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빠의 어려움

아이의 감정이 폭발할 때

by 지하

아직 감정 표현이 서툰 우리 집 아이는 가끔 감정이 폭발할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또는 하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기쁨, 쑥스러움, 슬픔, 속상함, 조바심 등의 감정이 뒤섞여 폭발하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어쩔 줄 몰라한다.


지난 금요일 학원이 끝나고 나랑 도서관을 가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도서관에 가서 빌린 책도 반납하려는데 빌린 책 딱 한 권이 보이지 않는 거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처럼 도대체 왜 매일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도서관 책이 막상 도서관에 반납하려 가려니 보이지 않는지. 아이에게 잠깐만 책 좀 찾아가지고 가자고 했는데 아이의 마음은 이미 도서관에 가 있었나 보다.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데 책을 찾는 게 길어지니 아이가 답답해하며 재촉하다 이내 감정이 폭발한다.


아이 :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아빠! 빨리 가자!

나 : (여기저기 뒤지면서) 준형아 잠깐만~ 책 하나만 찾아 가자~~

아이 : (구시렁거리며) 빨리 가고 싶은데~

나 : (다 안다는 말투로) 알았어~알았어~ 아빠도 반납할 책 하나만 찾으면 갈 거야

아이 : (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으며) 아빠~ 빨리빨리~~ (그러다 폭발하듯이 큰 목소리로) 빨리 가자~~~~!!


아이의 조바심과 속상함은 이해가 되나 폭발적인 반응의 감정은 너무 버겁다. 자신의 마음을 쿵쿵거리는 발걸음과 씩씩거리는 콧바람으로 표현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흥분해서는 도서관 못 간다며 감정을 식히자고 이야기했더니 아이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나 : (차가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준형아! 너 이렇게 흥분해서는 아빠 도서관 안 갈 거야. 흥분한 상태로 가면 아빠도 힘들고 준형이도 힘들어. 흥분한 거 가라앉혀. 책 찾았으니까. 너 흥분한 거 가라앉히면 갈 거야.

아이 : (눈이 벌게지더니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이 나는 것을 참으며 주변에 있는 애착 이불에 눈물을 쓱 닦는다. 이내 꾹 참는 목소리로) 씩씩~ 됐어!!

나 :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토닥여주며) 잘했어~~ 너무 흥분하면 아빠도 힘들고 준형이도 힘들어~

아이 : (아직 가시가 돋쳐 있는 말투로) 알았어!!


유아에서 어린이로 점점 커가는 아이의 감정 폭은 점점 커져갔다. 감정의 폭이 크지 않은 나는 아이가 흥분하여 보여주는 커다란 감정이 조금 버겁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적엔 커다란 감정 표현을 만나면 도망치거나 모르는 척 사람들의 감정을 대했다. 그랬던 나였기에 아이가 격정적인 감정을 보여줄 때마다 정확히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 또는 어떻게 대응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가끔은 불같이 일어나는 아이의 못난 감정에 나도 모르게 휘말려서 아이와 감정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런 감정싸움이 극에 치달을 때마다 내가 지금 아이랑 똑같이 뭐 하는 거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머릿속을 메운다. 유아였을 때보다 훨씬 다양해진 아이의 표현에 쩔쩔매는 아빠의 모습은 여전하다. 이런 걸 보면 아이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부모도 같이 성장해야 하나보다 싶다.


한 가지 일을 7년 이상 하면 베테랑이 된다고 하는데 육아가 8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는 어려운 나는 육아 초보인 초보 아빠입니다.


*상단 이미지 Arwan Sutanto' phot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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