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석(2021), 인지 편향 사전 개정 2판, 옥당북스
생물은 수만 년 동안 자연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만 선택되어 살아남는 자연선택(진화) 과정을 거쳤다. 그중 동물은 본능적으로 대상을 파악하여 위험을 감지하거나 먹이나 자원을 획득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게 되었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사고 체계는 감성과 직관을 따르며 행동과 결정을 통해 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감성과 직관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을 마음의 편향(인지 편향)이라 부르며 뇌인지 심리학자에 따르면 이는 강력한 본능이라고 한다.
인지 편향은 경제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로부터 출발한 신고전경제학(新古典經濟學)에서 인간의 소비 활동을 비롯한 경제 활동은 모두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이성과 동떨어진 행동이나 결정을 유발하는 감성과 직관은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배척되고 무시되었으나 실제 인간의 경제 활동을 살펴보면 감성과 직관에 의한 행동이나 결정이 항상 나타났다. 결국, 2000년대에 들어와서 이성과 분석을 처리하는 사고체계와 감성과 직관을 처리하는 사고체계를 분리해 심리학에서 연구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감성과 직관을 통한 사고 체계가 설명되기 시작하였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는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편향과 주먹구구식(휴리스틱스적)의 사고’로 가득 찬 존재임을 구체적ㆍ경험적ㆍ과학적 실험 결과를 통해 밝혀내어 비합리적 활동과 판단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후 인간의 비합리적 경제 행동을 설명하는 행동 경제학 분야를 개척하였고 이러한 공로로 심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경제 활동 이외에 본능에 따른 마음의 편향이 작용하는 또 다른 영역 중 하나는 위험지각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기술에 대해 본능적으로 위험을 지각한다. 그 위험의 정도는 사물이나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느낌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 느낌이 긍정적이면 손해는 작고 이익은 많다고 판단하고, 그 느낌이 부정적이면 손해는 크고 이익은 작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통계적 위험성은 무시하고 본능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본능에 각인된 인지 편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적용되는 인지 편향에 대하여 저자는 대니얼 카너먼을 비롯하여 게리 클라인, 윌리엄 더건, 게르트 기거렌처 등의 연구자들이 밝혀 놓은 수많은 인간의 휴리스틱스적 사고 중 중요하며 일상생활에서 많이 나타나는 인지 편향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되는 인지 편향은 독자가 인간 사고의 특성을 이해하거나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145개 중 101가지를 추려내어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출발은‘우리의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편향’부터 시작하여 ‘우리의 신념에 영향을 주는 편향’, ‘인간관계나 조직 행동에 영향을 주는 편향’을 거쳐 마지막으로‘기억 오류’와 관련된 편향을 소개한다. 편향 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하면 이렇다.
사람은 확증 편향에 의해 ‘확고한 믿음으로 확고한 사실을 생산’한다. 확고한 사실을 보고 확고한 믿음을 갖는 게 아니고 말이다.
출처: 이남석(2021), 인지 편향 사전 개정 2판, 옥당북스, p171
사람들은 자기가 한 행동을 정당화할 외적인 근거가 부족할 때, 즉 최소 합리화밖에 할 수 없을 때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할수록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자기에게 원래부터 그 행동을 할 의지나 생각 등 내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아예 자신의 판단을 바꾼다.
출처: 이남석(2021), 인지 편향 사전 개정 2판, 옥당북스, p229
집단 토의에서 어떤 사람이 여러분의 생각과 비슷한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면, 여러분은 의견의 방향을 바꾸지는 않아도 그 사람과 구별되는 여러분의 생각을 강조하고자 원래 의견의 정도를 과장하기가 쉽다. 보수적인 결정을 하려고 했다면 더욱더 보수적인 의견을 내고, 도전적인 결정을 하려고 했다면 더욱더 모험을 지향하는 의견을 내는 식으로 말이다.
출처: 이남석(2021), 인지 편향 사전 개정 2판, 옥당북스, p290
2019년부터 시작된 감염병 COVID 19는 많은 사람을 감염시켰고 곳곳에서 직장 폐쇄, 학교 폐쇄 등으로 일부 사회를 마비시켰다. 마비된 사회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사람들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를 찾았으나 의료진과 과학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못하였다. 확증 편향, 인지 부조화, 집단 극단화 현상 등 인지 편향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가짜 뉴스들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음모론을 만들어내었고 음모론은 인포데믹(Infordemic)을 일으켰다. 인포데믹을 일으키는 인지 편향이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긴 하나 자신이 합리적으로 올바른 사고를 하길 희망한다면 인지 편향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인지 편향 사전]은 합리적 사고(思考)에 대해 여러 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우리에게 던져 주며 나름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책을 읽다 보면 각 인지 편향에 붙는 부제들이 인지 편향 정의 또는 책의 내용과 매칭이 되지 않은 것 같을 때가 있기도 하고 여러 인지 편향을 소개하기 위해 각 인지 편향에 대한 정보가 간략한 점은 조금 아쉽다.
지은이 : 이남석
제목 : 인지 편향 사전: 누구나 빠지는 생각의 함정
판사항 : 개정 2판
감수 : 이정모
출판사 : 옥당북스
출간 연도 : 2021. 11. 12.
페이지 : 총 399면
Paul Slovic(2016), 위기감: 위험지각의 새 조망, (주)시그마프레스, pp26-37
이상아(2021), Skeptic: 마음의 편향은 강력한 본능이다, (주)바다출판사, Skeptic Korea Vol.28
네이버 지식백과 [대니얼 카네만의 생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18518&cid=50854&categoryId=50855]
네이버 지식백과 [행동경제학]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67091&cid=50305&categoryId=50305]
위키백과 인지 편향 목록 모식도 [https://es.wikipedia.org/wiki/Archivo:Cognitive_Bias_Codex_-_180%2B_biases,_designed_by_John_Manoogian_III_(jm3).jpg]
위키백과 행동 경제학 [https://ko.wikipedia.org/wiki/행동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