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기 어려운 마음

아이가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

by 지하

졸업식날 아침 아이가 일어나서 주춤주춤 거실로 걸어 나왔다. 항상 그렇듯 아이는 거실로 나와 맨 먼저 소파에 누웠다. 그전까지 책을 보던 나는 아이가 일어난 것을 보고 아침 준비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밥을 하고, 반찬을 준비하는데 갑작스레 아이가 불편함을 호소한다.


아이 : (잠이 덜 깨서 잠투정 부리듯이) 아앙~눈부셔~~~!!! 눈부시다고~~

나 : (당황하며) 준형아~ 아빠 아침 준비하잖아 준형이 눈부시면 엄마 옆에 가서 누워 있어~~

아이 :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싫어~ 엄마 옆에 가서 눕기 싫어~~


속으로 아이가 아침부터 왜 저러나 싶었다. 잠을 덜 잤나? 잠자리가 불편했나 싶었는데 금세 또 얌전해진다.

졸업식에 가야 했기에 씻고 정리하고 아침 먹을 때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와이프랑 투닥거리다 '흥~'하며 아이가 안방 이불속에 가서 눕길래 다독여서 아침 먹이려고 따라 들어갔더니 싫다며 발로 툭툭 찬다.


나 : 아야! 준형아 아빠 때리면 안 되지!!

아이 : 이잉~~~!!!

나 : (참아주다가 못 참아서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때렸다.) 너~ 때리지 마~!

아이 : (짜증 내며) 아빠가 더 세게 때렸어~~ 아빠가 더 세게 때렸잖아~~

나 : 너 이렇게 아침부터 짜증 내고 이러면 안 돼~!!(하며 일어서서 식탁을 차리러 나왔다.)


아이는 그 뒤로 계속 방에서 뒤척거리고 있었고 와이프와 나는 아이를 한두 번 부르고 아침식사를 하였다.

그러다 아이가 나와 식탁에 앉았는데 아이 얼굴에 심통이 가득해 보여 와이프가 물었다.


와이프 : 준형아 아침부터 왜 심통이야~ 유치원 졸업해서 서운해?

아이 : (갑자기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가 자신도 모르는 감정이 마음에 가득 차 힘들었었는지 엄마 아빠가 자기 마음을 읽어주기를 기다렸나 보다. 와이프 한 마디에 심통이 가득했던 얼굴이 풀어진다. 유치원을 졸업하는 것이 아무래도 서운함, 속상함, 긴장감을 불러일으켰고 이것들이 마음의 불편함을 일으켰나 보다. 나는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신기하게 와이프는 한눈에 알아봤는지 아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 낸다. 역시 와이프가 이런 면에서는 나보다 낫다. 아휴... 아침부터 쉽지 않다. 아이가 커가면서 습관이나 다른 사람에게 인사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만 생각했지 이런 감정적인 부분을 생각하진 못했다. 이제는 아이가 스스로 이렇게 복잡한 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그리고 이걸 안전하게(나도 상대방도 다치지 않게) 밖으로 표현할 수 있게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줍은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