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수요일 저녁. 먹고 싶은 음식들을 실컷 먹은 아이는 배탈이 났고 저녁에 잠을 자지 못하였다. 새벽에 옆에 누워 자던 아이의 낑낑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잠꼬대인 줄 알았던 나는 아침에 아이가 배가 아파서 잠을 자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제야 그 소리가 아이가 배가 아파 힘들어하던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의 몸은 열이 나 뜨끈뜨끈 하였다. 열을 재보니 38.1℃. 급하게 집에 있던 해열제부터 먹였지만 학교에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병원 문이 열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도 배탈이 난 것 같다며 간단한 약을 주었다.
목요일은 아이가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축구 교실에 가는 날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축구교실에 가기에 아이는 매주 목요일만 기다렸다. 내 생각에는 배탈이 나서 아이가 축구 교실에 가지 못할 것 같았지만 몸 상태가 괜찮아지면 오후에 갈 수 있을 거야라고만 했다. 그 말에 힘을 얻었는지 괜찮아지고 있다며 힘을 내던 아이는 영어 학원부터 갔다. 나중에 들었지만 영어 학원을 갔을 때 머리가 너무 아파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아마 내 생각에는 아이가 영어 학원도 못 가는 몸 상태면 축구 교실도 가지 말라고 할 것 같아 꾹 참고 갔던 것 같다.
영어 학원이 끝나고 학원 버스에서 내릴 때 아이를 맞이하러 갔더니 괜찮아 보였다. 그래서 괜찮은지 물어보았더니 괜찮다고 했다. 집에 들어와서 혹시나 싶어 열을 재어보니 다시 열이 나고 있었다. 아이에게 열이 나니까 축구 교실 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더니 꾹 참았던 아픔과 힘듦 그리고 서러움이 폭발했는지 엉엉 울었다. 안타까웠다. 그래서 우선 아이를 달래서 해열제를 먹이고 괜찮아지는지 상황을 보자고 설명했다. 아이는 서러웠지만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붙잡고 억지로 참으며 쓰디쓴 해열제부터 먹었다. 하지만 몸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결국 아이는 축구 교실을 가지 못했다.
아이가 아플 때도 속이 상하지만 축구 교실에 가지 못해 속상함 서럽게 울던 아이의 모습은 유독 마음에 걸렸다. 몸이 아파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했을 때 아이가 느꼈던 순수한 감정은 울음과 함께 흘러넘쳐 나에게 전달되었다. 정말 정말 힘들게 아픔을 꾹꾹 참고 영어학원까지 갔다 왔는데 열이 나서 가면 안 되겠다고 이야기하는 아빠의 말이 원망스러웠을 것이고, 일주일 내내 기다렸던 축구 교실을 배탈이 나서 가지 못해서 속상하였을 것 같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은 유튜브로 축구 경기 보는 것으로 대체했지만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아이는 그만 보겠다고 하고 방에 들어가서 누웠다. 축구를 실제로 하는 것보다 재미가 덜 했을 수도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끝까지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저녁에 약속이 있어 밖에 잠깐 나갔더니 아이는 8시도 안 되어 지쳐서 먼저 잠들었다고 연락이 왔다.
금요일 아침 아이 컨디션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좋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진듯한 모습도 보였다. 음식을 별로 안 먹어서 힘은 없었고, 물을 별로 못 먹어서 약간의 탈수 증상도 보였다. 물과 음식은 먹는 족족 토했고 아이는 기운이 없어 누워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점심까지 지켜보다 상태가 안 좋으면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아이는 힘들어하다 지쳐 이부자리에 조용히 누워 있다가 다시 잠들었다. 평소 늦잠이나 낮잠을 안자는 아이가 배탈이 나서 힘들어하다 지쳐 다시 잠이 드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배가 아프다고만 표현하는 아이가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아침에 조금 먹은 약과 음식을 다 토하는 모습을 보고 탈수 증상이 심해질까 봐 아이를 달래 집 앞 편의점에서 이온음료(포카리스웨트)를 샀다. 어렸을 적 이온음료를 처음 먹었을 때 느꼈던 오묘한 맛 때문에 지금도 잘 마시지는 않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이온음료를 권했다. 다행스레 아이의 입맛에 이온음료는 나쁘지 않았고 수분을 섭취한 아이는 이내 빠르게 괜찮아졌다. 먹은 게 너무 없어 바나나를 조금 권했고 바나나를 먹은 아이는 조금 더 기운을 차렸다. 이렇게 아이의 배탈은 다행스럽게 막이 내리는 듯했다.
어렸을 적 몸이 약해 자주 감기에 걸리고, 배탈이 났던 나보다 튼튼한 우리 아이지만 한 번씩 아픈 아이를 바라보고 병간호를 해줄 때는 정말 너무나 안쓰럽다. 아픈 아이의 기운 없는 모습에 속상함이 내 마음을 한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내 다시 힘을 내서 아이 옆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괜찮아질 것이라는 마음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용기를 낸다. 내가 어렸을 적 내 옆에서 병간호하던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아이를 낳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더니 그랬다. 딱 내가 그랬다.
<상단 이미지 Aditya romansa's photo.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