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위로가 되는 가족회의
수요일 저녁식사 후 후식 시간.
와이프: (갑자기 생각난 듯이) 아! 맞다! 준형아 가족회의해야 돼~
아이: (생각났다는 듯이) 맞아! 맞아! 가족회의해야 돼!
나: (궁금하다는 듯이) 응? 갑자기 가족회의? 가족회의 왜?
가족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와이프와 아이가 갑작스러운 가족회의를 한다고 한다. 당황스러워서 물어봤더니 주제가 ‘아빠 잠자는 곳’이다.
아이: (종이와 펜을 준비하고 주제를 말하며 글씨를 또박또박 종이에 적는다.) 아~빠~가~ 자~는~곳~
와이프: (생각해뒀다는 듯이) 일주일에 몇 번은 준형이랑 자야 돼.
나: 응? 0_0!? 일주일에 몇 번?
와이프: (당연하다는 듯이) 응! 일주일에 몇 번 잘 거야?
나: (당황하며) 갑자기? 왜?
와이프: 준형이가 자기 전에 아빠를 너무 찾아~
나: 준형이가 나를 찾아?
아이: (웃으면서) 응!ㅎㅎ 아빠 찾아~
니: 응? 그런데 나는 왜 몰랐지?ㅎㅎ
와이프: 너무 순식간에 잠드니까 몰랐지ㅋㅋ 10초 만에 잠들잖아ㅋㅋ
갑자기 내 잠자는 장소를 가지고 회의를 한다고 해서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사실 가족회의가 시작된 이유는 이것이었다. 평소 나는 아이랑 안방에서 자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내가 거실로 나와 에어컨을 틀고 자기 시작했다. 에어컨이 틀어진 거실은 아이가 잠을 자기에는 조금 추워서 아이는 안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잠을 자기 전에 아빠를 조금씩 찾았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거실에서 쿨쿨 잠을 잤던 것이다. 와이프는 며칠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아이랑 가족회의를 하기로 약속했나 보다.
식탁에 모여 앉아 아이랑 하는 가족회의는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진지한 회의보다 세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하하호호 웃으며 간단한 생각이라도 서로 인정해주고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며 위해주는 따뜻한 위로에 가깝다. 그 위로에 힘을 얻고 그다음을 약속하며 한 번 더 아이와 와이프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회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아이의 모습과 가족회의로 인해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은 지켜보는 우리 부부에게 잔잔한 웃음과 행복을 선물해 주기에 아이가 제안하는 가족회의는 항상 옳다.
치열한(?) 가족회의 결과 나는 일주일에 두 번(평일에 하루, 주말에 하루) 안방에서 아이랑 자기로 약속했다(웃음). 그래서 오늘은 아이랑 함께 잠을 자기 위해 안방에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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