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이 힘들때 하는 잠꼬대

by 지하

저녁 9시.

아이에게 어서 자라고 이야기를 하며 나도 아이 옆에서 누웠고 아이도 잠을 자기 시작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잘 자던 아이가 옆에서 벌떡 일어나 힘듦을 호소한다.


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아서 심호흡을 하면서) 으~~ 후우~후우~ 괜찮아!! 괜찮아!!

나: (자다가 깜짝 놀라 멍한 상태로 아이 옆에 앉아서) 어디 아파? 응?

아이: (싫다는 듯이) 아니 아니~ 괜찮아! 괜찮다고~!!

나: (다독이며) 알았어~ 괜찮아~ 괜찮아~

아이: (속이 안 좋은 듯 손으로 배 근처를 어루만지며) 후우~ 후우~ 괜찮아! 괜찮아! 아빠~ 내가 이야기하면 화장실 불 켜줘야 돼~ 알았지?


깜짝 놀라 와이프와 함께 아이를 달래 재웠다. 화장실 불을 켜달란 소리와 배를 어루만지며 괜찮다고 하는 아이 모습은 지난번 배탈이 났을 때와 똑같았다. 가슴이 철렁하며 배탈이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나는 아이가 저녁에 먹었던 음식을 떠올리며 의심했다. 그리고 저녁에 먹었던 우유가 문제라고 단정 짓고 잠을 자려고 하였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아이는 또 한 번 벌떡 일어나 힘듦을 호소했다.


아이: (놀라듯이 일어나 앉아서 심호흡을 한다.) 후우~ 후우~ 괜찮아!! 괜찮아!!

나: (덩달아 놀라 와이프랑 다독인다) 그래그래~ 괜찮아! 괜찮아~

와이프: (아이 등을 쓰다듬으며) 그래~ 그래~ 괜찮다~ 괜찮아~

아이: (누우면서) 아니야~ 도와줘~


다행히 아이는 우리 부부의 관심에 다시 잠이 들었고 또 일어나지 않았다. 살짝 잠이 깨어버린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잠을 청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해야 된다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와이프를 보며 어제 아이가 자기 전에 먹은 우유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자 와이프는 이렇게 대답하며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와이프: (잠결에 일어나서) 준형이가 표현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거 같아~ 말로 표현이 잘 안 되는 거지..


우리 집 아이는 가끔 잠꼬대를 한다. 몸이 아파서 하는 경우도 있고, 마음이 아파서 하는 경우도 있다. 몸이 아픈 잠꼬대는 겉으로 보기에 티가 나서 나도 쉽게 알아차린다. 하지만 마음이 아파서 하는 잠꼬대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와이프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밤에 아이가 한 잠꼬대가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알아차리게 된다. 어젯밤 아이는 마음이 아파서 잠꼬대를 했다.


와이프: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마 어제 학교에서 스트레스받은 일이 있었나 봐.. 근데 그게 스트레스 인지도 잘 모르고 말로 표현이 안되는데 힘들었나 봐..

나: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그랬나 보네.. 나는 진짜 아픈 줄 알았지.

와이프: 아닌 거 같아~ 다음날 일어나면 아픈 것도 없고.. 기억도 잘 못하잖아 잠꼬대야.


와이프랑 대화를 하다 보니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해내지 못하는 아이가 안쓰러워졌다. 와이프는 출근하고 난 뒤 평소보다 조금 더 천천히 아이 학교 갈 준비를 하였다. 조금 더 느긋하게 준비를 하자 평소에는 놀기 바빴던 아이가 어느새 와서 품에 안긴다. 힘이 들었었나 보다.


나: (품에 안기는 아이를 안아주며) 아이고 우리 아들 힘들었어~

아이: (아무 말하지 않고 품에 꼭 안긴다)

나: (나지막하게) 준형아~ 힘들면 아빠한테 이야기해~ 알았지? 아빠는 준형이가 힘들 때 항상 옆에 있을 거야~ 알았지?

아이: (고개를 가만가만 끄덕인다)


8살이 되었고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아이는 아직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몸이 아픈 것도 그렇고 마음이 아픈 것도 그렇다. 그렇기에 힘든 일이 있을 때 힘들다는 것을 모를 때도 있고 표현하기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며 모른 척하려는 경우도 많다. 조금 더 자세하게 물어보면 아이는 표현하는 게 어려운지 ‘나 괴롭히면 안 돼~!’라고 말할 때가 많다.

어렸을 때 아이가 불편함을 호소하면 ‘몸이 어디가 아픈가?’를 생각하며 키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마음이 어디가 불편하지?’를 살펴보는 일이 점점 더 생기는 것 같다. 아이가 커가면서 몸이 아플까 하는 걱정보다 마음이 불편한 것에 대한 걱정이 조금씩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덩달아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적어지고 아이의 미래나 생활에 대한 걱정들이 늘어난다. 사실 이런 조그마한 걱정들은 대부분 아이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기다리면 되지만 기다리는 게 너무 어렵다. 아이가 더 크면 이런 어려움은 나아질까? 나의 부모님들 말에 따르면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고 하시고 많은 사람들이 자식 걱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아이의 부모로서 살아가는 일은 역시 쉽지 않다.


이렇게 아이는 어른이 되고 아이의 어른은 부모가 되나 보다.




**상단 이미지 Photo by Jordan Whi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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