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사과

사과하는 마음

by 지하

저녁 먹고 아이를 씻길 시간에 되어 아이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갔는데도 열심히 책을 보길래 옆에서 무슨 책을 보고 있나 하고 소파에 누워서 책을 보는 아이에게 다가갔는데 갑작스럽게 짜증을 낸다.


아이 : (방해된다는 듯이 크게 소리 지르며) 아앙~~ 그림자 만들지 마!!!


아이의 짜증에 상처를 받고 엄마랑 씻으라며 말해두고 식탁에 가서 조용히 책을 봤다. 그러자 방에 누워있던 와이프가 중재를 위해 출동했다. 아이가 10분 정도 책을 보고 난 후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 손을 잡고 조용히 방에 가서 이야기를 한다. 아마 전후 사정을 들어보려는 것 같다. 잠시 후 아이와 와이프가 방에서 나오더니 아이는 토마토를 먹고 와이프는 설거지를 하길래 나는 방으로 들어와서 책을 마저 보았다.

와이프는 설거지가 끝나자 아이랑 같이 조심스레 나한테 왔다.


와이프 : 아빠~~(아이를 보면서) 준형아 엄마가 아빠 불러줬으니 나머지는 준형이가 해야지?

아이 : (한참을 머뭇거리며 수줍게) 아빠~ 미안~

나 : (아이를 끌어안으며) 아빠한테 갑자기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아빠 속상해~그러면 안 돼~

아이 :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

나 : 그럼 아빠 뽀뽀해 줘야지~~

아이 : (간지럽다는 듯이 몸을 빼며 서) ㅋㅋㅋㅋ (장난기가 다분한 목소리로) 아니야~~ㅋㅋㅋㅋ


결국 아이가 나에게 뽀뽀를 해주면서 일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가끔 이렇게 갑작스러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낼 때는 굉장히 당황스럽다. 아이는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닌 것 같고, 내 마음속 감정의 물결은 마치 폭풍우에 휩쓸리는 조각배 같이 흔들린다. 내 아이의 의도하지 않은 공격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내 모습을 찬찬히 돌아보며 걱정이 앞선다. 아이에게 아직 오지도 않은 사춘기가 왔을 때와 겹쳐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아니 사춘기가 왔을 때 감정의 날을 세워 던지는 아빠를 망연자실하게 만들 쓰라린 한 마디는 어떻게 견디지.


어른이라고 아이보다 실수를 덜 하거나 잘못을 잘 수습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더 많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것 같다. 아직은 어렵겠지만 이런 생각이 아이에게 잘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실수를 하고 나면 당황스럽고 창피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용기 있게 하는 것은 세상을 사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함박눈이 만들어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