첫 번째 마을인 리오마지오레가 나온다. 첫 번째 마을이자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이다. 우리는 리오마지오레에서 마나롤라까지 걸어가는 해안 코스가 2011년 폭우로 인해 보수 공사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6년이나 지나기도 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보니 역시 막혀있다... 근처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에게 '마나롤라까지 걸어가고 싶은데 이 길 말고는 또 없나요?'라고 여쭤보니 해안가로는 못 가고 산길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3시간 정도 산을 타야 하는데 원래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3 시간 걸려 가고 싶지는 않아 그냥 기차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기차를 타고 한 정거장, 몇 분 달려 마나롤라에 내려 해안가 마을에서 먹는 해산물 파스타를 먹으러 갔다. 

 해산물 파스타(Pasta di Mare), 마레(Mare)는 이탈리아어로 '바다'를 뜻함과 동시에 '해산물'이란 의미도 있다. '해산물 파스타'보단 '바다의 파스타'가 왜인지 예술적이니 후자로 부르기로 하자.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페스카토레(Pescatore)인데 이는 '어부'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음식들은 대부분 자극적인데, 인간이 섭취해야 하는 필수적인 염분의 양을 한국과 달리 한 접시에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입맛이 강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국은 간이 안된 '밥'과 간이 강한 '반찬'의 식사라 입맛이 강하지 않은데에 반해 결과적으로 전체 염분 섭취량은 더 높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이탈리안 요리사들은 아시안들이 '음식이 짜요!'같은 컴플레인을 자꾸 걸어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아시안들에겐 음식을 아주 싱겁게 해 주는데, 우린 그럴 필요가 없어 레스토랑에만 가면 "Molto sale!!(소금 많이!)"라고 외치며 원래 해달라는 대로 요청하곤 했다. 이탈리아 본토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원래대로 해달라고 해보자


아이를 산책시켜주는 코르닐리아의 아버지들, 아내가 집 청소한다고 애들 데리고 나가서 산책좀 하고 오라고 핍박을 준 모양이다.

 다음 정거장인 코르닐리아로 향한다. 다섯 마을 중 유일하게 해안에 접해있지 않은 도시이다. 라스페치아에 들어서면서부터 신기하게도 *클레멘타인 나무가 엄청나게 많이 보인다. 하나 따서 맛보고 싶었지만 가로수로 이용 중인 것들이 대부분이라 괜히 건드렸다가 봉변을 당할 것 같아 군침만 삼키고 돌아섰다. 코르닐리아를 슬슬 걸어 산책을 하다 보니 외곽에 야생으로 자란 클레멘타인 나무가 보여 나뭇가지로 툭툭 건드려 따 먹어봤다. 단맛이라곤 1도 없고.... 신맛만 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품종개량이 안된 자연 품종이라 그런 것 같다.

 베르나챠로 이동하려는 찰나 흐릿했던 날씨가 엄청난 비를 동반한 폭풍우로 바뀌어 우선 비를 피하고자 기차역으로 갔다. 보통 친퀘테레는 여름에 방문해 며칠 정도 머물러 이 아름다운 마을로 휴양을 온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과 함께 뜨거운 중부지방의 햇살을 느끼지만 겨울에 방문한 우리는 그저 거센 파도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쉽지만 베르나챠와 몬테로소 알 마레는 다음으로 기약하고 다시 마나롤라로 돌아갔다.


*클레멘타인 - 귤(만다린 오렌지)의 한 종류로 제주에서 나오는 감귤(사츠마 만다린)보다 조금 더 신맛이 강하다.


다시 돌아온 마나놀라~~

 우리는 여행을 할 때 가끔 지나치게 즉흥적일 때가 있는데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나롤라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쳐 동네를 좀 더 구경하고 그 유명한 마나롤라의 야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밤까지는 시간이 많아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는데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돌을 사용한 집들이 많이 보인다. 당연하게도 바닷가 지방이라 구하기도 쉽고 불어오는 해풍을 견디기에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난히 계단이 많은 이 동네는 층층이 이루어진 계단식의 지형인데 마치 건물을 한 층 한 층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뒤를 보면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보인다는 것이 나름의 매력이다. 계단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니 길이 끊기는 곳이 있었는데 마침 닥터마틴을 신은 우리는 길을 개척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까지 올랐다.

 해가 저물고 동네의 등불들이 켜지니 한 때 페이스북에서 떠들썩했던 '이탈리아 친퀘테레의 야경 @친구 친구야 같이 가자!'에 나온 풍경과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정말 아름다웠지만 당시 사진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찍기도 잘 못 찍었던 터라 마나롤라 야경사진은 쓸만한 게 없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전문가들이 찍어놓은 사진이 많으니 참고하여 꼭 직접 방문해보길 바란다.














9. Firenze - 다시 남쪽으로 Head to!!

  벌써 12일이 흘렀다. 내일이면 다음 목적지인 나폴리로 가게 되는데 마지막 밤을 지난번 식사를 함께했던 친구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아름다운 이탈리아 친구들도 함께 한다니 오전부터 설레 옷들을 뒤적거렸다. 난 여행에서 마음에 들었던 장소는 가능한 두 번 이상 방문하는데, 이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몇 번이고 다시 시청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당연하게도 처음 경험했을 때에는 보지 못했던, 찾지 못했던 요소들이 분명 여기저기 숨어 있을 것이고 두 번, 세 번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레 발견하게 된다. 가령 다른 여행자들에게 화장실 위치를 알려준다던가 하는 재미난 일들도 일어나고 말이다.

오다가다 자주 만난 클래식기타 아저씨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장소를 다시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돌아다니다가 몇 번 마주쳤던 클래식 기타 버스커 아저씨는 세 번 마주친 이후로는 서로 알아보고 인사도 먼저 건네주시곤 하셨다. 시뇨리아광장에서 탄산수도 가득 채우고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선 뒤 람프레도또를 먹고 집 앞 카페에서 젤라또를 사 먹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을 보면 거리의 냄새나 재즈를 부르며 춤을 추던 사람들이 모습이 선명하다. 

  Trattoria Casalinga 

 친구가 데려온 두 명의 학교 친구와 그들이 추천해준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Trattoria Casalinga, 주부의 식당인데 말 그대로 굉장히 토속적인 피렌체의 가정식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 곳을 간 이유는 이 곳의 하우스 와인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한국에서도 술에 물을 타는 나쁜 사장님들이 계시는 것처럼 이 곳 이탈리아의 하우스 와인을 다루는 식당 중에는 조금 희석해서 약품을 타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고 한다. 구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운데, 와인잔을 *스월링(Swirling)하면 잔 내벽에 와인들이 묻는데 이후 잔에 와인이 타고 내려온 자국이 남으면 물을 타지 않은 와인이란 뜻이다. 이를 이태리에서는 용의 눈물이라고 한다는데 이태리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 전체요리와 스테이크 두 가지, 친구는 창자와 콩 파스타(Pasta con trippa e fagioli)를 주문했다. 곱창버거를 보고 '아 피렌체 사람들은 '양'을 즐겨 먹는구나'정도로 생각했지만 파스타와도 같이 먹을 정도로 자리 잡혀 있는 음식인 걸 듣고선 곱창 성애자로서 굉장히 뿌듯하곤 했다. 

 넉넉하게 여행한 탓에 가보고 싶은 곳도 거의 다 가봤고 하고 싶은 것도 거의 다 해본 것 같으니 다음을 기약하고 깔끔하게 뒤돌아 나폴리로 떠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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