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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Oct 27. 2022

뒤늦게 코로나에 확진된 가족 (2/4)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

1.

엄마 아빠가 코로나에 확진된 날 아이는 병원에서 실시한 신속항원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음성 판정을 받긴 했지만 걱정스러워 담임선생님께 아이가 학교에 가도 되는지 물어봤다. 다행스럽게도 음성 판정 확인서가 있다면 아이는 학교에 등교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는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며 학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와이프는 지금부터 가정 학습하다가 코로나 감염으로 연이어 학교에 빠지면 2주 가까이 결석하게 되니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엄마 아빠가 걸려 있는데 아이가 걸리지 않을 리 없다. 그러니 아이가 학교에 가서 다른 아이들에게 코로나를 퍼뜨리는 것이 더 문제가 될 것이다. 가정학습 신청하고 학교를 조금만 쉬자라고 했다. 어느 것이 명쾌하게 맞다고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가정학습을 신청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이는 실망했지만 받아들였다.


나와 와이프가 모두 밖을 나가지 못하니 아이가 혼자 가정학습 신청서를 가지고 학교에 다녀와야 했다. 아이를 보내기 전 당부사항을 꼼꼼히 이야기하고 아이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다.


준형아 혼자 갔다 올 수 있어?

응! 나 혼자 할 수 있어. 갔다 올게. 비밀번호만 다시 한번 알려줘.


평소 아빠와 함께 등하교를 하던 아이라 혼자 학교에 갔다 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이는 보란 듯이 혼자 학교에 갔다 왔다. 아마 까치발로 1층 로비 비밀번호를 눌렀을 것이고, 혼자서 학교 가는 길이 어색해 다급하게 걸어갔다 왔을 것이다.


2.

오후에 거실에서 놀던 아이는 갑자기 과자를 먹고 싶어 했다. 엄마가 먹던 새우과자가 먹고 싶었는지 엄마한테 줬던 새우과자를 엄마가 먹었는지 물어봤다. 아이도 엄마가 먹던 거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와이프는 미안한 표정으로 엄마가 몇입 먹었다고 고백했다. 집에 새우과자가 더 있었으면 좋으련만 없었기에 아이는 실망했다. 내가 다른 과자 먹고 싶은 거 없는지 물었더니 새우과자만 먹고 싶다고 했다. 사 와야 했다. 이번에도 역시 와이프와 내가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니 아이 혼자 다녀와야 했다. 집 앞 길 건너 편의점에 가서 혼자 계산하고 올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아빠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용돈으로 사 먹고 싶다며 용돈 지갑을 찾았다. 그런 아이가 걱정되어 자꾸만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잔소리가 길어지자 혼자 다녀오겠다던 자신감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조금 나중에 가겠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괜찮다고 혼자 갔다 오라고 했다. 다만 편의점에 가려면 집 앞에 찻길을 건너야 했기에 부모님들이 늘 하던 이야기가 내 입에서도 나왔다.


길 건널 때 차 조심하고, 양 옆에 꼭 살피고 알았지?

응! 차 없을 때 조심히 갔다 올게


야무진 대답을 뒤로하고 아이는 용돈 지갑을 챙겨 현관문을 나섰다. 초조한 마음에 편의점이 보이는 부엌 쪽 베란다 창문에 우리 집 아이가 보이는지 매달려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직 안 내렸는지 이미 편의점에 들어갔는지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걱정과 코로나로 인한 두통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려고 할 때 현관문에서 ‘띠띠띠띠띠~’하는 소리가 났다. 현관에 가보니 아이가 환한 표정으로 새우과자를 품에 안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학교에 혼자 다녀오고, 편의점에도 혼자 다녀오더니 아이가 자신감이 붙었는지 엄마한테 학교에 혼자 다니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와이프는 방에 있는 나를 불러 아이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아이는 머뭇머뭇거리더니 다시 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빠. 나 이제 학교 혼자 다닐래.

응? 이제 다닐 수 있겠어?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직은 아빠랑 같이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했던 아이가 혼자 다녀보더니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아이 얼굴을 보니 허락해도 될 듯했다. 와이프를 바라보니 적절한 시기라며 허락해주라고 했다. 아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두 혼자 다니고 싶어 했지만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기로 약속한 수요일과 금요일만 마중 나가기로 했다. 아빠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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