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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Oct 24. 2022

뒤늦게 코로나에 확진된 가족 (1/4)

기묘한 격리의 끝

진단키트에 아이만 빼고 새빨간 두 줄이 떴다. 와이프와 내가 그것도 동시에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원하지 않는 선명한 두 줄에 우리 부부와 아이는 모두 넋이 나갔다. 얼마나 놀랐는지 매일 그렇게 찰싹 붙어 있던 아이가 멀찌감치 떨어져 하얘진 얼굴로 엄마 아빠 눈치만 살펴보고 있었다. 괜스레 아이가 짠했다. 놀랐을 아이를 달래주고 싶었지만 안아주거나 토닥여주기도 어려워 말로만 괜찮다고 다독여 주었다.


준형아 괜찮아. 놀랬어?


아빠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는 조그마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얼굴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코로나에 대해 수많은 교육을 받았던 아이는 코로나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다. 코로나 지침대로라면 엄마 아빠는 격리되고 아이 혼자 생활해야 하지만 8살 아이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민 끝에 우리 가족의 기묘한 격리가 시작되었다.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와이프는 화장실이 있는 안방에 격리했다. 목이 너무너무 아프다고 했고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라 안방에서만 지내기로 했다. 코로나에 걸렸지만 와이프보다 상태가 괜찮았던 나는 거실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거실에서 지내면서 가족들 식사와 집안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아이는 아이 방에서만 생활해야 하지만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으면 너무 불안하고 무서워했다. 그래서 거실 창문을 조금 열어 계속해서 환기를 시키고 마스크는 꼭 착용한 채 아이는 거실과 아이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생활하라고 했다.

다행히 아빠가 눈에 보여서 그런지 아이는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두려움이 묻어 있던 얼굴은 얼음이 녹듯이 슬그머니 풀려나갔고 아이는 습관처럼 나에게 매달리거나 품에 안길려고도 했다. 미안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말했다.


준형아 아빠 코로나 걸렸으니까 코로나 다 끝나면 안아주게~ 알았지?


아이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다시 물러섰다. 아이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혹시 릴레이 감염이 시작될까 격리 기간 동안 내내 걱정스러운 하루가 계속되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은 마스크를 벗지 않게 하였고, 그렇지 않아도 건조한 손을 더 꼼꼼히 씻어나갔다. 제발 아이가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코로나 걸린 엄마 아빠랑 이상한 격리 생활을 이어간 지 5일째. 아이는 미열이 있는 듯하더니 열이 38도까지 금세 올랐다. 느낌이 왔다. 코로나다. 결국 기묘한 격리 생활은 아이까지 코로나 확진이 되고 나서야 막을 내렸다. 이제부터는 가족 모두가 코로나 환자이니 그냥 다 같이 격리다.ㅠㅠ


아이는 최종적으로 병원에 가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웃으면서 돌아왔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코로나에 걸렸지만 엄마 아빠랑 같이 붙어 있을 수 있어 좋다며 웃으면서 병원에서 돌아왔다. 웃으며 돌아온 아이를 며칠 만에 꼭 안아주었다. 아이도 엄마 아빠 품이 그리웠는지 한참을 안겨 그대로 있었다. 코로나가 걸린 사람만 잡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아이까지 잡을 뻔했다.


아이가 확진되면서 우리 가족의 기묘한 격리가 끝났다. 대신 이제 아이까지 포함된 2번째 코로나 격리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



Photo by Eran Menashr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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