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도마뱀은 귀뚜라미를 먹고 산다.
지난번 가족회의 결과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된 도마뱀의 정식 명칭은 ‘레오파드 게코(Leopard Gecko)’, 다른 이름으로 ‘표범 도마뱀붙이’이다. 도마뱀을 분양하는 곳에서 우리 집에 데려온 도마뱀은 표범 무늬가 어여쁘게 생긴 도마뱀으로 아이가 붙인 이름은 ‘샤로’. 반려 도마뱀으로 가장 키우기 쉽고 순하다는 도마뱀이 우리 집에 왔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샤로(도마뱀) 길이는 내 손바닥만 한 했는데 어느새 허물을 한 번 두 번 벗더니 조금씩 커져서 이제는 내 손만 하다.
도마뱀 먹이는 밀웜 또는 귀뚜라미. 처음엔 분양받은 곳에서 밀웜을 주길래 밀웜을 주면서 키우다가 귀뚜라미가 도마뱀 건강에 더 좋다는 이야기에 와이프가 귀뚜라미를 알아보았고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귀뚜라미를 파는 단위가 50마리, 100마리라 고민을 하다 50마리를 구매했다. 택배가 도착하여 박스를 열어본 순간 조그마한 곤충이라 세어볼 순 없었지만 아니 웬걸 100마리 같은 50마리가 택배 박스에 고이 포장되어 도착한 듯했다(으악~!!). 그리고 분명 귀뚜라미를 신청했는데 까만 바퀴벌레가 도착한 듯한 모습에 순간 멈칫했다(으윽!!).
아이가 집에 도착한 후 귀뚜라미가 도착한 소식을 알려주었더니 후다닥 뛰어와서 귀뚜라미를 구경한다. 귀뚜라미를 본 아이는 신이 났다.
나: 준형아~ 귀뚜라미 왔어~
아이: (들뜬 표정으로) 귀뚜라미!! 왔어? ㅎㅎ
나: 그래 저기 작은 방에서 채집통 큰 거 가져와봐 거기에다 키우자.
아이: 그래그래~ (후다닥 채집통을 챙기러 간다.)
아이와 나는 채집통에 옮기면서도 바퀴벌레 아니 귀뚜라미를 방바닥에 흘릴까 봐 조심조심(아이고..). 귀뚜라미를 다 옮긴 다음에 핀셋으로 귀뚜라미를 한 마리씩 잡아서 샤로(도마뱀)의 먹이로 줄 차례. 폴짝폴짝 도망 다니는 귀뚜라미를 아이가 잡는 게 어려워 아빠나 엄마의 도움을 받아 잡고 있고 샤로(도마뱀)에게 먹이로 준다. 귀뚜라미가 온 지 한 3일쯤 되니 채집통 한가득 흩뿌려져 있는 귀뚜라미 똥(ㅜㅜ)과 냄새는 그렇지 않아도 바퀴벌레 같아서 싫은 내 마음에 소금을 한 됫박 뿌렸다(아흑!).
나: (조금 싫은 표정으로) 준형아~ 이거 냄새 너무 나지 않아?
아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아니? 안 나는데?
나는 아이가 키우자고 한 도마뱀만 키우면 되는 줄 알았는데 도마뱀을 키우니 덤으로 귀뚜라미가 왔다. 인생이란 게 늘 계획대로 되지 않고 알 수 없는 일이 연속이라 하지만 이번 귀뚜라미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도마뱀의 수명이 10~15년이라니 적어도 10년 가까이 귀뚜라미가 우리 집에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도착할 때 새끼손톱보다 작은 귀뚜라미였는데.. 귀뚜라미가 먹이를 먹고 허물을 벗으며 점점 커지더니 내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해지는 모습은(으윽.. 0_0;;) 나조차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도마뱀은 자꾸 보니 귀여운데 귀뚜라미는 아직 적응이 덜 되었나 보다(-_-;;). 역시 반려동물을 책임지고 키운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아이도 이런 책임감을 느끼길 바라며 제발 채집통에서 귀뚜라미가 탈출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흑흑).
**상단 이미지 Photo by verdian chu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