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데 진심인 아빠를 둔 아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by 지하

와이프 말에 따르면 나는 먹는 데 진심이다. 처음에 와이프가 한 말을 듣고 ‘응? 내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 내 입맛의 기준과 행동을 돌아보니 내가 봐도 나는 먹는 데 진심인 것 같다. 아침 식사 후 후식은 필수이고 하나를 먹어도 레시피대로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라면을 끓여 먹어도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 게 아니라 꼭 파 기름에 고추기름을 내어 라면을 끓여 먹는다. 이게 점점 익숙해지니 주방에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요리하는 날이 많아지더니 어느새 부엌은 내 차지가 되었다. 이런 나를 보며 한 와이프의 한마디에 빵 터졌다.


와이프: (대단하다는 듯이) 참~ 정성스럽게 산다.

나: 0_0!? ㅋㅋㅋ


먹는 데 진심인 아빠가 부엌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런 아빠를 계속 봐서 그런지 아이의 눈엔 우리 집 요리사는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있었던 첫 가족 소개에서 당당하게 ‘아빠는 요리사’라고 소개했다고 했다. 그런 아빠가 요리하는 모습은 어설퍼도 재밌어 보였나 보다. 아이는 호시탐탐 아빠가 요리할 때를 노리고 있다가 아빠가 요리를 시작하면 이렇게 재잘거리며 요리 재료 하나씩 하나씩 받아서 조그마한 손을 열심히 움직인다.


아이: (아빠가 요리하는 걸 보고 신나서 가까이 달려온 뒤) 아빠! 나도 뭐 할래! 나는 뭐하면 돼?


결국 먹는 데 진심인 아빠를 둔 우리 집 아이는 내 옆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더니 계란 프라이를 시작하였다. 4~5살 때는 계란 프라이할 때 아빠 품에 안겨서 계란이 타는지 안 타는지 구경하다가 6~7살이 되니 의자에 올라서서 계란 프라이가 타지 않게 인덕션 불 조절을 하고 자기가 하겠다고 뒤집개를 빼앗아 뒤집개로 계란을 뒤집는다.


아이: (손을 휘저으며 아빠 손에 들린 뒤집개를 빼앗아) 내가! 내가! 내가 할 수 있어! 내가 해볼래! 내가 할래!!! ㅎㅎ


그러다 8살인 이제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후 계란을 아이 손에 쥐어주면 계란을 깨서 계란 프라이를 완성하고 끝났다고 신나서 아빠를 부른다.


아이: (활짝 웃으며) 아빠! 나 다했어! 히히


비록 아이가 계란 프라이를 하고 나면 인덕션 주변이 온통 기름방울 범벅이 되어 치우느라 고생이지만 우리 집 아이는 ‘보조 요리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하는데 이렇게 요리에 적극적인 우리 아이 설마 나중에 나처럼 먹는 데 진심이 되면 어쩌지?ㅋㅋ




**상단 이미지 Photo by Max Delsi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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