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날 중 하나 수요일. 12시 40분이면 학교가 끝이 나고, 학원 가는 버스 타는 시간은 2시라 그 틈 사이 1시간 정도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요일이다. 12시 30분쯤 집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아이 학교 앞 정문에서 기다리니 슬슬 각자의 자녀를 데리러 오는 엄마들이 정문에 모이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정문으로 나오기 전 잠깐 동안 여기저기서 하하호호 스몰토크가 한창이다. 다행히 태풍도 지나간 뒤라 날씨도 좋아 다른 아이 엄마들과 놀이터 가는 것을 확인한 뒤 오늘도 놀이터로 향하기로 했다. 나도 아이 친구 엄마들 사이 스몰토크에 끼어 잠깐 이야기하며 기다리니 곧 아이들이 나왔다.
학부모들이 학교 정문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휴직 후 내가 가장 신기했던 모습이 펼쳐진다. 정문에서 하교하는 아이에게서 자연스레 가방을 받아 부모님들이 가방을 메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하교할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등교할 때도 보인다. 등교할 때도 부모와 함께 걸어서 등교하는 아이들은 대부분이 부모님이 아이 가방을 메고 손을 잡고 학교 정문까지 온 뒤 학교 정문에서 아이에게 가방을 넘겨준다. 아마 아이가 무거울까 봐 가방을 들어주는 듯하다. 아이 가방을 들어주지 않는 나로서는 굉장히 낯선 풍경이자 신기한 풍경이었다. 그래서 1학기 중반에는 와이프한테 물어보기도 했다.
나: (희한해하며) 다른 아이 엄마들은 다 아이 가방을 들어줘~ 나도 해줘야 하나?
와이프: (아무것도 아닌 듯) 자기가 들어주고 싶으면 들어주고 아니면 안 들어주면 되지~
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니~ 가방에 든 것도 별로 없던데.. 그걸 굳이 들어줘야 하나?
결국 지금까지 나는 등하교 때 아이 가방을 들어주지 않는다. 물론 아이가 들어야 할 짐이 너무 많은 경우나 가방이 너무 무거운 경우 아이의 짐을 덜어서 같이 나눠 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의 가방은 아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을 해서 가방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_-?) 남들이 보기에 너무 매정해 보일라나? 앞으로도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요청하지 않는 한 가방을 들어주지는 않을 나지만 가끔 보이는 다른 풍경에 고민을 한 번씩 하게 된다. 마음 한쪽에 걸려 고민이 되고 어느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도 아이랑 같이 학교 정문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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