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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Mar 07. 2022

글 쓰는 용기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얻은 글 쓰는 용기

공립 고등학교 생명과학 교사로 살아가지만, 이야기를 좋아해 신동흔 교수가 쓴 [스토리텔링 원론]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임계점(臨界點, critical point)’을 러시아 민담 중 [순무]라는 이야기에 빗대어 정말 알기 쉽게 설명한 부분이 있다. 너무 찰떡같은 비유에 기억해 두었다가 아이들에게 임계점을 설명할 때 써먹으려고 머리 속 한편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 아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커다란 순무]를 읽어줬던 기억이 있어 다시 한번 읽어 보고자 집에 있는 [커다란 순무] 책을 찾았다.


순무를 기르는 농부 할아버지가 순무를 수확할 시기가 되어 순무를 뽑는데 한 순무의 뿌리가 얼마나 큰지 아무리 힘을 써도 뽑히지 않았다. 순무를 뽑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검둥개, 고양이까지 힘을 모아 매달려 봤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검둥개, 고양이가 와서 힘을 합해도 뽑히지 않던 순무는 고양이가 부른 쥐까지 도와 힘을 더하자 거짓말처럼 쑥 뽑혔다.
                                                         <출처 : 알렉세이 톨스토이(2017), 커다란 순무, 시공주니어>


변화가 없어 보이던 대상이 아주 조그마한 자극이 더해져 한순간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경계. 유리컵에 넘실넘실 넘치듯이 담겨 있는 물에 한 방울, 또 한 방울, 또 한 방울의 물이 더 해지다 마지막 한 방울이 찰랑거리던 유리컵 속의 물을 넘치게 하듯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는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부족한 용기 마지막 한 방울을 더해주었다.

철없었던 대학생 때 인생의 최종 목표 중 하나가 책을 쓰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책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관심 있는 또는 흥미 있는 책을 보고 나면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책을 써야지 하는 생각이 나의 마음 깊은 곳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커다란 문구점에 가면 다이어리 또는 연습장 그리고 볼펜 판매대를 기웃거리는 게 아닌가 싶다. 항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그런저런 이유로 꾸준히 쓰지는 못하고 있었다. 꾸준함의 어려움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라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를 만났고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고 들어가 조금씩 읽어 나갔다. 처음에는 표지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좋았고 읽어 나갈수록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잔잔한 응원과 격려에 매료되었다. 마치 옆에서 차근차근 섬세하게 글 쓰는 일의 궁금증과 어려움을 모두 다독여주며 가르쳐주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매일 아기를 재우며 조금씩 밖에 책을 읽지 못하였지만, 내일 저녁에 또 읽을 수 있는 분량이 남아서 좋았고 따뜻한 응원을 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그리고 작가의 응원은 내 마음속에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커다란 유리컵에 마지막 물방울이 되어 넘실거리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흘러넘치게 했다. 그 용기로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고, 브런치도 도전하였다. 사실 블로그는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 두었지만 정말 잠깐씩 글을 남기던 공간이었고 꾸준하게 쓰지는 못하였다. 부끄럽지만 브런치도 첫 번째 작가 도전은 실패하였었고, 이번 두 번째 도전이었다. 작은 도전이고 내 꿈을 위한 한 걸음이지만 시작하고 나니 또 한 번 느낌이 새로웠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기쁘고 신나는 일이다. 기쁘고 신나는 것과 별개로 글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글쓰기가 힘들어질 때마다 또는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때마다 정여울 작가의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조언을 얻고 한편으론 내가 가야 할 글쓰기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저에게 글쓰기는 ‘나의 삶 자체가 타인에게 선물이 되는 법’을 꿈꾸는 길입니다. 한 문장이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할 수 있다면, 한 문장이 누군가의 고단한 등을 쓸어주는 따스한 손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커다란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 정여울(2021), 끝까지 쓰는 용기, 김영사 p102>


에필로그


“부디 이 책이 여러분의 가슴속에 따스한 영감의 씨앗을 뿌리는 다정한 농부의 손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이 두드린다면 열릴 것입니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다면 세상은 마침내 당신의 간절한 목소리에 다정하게 화답할 것입니다.” <출처 : 정여울(2021), 끝까지 쓰는 용기, 김영사 p297>
브런치 작가 데뷔 기념 스크린 샷

[끝까지 쓰는 용기]의 응원에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시작한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되었다. 간혹 세상에 드물게 나타나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아주 평범한 제너럴리스트로서 평범하지만 여러번에 걸쳐 오랫동안 기억해 두고 싶은 소중한 싶은 나만의 이야기를 꾸준하게 쓰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




서지 정보

지은이 : 정여울

그림 : 이내

제목 : 끝까지 쓰는 용기

출판사 : 김영사

출판연도 : 2021.08.11.

페이지 : 총 3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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