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숙면 중..
여행 가기로 하기로 한 주말 아침 6시.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자머리가 된 와이프가 눈을 비비며 안방에서 비틀비틀 걸어 나온다. 평소 같았으면 열심히 자고 있었을 시간이지만 놀러 가기로 한 날이라 그런지 와이프가 이불을 이겨내고 일찍 일어났다.
내가 먹는 데 진심이라면 아침잠이 많은 와이프는 노는 데 진심이다. 아침잠이 많다는 수식어가 왜 붙었냐면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아침 9~10시까지 늦잠 자는 와이프가 가족이 놀러 가기로 한 날에는 6~7시에 꼭 일어나기 때문이다. 늦잠을 애정 하는 와이프에게 여행은 아침 잠보다 중요한가 보다. 나는 놀러 가겠다고 아침잠 많은 와이프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조금 있으니 부스럭 소리가 나며 아이도 일어나서 놀러 가겠다고 거실로 나왔다. 부랴부랴 어제 챙겨둔 여행용 캐리어에 충전기, 칫솔을 마저 챙겨 캐리어를 마무리하고 차에서 먹을 간식을 담은 에코백 하나 더 챙겨 현관문을 나선다.
나: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챙길 거 다 챙겼겠지?
와이프: (졸린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하아 암~ 다 챙겼어~~ 없으면 가서 사면 되지~
아이: (멍하지만 이건 내 거라는 표정으로) 캐리어는 내가! 내가 끌게~!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 시간 아침 6시 30분. 결혼 전에는 그 꼭두새벽에 누가 놀러 가나 싶었는데, 그 집이 바로 우리 집이 되었다.ㅎㅎ 어쨌든 그렇게 출발하면 와이프는 차에서 잠을 청하고 아이는 신나서 재잘재잘 엄마 아빠를 가리지 않고 말을 건다.
아이: (신나서) 출발!!
와이프: (졸린 목소리로) 그래~
나: (운전하면서) 출발!!
처음부터 그렇게 새벽에 출발한 건 아니었다. 나랑 와이프가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하는데 차가 막히면 운전하기가 너무 힘들어 차 막히는 시간을 피해 이동하려고 하다 보니 이제 주말 아침 출발하는 여행은 당연하게 새벽 출발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내가 육아 휴직한 후 시간적 여유가 늘어 주말엔 항상 놀러 갈 계획이 세워져 있으니 주말마다 새벽에 일어나는 집이 되어 버렸다.
지난 주말에도 노는 데 진심인 와이프는 또 한 번 진심을 보여주었다. 6월 6일(월)은 현충일(빨간 날)이라 전날(6월 5일) 아침 일찍 양평 처갓집에 가서 하루 자고 월요일 아침 먹고 집으로 일찍 돌아왔다. 양평이고 처갓집이라 챙겨야 될 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여행이라 갔다 오면 집에서 조금 쉬고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까지 와서 더 이상 어디 가는 건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그쳤고 날씨가 화창하게 개면서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라 집에서 쉬고 싶다는 아이를 꼬셔서 다 같이 산책을 나섰다. 산책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니 아파트 담장을 따라 한참 흐드러지게 핀 장미가 있었고 장미를 본 와이프가 한마디 한다.
와이프: (아쉬워하며) 에버랜드 장미 축제 가고 싶다~
나: (약간 당황하며) 0_0!? 지금? 가고 싶어? 갈래?
와이프: (좋아하면서) 응! 가도 돼? 가자~~
아이: (신나서) 앗싸~~! 작전 변경 에버랜드로~~!!
5월 말부터 와이프가 에버랜드 장미축제에 가고 싶다고 하긴 했지만 주말마다 일정이 꽉 차있었고 양평에서 집에 돌아온 지 몇 시간 되지 않아서 또 에버랜드를 가겠다고 할 줄을 몰랐다. 결국 그렇게 해서 주말 연휴 에버랜드 투어까지 꽉 채워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8시 반.
연휴 내내 신나게 논 덕분에 피곤한 아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한 후 간신히 깨워 집으로 올라왔고 씻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데 아이는 순식간에 다시 잠들어 완전 숙면 중이다(앗싸! ㅋㅋ).
노는 데 진심인 엄마와 먹는 데 진심인 아빠가 만난 덕분에 우리 가족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 주말도 먹고 노느라 바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아이는 신나게 세상 구경도 하고 나름대로 자신만의 호기심을 채우며 생각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부디 이번 여행에서도 아이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천천히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
**상단 이미지 Photo by Rosalind Chan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