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단 둘이 여행 가보기
아이: 아빠! 나 갯벌체험 가고 싶어~
나: (당황하며) 갯벌?
아이: 응! 나 갯벌체험!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갯벌 체험을 하고 싶다고 했다. 갯벌을 본 적이 없나 하고 생각해보니 바다를 보러 가도 동해안 바다를 보러 자주 가서 모래사장만 많이 봤던 거 같아서 아이한테 물어봤다.
나: (곰곰이 생각하며) 갯벌을 본 적이 없나?
아이: (당연하다는 듯이) 응 없어!
생각해 보니 아이랑 매번 강원도 동해안으로 놀러 다녀서 갯벌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이번엔 갯벌을 찾아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갯벌 체험을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떠오른 게 목포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 물어보았다. 며칠 뒤 갯벌 체험하는 장소가 목포 근처에 있다고 하여 가려고 했으나 와이프와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에는 아이랑 단 둘이서 금요일 오후에 부모님 댁으로 가야 했다. 가까운 장소면 금방 다녀올 텐데 자동차로 4시간이나 가야 해서 걱정이 앞섰기에 아이에게 한번 물어봤다.
나: (걱정스럽다는 듯이) 준형아~ 아빠랑 둘이 차 타고 목포 갈 수 있겠어?
아이: (걱정 말라는 듯이) 응!! 괜찮아 갈 수 있어!! 휴게소 자주 들리면 되지~~ㅎㅎ
아이의 대답을 듣고 난 후 목포로 단 둘이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부모님과 갯벌체험을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목포로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 걱정되긴 했지만 챙겨야 할 물건을 조금씩 챙겨보았다. 아이 멀미약, 아이패드, 물, 아이 옷, 내 옷 등등. 단 둘이 떠나는 데도 짐이 한가득이다. 거기다 장화, 모자, 목이 긴 양말, 호미가 필요하다고 하여 부모님과 연락하여 챙겨야 할 준비물을 챙겼다. 아이랑 단 둘이 떠나는 데 와이프랑 갈 때보다 짐이 더 많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터리다(웃음).
목포로 출발하는 금요일 오후.
학교 끝나고 집에 도착한 아이에게 멀미약을 먹이고 짐을 챙겨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에 갔다. 목포로 가는 동안 운전하면서 뒷좌석에 있는 아이를 보살피기 힘들어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고 필요한 것을 미리미리 챙겼다.
나: (하나씩 꺼내 주면서) 준형아~ 이거는 물~ 간식~ 아이패드~
아이: (받아서 자리 옆에 배치한다.) 물은 여기~ 간식은 여기~ 아이패드는 여기.
나: (확인하면서) 이제 다 됐지?
아이: 응!!
아이랑 단 둘이 떠나는 장거리 여행이라 평소보다 더 많이 휴게소를 들려 쉬기로 하고 출발했다. 다행스럽게 아이는 엄마 없이 떠나는 여행임에도 불안해하지 않았고 갯벌체험 여행을 간다는 기대감에 들떠있었다.
나: (백미러로 아이를 살짝 보면서) 준형아~ 힘들지 않아 괜찮아?
아이: (밝은 목소리로) 응!! 괜찮아!!
나: 힘들면 이야기해~ 휴게소 들렸다 갈게~~
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알았었~~ㅎㅎ
목포로 가는 동안 갯벌 체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아이가 커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목포 할아버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재잘재잘 떠들다가~ 간식을 먹다가~ 아이패드로 동화를 들으며 장거리 여행을 잘 버텼다.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흔히들 아이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말에는 아마 사람들 각자 아이와 보냈던 경험이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나도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들이 너무 많았다. 우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의 취향이나 모습을 보면서 집 안에서 보이는 아이와 밖에서 보이는 아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어도 잘 먹는 날이 있고 먹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면 힘든 것도 기꺼이 참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모습은 아직 아이였고 어떤 모습은 내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내가 알던 아이가 맞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와 단 둘이 떠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모습은 반가웠고 고마웠다. 육아휴직을 결심하고 실행하기 전에는 절대 몰랐을 모습과 생각들이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갈라져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물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도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림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이렇게 나의 ‘아빠? 어디가!’ 여행은 시작되었다.
**상단 이미지 Photo by Derek Thomso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