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소나기가 내린 하굣길 풍경

by 지하

금요일 아침.

모처럼 맑은 날씨에 아이는 학교에 우산을 챙겨가지 않았다. 나도 날씨가 워낙 맑아 ‘설마 오늘 비가 오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의 등교를 도왔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아이 하교 시간이었고, 아이를 마중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다 혹시 몰라 내 우산을 하나 챙겨 아이 학교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 (갑작스레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며) 어? 빗방울인가?


아파트 입구부터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점 거세지더니 학교에 도착할 때쯤엔 강한 소나기로 바뀌었다. 아침에 아이가 우산을 챙겨가지 않았기에 나는 학교 건물 입구 쪽으로 걸어갔고 다행스레 학교 건물 입구에는 천장이 있어 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잠시 뒤 종례가 끝났고 갑작스러운 비로 우산을 챙겨 오지 못한 1학년 아이들이 천장이 있는 건물 입구로 나와 ‘어떡해’를 외치며 우왕좌왕하였고 담임선생님과 건물 입구까지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다독이며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우산을 챙긴 학부모들이 건물 입구로 하나 둘 도착하였다. 도착한 학부모님들을 따라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자 나도 가져간 우산 하나를 아이와 같이 쓰며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아이와 나의 키높이가 맞지 않아 아이에게 자꾸 빗물이 튀었다.


아이: (웃으면서) 아이 참! 아빠~ 나 비 맞고 있어~~

나: (알았다는 듯이 몸을 잔뜩 웅크리며) 그래그래~ 아빠가 우산 잘 잡아 볼게~


그렇게 아이랑 티키타카 하며 집으로 가는 길에 놀이터를 지나가다 보니 아이 반 친구들과 엄마들이 모여 있었다. 비를 피하려고 모여 있는 줄 알고 잠시 옆으로 가서 비를 피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이들이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있었다. 신발을 갈아 신은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기 시작했고 잠시 충격을 받은 나와 아이는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학원 가기 전 시간이 있길래 아이에게 물었다.


나: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준형아 친구들이랑 잠깐 놀고 갈래? 비 맞아도 괜찮아~

아이: (잠시 생각하더니) 응!!

나: (가방을 받아 들고) 그럼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 신을까?

아이: 알았어~! 히히


신나게 대답을 하고 호기롭게 신발을 갈아 신었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에 아이는 비에 맞아도 되나 하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아이에게 한 번 더 친구들이랑 가서 놀라고 권하자 못 이기는 척 비를 맞으며 놀이터로 뛰어나갔고 뛰어나간 아이의 눈엔 행복이 가득했다.


나: (아이에게 소리치며) 준형아~ 마스크 벗고 놀아도 돼~ 비 와서 힘드니까 마스크 벗고 놀아~

아이: (마스크를 벗으면서) 알았어~


비를 맞으면서 노는 건 처음인 아이는 잠시 미끄럼틀 주변에 비를 피하며 동동거리기도 해 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신나게 놀았다. 그 와중에 비옷을 입은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자 워터 슬라이드를 탄 듯 슝~ 하고 날아가듯이 내려왔고 그 모습에 바라보고 있던 엄마들과 나는 웃음이 빵 하고 터졌다(웃음).

폭우처럼 내렸던 소나기는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잦아들었고 비를 맞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술래잡기와 미끄럼틀을 타던 아이들은 종목을 바꿔 모래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모래사장 근처 웅덩이에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소금쟁이가 톡톡 튀어 다니기 시작했고 소금쟁이에 시선을 빼앗긴 아이들은 소금쟁이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그마한 아이들 손에 잡히기엔 소금쟁이가 너무 재빨랐고 웅덩이에서 톡톡 튀어 다니며 아이들을 약 올렸다. 결국 소금쟁이는 아이들 손에 잡혔고 한참을 쫓아다녔기에 아이들 얼굴 이곳저곳에는 모래가 묻어 있었다. 소금쟁이를 잡은 아이들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아이들을 지켜보던 엄마한테 와서 자랑했다.


친구: (자랑스럽게 손을 펴 보이며) 엄마~ 이거 봐! 소금쟁이 잡았어!!


한 명이 자랑하고 나자 다른 아이들도 한 명씩 엄마들한테 쫓아와 자랑하였고 그 와중에 지렁이를 잡은 아이가 해맑게 다가오자 지렁이를 잡은 아이의 엄마는 눈을 질끈 감고 뒷걸음질 치며 아이에게 칭찬하였다(웃음).


그렇게 한참 뛰어놀고 우리 집 아이는 학원에 가기 위해 가방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다.


나: 준형아~ 비 맞고 노니까 재밌었어?ㅎㅎ

아이: (신이 나서) 응!! 재밌었어~

나: 그럼 다음번에 또 기회 있으면 해 볼래?

아이: (활짝 웃으면서) 응!! 또 해볼래!


습기와 열기 때문에 여름 장마철이 마냥 싫은 나였지만 갑자기 내린 장마철 소나기로 아이도 나도 신기하고 재밌는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상단 이미지 Photo by Kenny Eliason on Unsplas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