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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Nov 03. 2022

뒤늦게 코로나에 확진된 가족(3/4)

코로나에 합류한 아이

코로나에 확진된 지 4일 차. 3일 차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는데 4일 차 되니 몸이 조금 나아졌다. 몸은 나아졌지만 와이프와 나는 모두 지쳐 있었다. 그 와중에 목요일 오후부터 아이는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미열이 나는 모습을 본 와이프는 급하게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병원으로 향했다. 코로나에 걸린 엄마 아빠와 4일이나 같은 집에서 생활했으니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도 어쩔 수 없겠거니 했다. 조급한 마음에 와이프한테 문자를 보냈다.


검사했어?

 근데 음성 나올 건가 ;; 바로  나왔어

응???ㅠ


확신을 가지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지만 아이는 또 음성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 말에 따르면 증상이 심하지 않아 안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나올 것이라 했다. 안타까웠다. 어차피 내일 되면 양성이 나올 것이 확실한데 하루라도 더 빨리 격리가 시작되어야 빨리 끝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잠자기 전 아이는 열이 올라 해열제를 한 번 더 먹고 잠을 잤고, 열기운에 엄마를 불러 해열제를 또 먹었다고 했다.

다음날 코로나 검사를 갈까 말까 고민하는 와이프에게 다녀오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왜 자기만 하루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 되냐며 억울함을 따졌다. 그러다 곧 또 열이 올라 기운이 빠진 아이는 소파에 누웠고 해열제를 먹었다. 몸이 아픈 아이에게 병원에 가보자는 말은 쉽게 먹혔다. 다행이었다. 나는 몸이 더 아파져서 아침 먹고 약 기운에 잠깐 누웠있는다는 게 선잠이 들었다가 일어났다. 집이 조용했다. 이상하다 싶어 거실에 나와보니 아무도 없었다. 와이프에게 문자를 보냈다.


병원 갔어?

응 준형이도 확진


그 고생을 하면서 아이에게 전염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은 아이도 확진되었다. 부모가 모두 확진된 상태에서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걸리지 않는 것도 어려운 일이겠거니 생각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들었는데도 어찌 된 일인지 표정이 밝았다. 엄마 아빠가 코로나에 걸려 있어 거리를 두고 밥도 따로 먹고 하던 일들이 생각보다 힘들었나 보다. 와이프 말에 의하면 어제부터 밥을 잘 안 먹었다고 들었다. 아마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랬던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고 나니 엄마 아빠한테 마음껏 가까이 갈 수 있어 편안해졌다고 했다.

코로나에 걸려 어떻게든 아이에게 전염시키지 않겠다고 하는 행동들이 알게 모르게 아이 마음속에 속상함을 남겼나 보다.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진 것과 다르게 아이 상태는 좋지 않았다. 식사 후 해열제를 먹지 않으면 열 때문에 힘들어했고, 해열제를 먹어도 미열이 있었다. 결국 그날 저녁 아이는 열로 인해 경기를 일으켰다. 먹었던 저녁을 토했고 아이는 놀라서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뒤처리를 하는 사이에 와이프는 간신히 달래 해열제를 한 번 더 먹이고 재웠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왔다 갔다 하며 아이방을 기웃거리다 와이프 손짓에 안방으로 쫓겨났다. 안방 침대에 누워 걱정하던 나는 걱정하던 마음과 다르게 두세 번 뒤척이다 금방 잠이 들어 버렸다. 그날 저녁 아이는 다시 깨지 않고 푹 잤다.

다행스럽게 아이는 첫날만 열이 많이 났고 그 이후부터는 열이 많이 나진 않았다. 코로나에 지쳐 누워만 있던 아이가 심심하다고 놀아달라는 것을 보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어른과 다르게 아이는 코로나 걸려도 덜 아프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보다. 격리가 끝날 때까지 괜찮아진 아이랑 집에서 무얼 하고 놀아야 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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