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몇 시에 데리러 갈까?
나 : 준형아~~ 오늘은 유치원에 몇 시에 데리러 갈까?
아이 : (고민하더니 거실에 있는 시계를 보고) 음... 5시 반?
나 : 응? 5시 반? 그럼 아빠가 집에서 5시 15분에 출발하면 될까?
아이 : 아니 5시 15분이 아니라 5시 반!! 꼭 5시 반에 유치원에 와야 돼~~!!
우리 집 거실에 있는 시계는 일부러 시간을 10분 정도 빠르게 맞춰놓았다. 정시에 맞춰 두면 아무래도 준비하는 게 늦어질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는 아빠가 혹여나 유치원에 빨리 데리러 올까 봐 5시 반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말해서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화수목은 유치원에서 빨리 와야 해서 아이는 월요일과 금요일은 늦게까지 유치원에 있으려고 한다. 집에서 노는 것보다 유치원에서 노는 게 좋은가 보다.
그런 아이를 보며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노는 게 좋았다는 기억은 없다. 그렇다고 싫었다는 것도 아니다. 워낙 기억이 오래돼서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성당 유치원을 다녔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모두 수녀님들이셨던 거 같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손톱깎이 배우기 그리고 하루에 한 번 성당에 기도하러 들어가는데 성당 입구에서 성수에 손가락을 담갔던 기억만 남아 있다. 유치원에서 노는 게 좋았다면 나도 늦게까지 있으려고 했을 텐데 그런 기억은 없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유치원에서 노는 게 너무 좋은가 보다. 그래서 한 번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 : 준형아~유치원에서 놀면 재밌어?
아이 : 응!! 유치원에서 놀면 너무너무 재밌어~
나 : 어떤 점이 재밌어?
아이 : 음... 몰라~
표현을 잘 못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즐겁다고 하는데 아이가 유치원에서 올 때 보면 항상 손에 여러 가지 재활용품 또는 색종이로 만든 엄청난 크기의 물건들이 오는 것으로 봐서 만들기 재료가 많은 곳이라 그런 것 같다는 추측만 할 뿐이다.
물론 아이가 3년간 열심히 다녔던 유치원이지만 항상 좋았던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날은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잠꼬대를 통해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날도 있었고, 나랑 와이프는 출근해야 하는데 갑작스레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해 가슴이 철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유치원에 더 있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다행스러운 마음과 함께 시간이 흘러 아이가 또 한 번 성장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