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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Sep 05. 2022

이제는 혼자서 1인분.

날씨가 너무 좋았던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푸른 하늘, 탁 트인 깨끗한 시야, 선선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날씨에 감탄을 연발하며 가족 다 같이 호수공원에 가서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더운 날씨에 외출을 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외출하기 좋은 날씨 덕에 가족 다 같이 외출을 하였다.  


공원에 도착한 후 깨끗하고 시원한 날씨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 식당 근처에 도착했다. 식당 근처에 도착하자 마침 야외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재빨리 야외 테이블 의자에 앉으려고 했다. 하지만 먼저 기다린 대기자가 있다는 종업원의 안내에 우리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요즘 브런치 식당답게 식당 안쪽은 예쁜 조명, 편안해 보이는 의자와 고급스러운 테이블과 인테리어로 좋아 보였다. 입구부터 천천히 걸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카운터로 가보니 역시 대기자 명단엔 우리보다 먼저 이름을 올려둔 사람들이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쓰면서 물어보니 식당 측에서 말하는 대기 시간은 최소 30분이었다. 아이가 배고파할 것 같아 다른 식당에 갈까라고 물어보니 기다리겠다 말에 식당 앞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 같아 와이프가 아이를 데리고 옆에 다른 가게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오더니 소풍에 대해 이야기한다. 


와이프: 준형이가 날씨 좋은 날 옆에 도시락 집에서 도시락 사서 소풍 가재~

아이: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저 옆에 Snow Fox라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서 도시락 사서 소풍 가자~

나: Snow Fox? 그게 뭐 파는데야? 김밥집이야?

와이프: 아니~ 거기 롤 파는데야. 연어롤 같은 거~

나: 아~ 그래~ 그러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벌써 우리 차례가 되어 식당에서 연락이 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 야외 테이블에서 먹고 싶었지만 야외 테이블에 앉기엔 더 기다려야 해서 포기하고 식당 내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였다. 아이가 있어 3인분 시키기에는 양이 많을 듯하여 메인 메뉴 2개에 사이드 메뉴 1개를 시켰다. 처음엔 사이드 메뉴와 음료인 오렌지 에이드, 커피, 감자튀김과 치킨텐더가 먼저 도착했다. 아이는 가장 좋아하는 치킨텐더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입에 넣자마자 소리를 지른다. 


아이: 으앗!(뜨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뜨.. 뜨.. 뜨거워~!!


우리는 재빨리 차가운 음료수를 건네주었고 아이는 그러면서도 맛있다며 연신 치킨텐더와 감자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치킨텐더와 감자튀김을 먹고 있는 와중에 와이프가 시킨 파스타와 아이를 생각해 시킨 소고기 볶음밥이 도착했다.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그런지 배고픈 아이는 신이 나서 먹기 시작했고 와이프와 나는 갑작스러운 아이의 먹방 쇼에 당황했다. 아이가 생각보다 너무 잘 먹어서 아이랑 같이 먹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아이가 음식을 너무 열심히 먹어 아이 음식에 손을 대기 민망했고 와이프가 시킨 파스타를 같이 먹었으나 이것도 역시 얼마 먹지 못했다. 결국 아이를 생각해 적게 시킨 음식은 살짝 부족했다. 결국 식당을 나와 밥 먹기 전에 말했던 Snowfox라는 곳을 들러 연어롤 한 줄을 포장해서 공원 벤치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또 먹었다(웃음). 이렇게 잘 먹을 줄은 몰랐는데..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2.8kg으로 작게 태어났고, 작게 태어났다는 생각에 어렸을 때부터 먹는 것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심지어 아이의 먹성이 좋지 않았고 먹는 것이 많지 않은지 무엇을 해주면 잘 먹는지 식사 때마다 고민했었는데 아이는 어느새 혼자서 1인분을 먹고 있었다. 때가 되면 다 알아서 잘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거짓말 같았는데 진짜였나 보다. 어쨌든 한껏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언제 이렇게 컸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얼굴에 웃음꽃이 잔잔하게 핀다. 




Photo by Henrique Félix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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