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빛났던 아이들의 대화

by 지하

아이 반 친구들과 집 근처 물놀이장을 갔던 날.


신나게 놀고 있는데 아이 친구들 중 여자아이 한 명이 울기 시작했고, 놀란 엄마들이 아이 곁으로 가서 달랬다. 하지만 서러운 마음이 있던 여자 아이는 엄마들 근처 자리에 돌아와서 한참을 여자아이 엄마랑 이야기하였고 우리 집 아이한테 속상한 게 있었는지 나한테 와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자아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물총을 가지고 놀다고 얼굴에 물총을 맞았고 그게 속상했다고 하길래 우리 집 아이한테 가서 이야기를 해보았다.


나: (쪼그려 앉아 아이 시선에 맞추며) 준형아~ 00가 그러는데 준형이가 얼굴에 물총을 쏜 게 속상하다고 하는 데 어떻게 하지?

준형: (살짝 토라지며) 흥! 그 애도 나한테 물총 쐈어!

나: (조금 더 달래면서) 그래도 여기서 남은 시간 같이 신나게 놀려면 서로 사과 하서 마음 풀고 놀면 좋을 것 같은데..

준형: (잠시 생각하더니) 음.. 그럼 10분만 더 놀고 할래.


10분. 아이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지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고 나는 아이를 물놀이장으로 다시 보낸 뒤 잠시 기다렸다. 10분 후 아이를 불렀고 아이는 마음 정리가 끝났는지 물놀이장에서 금세 나와 내 손을 잡고 대화를 하기 위해 기다렸다.


나: (다시 쪼그려 앉아서) 준형아~ 친구 얼굴에 물 뿌린 거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면 괜찮아 그렇게 하면 돼 알았지?

준형: (자그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린다.)


나랑 아이가 기다리자 여자아이 엄마가 아이를 불렀고 물놀이장 옆에서 부모 손을 꼭 잡은 물에 쫄딱 젖은 두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몸을 구부리고 앉아 시선을 낮추고 아이를 바라보며) 준형아? 이제 이야기해야지?

준형: (잠시 생각하고 한 발 여자아이한테 다가가더니 씩씩하게) 00아~ 내가 아까 얼굴에 물총 쏜 거 미안해.


순간 아이가 너무 강단 있고 어른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여자아이 엄마와 내가 놀란 표정으로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곧 여자아이 엄마가 여자아이를 달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자아이 엄마: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00아? 너도 이야기해야지?

여자아이: (주저주저하더니) 어.. 어.. 나도 너한테 물총을 쏘려는 게 아니었는데 너한테 쏘게 되었어 미안해.

나: (잠시 기다렸다가) 준형아 이제 괜찮으면 괜찮다고 해야지?

준형: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아~

여자아이 엄마: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00아? 너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야지?

여자아이: (머뭇거리며) 나도.. 괜찮아~

나: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제 서로 사과했으니~남은 시간 신나게 놀아야지? 다시 물놀이장 가서 노세요~

준형, 여자아이: (씩 웃으며 물놀이장으로 다시 뛰어간다)


고맙게도 물놀이장에서 아이들의 작은 고민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어렵지만 부모로서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여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걸 느낀다. 게다가 그걸 바라보는 부모는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하니 부모인 나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려면 쉬지 않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아이도 어른이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른도 부모가 되기 위해선 쉬지 않고 배워야 하나보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용기있게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다독인 아이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웃음).^^



**상단 이미지 Photo by Torsten Dederich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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