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교통카드

빨리 어른이 되어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아이

by 지하

어렸을 때부터 커다란 자동차를 좋아했던 우리 집 아이는 유치원 때 유치원 버스를 타고 등 하원을 하는 게 소원이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달라지려나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버스, 지하철, 기차 같은 대중교통 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 짐(유모차 등등)을 챙겨야 된다는 핑계로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주로 이용했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대중교통은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끔 동네에서 가까운 곳을 갈 때는 버스 또는 목포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갈 때 기차를 탔었는데 코로나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 아이가 대중교통을 탈 기회는 점점 줄었다. 기회가 점점 줄어든 만큼 아이는 어쩌다 한 번씩 아빠랑 대중교통을 탈 때 너무나 신나 했다.


와이프가 대학원 면접으로 바쁜 토요일은 대중교통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아이와 함께 단 둘이 지하철을 타고 서울숲에 있는 수도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서울숲에 있는 수도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 만들었던 여과지가 지금도 보존되어 있고, 해설을 신청하면 무료로 과거 수돗물을 만들었던 과정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지하철에서 멀지 않아 걸어가기에 좋아 아이와 단둘이 지하철을 타고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과 다르게 평소 버스를 탈 때는 버스 기사님께 “어른 1명, 어린이 1명이요”를 이야기하면 아이 버스비를 같이 계산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하철은 그게 안되니 지하철 이용 시 아이가 사용할 교통카드를 준비하려고 검색해보니 일회용 권과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교통카드가 있다고 한다. 일회용 권을 구매할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싶어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나: 준형아~ 지하철 타려면 교통카드 있어야 하는데, 일회용 쓸까? 아니면 충전해서 쓰는 교통카드 쓸까?

아이: (신나서) 나도 교통카드 만들래!!!


냉큼 사고 싶다는 대답이 나와 와이프랑 상의해서 충전식 교통카드를 구매하려고 찾아보니 다행히 집 앞의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판다고 해서 아이랑 같이 교통카드를 사러 갔다.

편의점에 가서 교통카드를 구매하러 왔다고 하니 교통카드를 보여주는데 아쉽게 종류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그중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디자인으로 고른 다음 어린이용으로 등록하고 구매를 마쳤다. 카드는 신용카드로 살 수 있는데, 카드 충전은 현금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설마 요즘 세상에 그럴 리가 하는 생각으로 갔지만 사실이었다. 현금을 준비해서 가지 않았다면 곤란할 뻔했다. 어쨌든 그렇게 어린이용 교통카드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카드를 아이 손에 들려주었더니 얼마나 소중한지 작은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


처음으로 생긴 자신의 교통 카드가 궁금했던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포장지에서 교통카드를 꺼내며 신기해하며 빨리 토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옆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한테는 참 소중한가 보다. 보고 있는 내 입가에도 웃음이 번진다. 빨리 어른이 되어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아이와 아이가 천천히 자라줬으면 하는 아빠는 오늘도 새로움을 경험해 간다.




*상단 이미지 Photo by Christian Wiedig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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