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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 Apr 01. 2022

함께 살기 위한 민주주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제작팀ㆍ유규오(2016),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22년 3월 9일(수) 대한민국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었고 투표율은 19대 대통령 선거 때와 비슷한 77.1퍼센트(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77.2퍼센트)로 마무리가 되었다.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치열한 상대팀 후보 검증과 후보의 공약이나 논리가 투표자의 어떤 주장을 대변해 주는지에 대한 유세 활동이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났던 수많은 갈등과 선거가 가지는 의미를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사는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의 저자는 우연히 E. E. 샤츠슈나이더(E. E. Schattschneider)의 [절반의 인민주권]을 읽고 민주주의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샤츠 슈나이더가 대의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갈등’이라는 키워드로 명료하게 설명해내는 것을 보고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개론서도 없는 현실에 막막하였지만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이 했던 연설의 한 문장, “government of th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에서 ‘people’중 민주주의의 핵심이 무엇이냐의 고민에서부터 시작한 저자의 ‘민주주의’는 EBS 다큐 프라임 공모에 당선되었고 2016년도 여름에 처음 공개되었다.


사람들과 사회에서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그 속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에 대해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항상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우연히 얻은 책 표지를 보면서 저 책을 읽으면 내가 궁금한 것이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냈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를 나는 그렇게 읽기 시작하였다. 벌써 발간된 지 6년이 지난 책이지만 민주주의와 갈등에 대한 설명은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다. 그중에서 갈등에 대한 가장 눈의 띄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갈등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질서를 구축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민주주의 질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민주적 제도를 통해 갈등은 표출될 수 있지만 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갈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내전이 발발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경합적(agonistic) 모델’입니다.
적대적 갈등 상황에서는 상대방은 친구 아니면 무찔러야 할 적이며, 결국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민주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없지만, 결국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민주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없지만, 경합적 갈등에서는 상대편을 적이 아닌 반대자로 간주합니다. 서로 간의 갈등을 이성적으로 해결할 방식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반대자의 요구를 합당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죠. 상대방의 관점과 그 관점을 견지할 권리를 인정해 주는 한편, 갈등상태를 다룰 방식을 찾는 것이 제가 말하는 경합적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의회나 선거처럼 일시적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민주적 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물론 중요합니다. 즉 갈등은, 서로 합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인정하는 자세를 뜻합니다. 그리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면, 그 사람의 관점에 동의하지는 않아도 단기간 동안은 그가 현직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인정해 줘야 합니다. 이런 민주주의의 경합적 모델이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출처 :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제작팀ㆍ유규오(2016),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p92-93

작가는 갈등의 존재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며 사람마다 또는 집단마다 가지고 있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입장에 따라 갈등은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분명히 세상의 모든 문제는 생각만큼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까지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갈등을 마주하는 나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며 급하기만 하다. 알렉산드로스가 복잡한 고르디우스 매듭을 칼로 잘라서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였듯이 단칼에 갈등이 시원하게 해결되었으며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나를 삼키려 든다. 그렇기에 항상 조급한 마음을 경계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는 안타깝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살아가는 민주주의와 갈등이란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해준다.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지만 마음을 놓아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단단한 매듭과 같고 누군가 나 대신 시원하게 해결하여 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대신 우리 스스로 중심을 잡고 끈기 있게 원하는 것을 시도하며 이루는 날이 오기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해내면서 기다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한다.


World Inequality Report 2022에 따르면 한국 성인 평균 국민소득은 €33,000(₩38,426,130)으로 서유럽의 부유한 국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불평등의 수준은 미국과 비슷하다고 한다. 게다가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펼쳐진 자유화와 규제완화 경제정책은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상위 10%가 보유한 전체 부의 비율이 59%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런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정부의 역할을 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는 이런 의문의 기저에 깔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가치의 차이를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경쟁을 전제로 합니다. 1원 1표, 돈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의사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이에 비해 민주주의는 평등을 전제로 합니다. 1인 1표, 누구나 동등하게 의사 결정에 참여합니다. 이렇듯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그 속성상, 의사 결정 방식에서 서로 긴장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제작팀ㆍ유규오(2016),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181

실제 Government at a Glance 2021 연구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정책의 실체 또는 사람들에게 인식된 정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EBS 다큐 프라임 민주주의] 작가도 Government at a Glance 2012년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면서 간단한 모식도로 이들의 관계를 제시한다.


민주주의에서 정부 신뢰도와 경제 불평등에 대한 선순환과 악순환 구조 모식도, 출처: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제작팀ㆍ유규오(2016),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198


선순환 구조의 대표적인 나라로 북유럽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를 이상적인 국가나 사회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천천히 더 나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 않을까 한다.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 작가는 우리가 해야 하는 행동과 의무를 잊지 않아야 하며 다가오는 미래나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불만족스러운 미래나 현재를 거름 삼아 지금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정부의 역할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엄 촘스키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미래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누리면서 살고 있는 민주주의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 만큼 행동하고, 행동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돌아온다는 것일까? 내가 알고 있고 믿고 있는 민주주의의 의미가 다른 사람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민주주의의 의미와 같은 것일까? 아마 모든 가치들이 그러하듯 다양한 사람의 수만큼 민주주의도 다양할 것이다. 다만 혹시 나는 환상에 둘러싸여 민주주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의심해 보지만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는 이런 나에게 민주주의가 처음 시작된 아테네로부터 시작하여 민주주의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구체적 예시와 자료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민주주의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과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어 막연했던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자원 배분 권력이다.

출처 :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제작팀ㆍ유규오(2016),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70]
민주주의는 평범한 시민들의 이익과 관심에 반응하는 정치 체제입니다. - 폴 피어슨

출처 :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제작팀ㆍ유규오(2016),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260
갈등은 제거될 수 없고 오직 조정될 수밖에 없다.

출처 :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제작팀ㆍ유규오(2016),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132
유권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를 해임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정치적 삶,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라는 맥락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 애덤 쉐보르스키

출처 : EBS 다큐프라임<민주주의>제작팀ㆍ유규오(2016),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p262


에필로그

2016 공교롭게도  책의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이후 2017 3 10 헌법재판소에 의해 박근혜의 대통령직 파면이 선고된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한번 역사를 남긴 것이다.


서지 정보

지은이 :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제작팀ㆍ유규오

제목 : 민주주의

출간 연도: 2016년 12월 12일

출판사 : 후마니타스(주)

페이지 : 총 279면


Reperence

OECD(2021), Government at a Glance 2021, OECD Publishing, Paris, https://doi.org/10.1787/1c258f55-en.

World Inequlity Lab(2021), World Inequlity Report 2022, https://wir2022.wid.world/insights/.

EBS 다큐 프라임 민주주의[https://youtube.com/playlist?list=PLRyMKEwuB1EG4BNqJ8vgax8Qn5NSPwOV2]

대한민국 헌법[https://www.law.go.kr/법령/대한민국헌법]

제임스 메디슨, 연방주의자 논문 NO. 10 (1787) [https://kr.usembassy.gov/ko/education-culture-ko/infopedia-usa-ko/living-documents-american-history-democracy-ko/federalist-papers-1787-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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