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목요일은 오랜만에 아이 축구 교실 수업이 없는 날이다. 오랜만에 축구 수업이 없는 날이라 아이 친구들과 함께 목요일 저녁은 비만 오지 않는다면 다 같이 모여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장마기간이라 목요일 저녁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와이프가 자기도 치킨이 먹고 싶다며 목요일 저녁 치킨집에 치킨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아이 친구들과의 치킨 회식에 상관없이 목요일 저녁은 무조건 치킨집에 가서 치킨을 먹기로 하였다.
목요일 당일.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대로 비는 엄청나게 쏟아졌고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에 아이 반 친구들과 치킨 회식은 아쉽게 취소되었다. 그러나 아이 반 친구들과 약속과 상관없이 무조건 치킨을 먹으러 가기로 한 우리 가족은 흔들림이 없었고 아이와 나는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와이프 퇴근시간에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이었다.
시간은 흘러 오후 5시 즈음.
점점 더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한 장대비와 천둥 번개가 심상치 않고 그사이 퇴근한 와이프가 집에 도착했다.
나: (신나서) 엄마 도착했다~~!!!
아이: (기대감에 들떠서) 엄마다!!
나: (마스크를 챙기면서) 출발 준비!!
아이: (덩달아 마스크 챙기면서) 출발 준비!!
와이프: (당황하며) 잠깐만! 잠깐만 나도 준비 좀 하고~~ㅋㅋ 그런데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우리 치킨집 가?
나: (당연하다는 듯이) 응!! 가야지.ㅋ
아이: (신나서) 가야지!! 우리는 갈 거야!
결국 우리 가족 세명은 우산과 기대감(+웃음)을 챙겨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비를 뚫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치킨집으로 향했다. 아이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신이 났고, 쏟아지는 비로 인해 만들어지는 풍경에 즐거워했다.
아이: (너무나 신이 나서) 우와! 저기 비 내리는 거 봐! 폭포야 폭포!ㅋㅋ 여기는 홍수 났네! 홍수 났어!!ㅋㅋ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니 나는 빨리 치킨집에 갔으면 좋겠는데,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빗물에 젖을까 조심스러운 마음과 처음 보는 광경에 신난 마음에 아이의 발걸음은 느리기만 하였다. 나는 아이의 느릿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치킨집으로 향했다.
나: (설마 하며) 비가 이렇게까지 오는데 치킨집에 사람 없을 것 같아~
와이프: 우리만 있겠지(웃음).
아이: (이 상황이 너무 재밌다는 듯이) 우리만 가는 거야? ㅎㅎ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치킨집 창가 자리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우리는 이 날씨에 손님들이 있는 것에 놀라며 그나마 창밖이 잘 보이는 테이블에 서둘러 앉았다(역시 우리나라는 다들 치킨에 진심인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치킨 반마리, 내가 먹고 싶은 치킨 반마리, 와이프가 먹고 싶은 감자튀김에 맥주 2잔, 음료수 1잔을 시키고 기다리는 사이. 음료수와 맥주 그리고 나쵸 몇 조각이 먼저 나왔다. 아이 음료수 컵에 음료수를 따라주고 다 같이 건배를 했다.
나: (맥주잔을 들면서) 자~ 짠!
와이프(맥주잔을 들며) 준형아 짠 해야지~ 짠!
아이: (음료수 잔을 들며) 짠!
거세게 비가 몰아치던 밖에서 치킨집 실내로 들어와 한 모금 시원하게 마시고 나니 안정감이 들었고 조금 있으니 주문했던 치킨과 감자튀김도 도착했다.
와이프: (신난다는 듯이) 치킨 왔다!
아이: (눈빛을 반짝거리며) 치킨!! 맛있겠다!!
치킨집 주방에서 바로 나온 치킨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우리 가족은 신나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이 학교 이야기, 직장 이야기, 아이가 재잘대며 하는 여러 이야기 등 평소 아껴두었던 이야기가 펼쳐졌다. 엄청난 장대비가 우리를 주저하게 했지만 아이가 즐거워하는 미소와 수다가 있어서 비를 뚫고 치킨집에 가는 무모함과 용기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저녁이었다. 생각해보면 치킨만큼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먹기에 좋은 음식도 많지 않은 듯하다.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 우리 가족의 치킨을 먹겠다는 마음은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겼다.
장마로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치킨집은 어떠신가요?
**상단 이미지 Photo by Ulvi Safar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