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를 위한 법적 틀
프랑스의 도시는 단순히 건물이 모인 공간이 아니다. 골목과 광장, 시간을 머금고 있는 고전 건축물들과 현대적 건축물이 어우러진 모습은 도시계획법과 지역 계획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증거이며, 시민의 일상과 맞물려 도시의 질서와 변화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안에 담긴 법적 틀과 제도의 원리를 읽어야 도시가 어떻게 구성되고 유지되는지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프랑스 도시계획법(Code de l’urbanisme)은 바로 이런 틀을 제공한다. 이 법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고,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과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1]. 단순한 건축 규제를 넘어, 토지 이용, 환경 보호, 도시 조직, 건축 행위 등 도시 전반의 작동 원리를 제도적으로 조율하는 핵심 장치다. 1954년 제정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오늘날에는 복합적 도시관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계획법은 입법부 조항(L), 규제부 조항(R), 부록으로 구성되며, 6개의 권(Livre)으로 나뉜다. 각 권은 다음과 같은 영역을 다룬다.
1. Livre Ier: Réglementation de l’urbanisme — 도시계획의 기본 원칙, 토지 이용 규제, 건축 및 개발 일반 규정
2. Livre II: Préemption et réserves foncières — 공공 필요에 따른 민간 토지 우선 매입 권리와 토지 보존
3. Livre III: Aménagement foncier — 토지 개발 및 재개발 절차, 농지 개발과 재편성
4. Livre IV: Régime applicable aux constructions, aménagements et démolitions — 건축 허가, 개발 계획, 철거 절차
5. Livre V: Implantation des services, établissements et entreprises — 공공시설·기관·기업의 입지
6. Livre VI: Dispositions relatives au contentieux de l’urbanisme — 도시계획 관련 법적 분쟁에 관한 조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구조는 법 운영의 핵심 원리다. 계획 수립과 허가 권한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계획은 국가와 협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위계적 구조는 계획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도시계획법에서 가장 상위 개념의 문서는 국토정합계획(SCoT: Schéma de Cohérence Territoriale)이다. SCoT는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연합해 수립하는 광역계획으로, 교통, 주거, 상업, 자연환경 등 주요 요소에 대한 장기적 방향을 설정한다 [2]. SCoT는 하위 계획 문서, 특히 지역도시 계획이 상위 계획과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지침을 제공하며,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 개발과 건축 허가를 조율한다
지역도시 계획 (PLU: Plan Local d'Urbanisme)은 토지 이용 원칙, 용도구역, 건축 밀도와 외관, 교통·기반시설 계획 등을 포함하며, 건축허가와 개발행위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3].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기본 계획 문서 (Carte communale)를 통해 최소한의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규범에 따른 세부 규제를 적용한다.
프랑스의 건축허가(Permis de construire)는 상위 계획과의 부합 여부를 중심으로 심사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행위는 개발협의구역(ZAC: Zone d’Aménagement Concerté) 제도를 통해 사전 협의와 체계적 계획을 거쳐야 한다 [4].
2000년대 이후 도시계획법은 환경과 지속가능성 반영에 더욱 적극적이다. 특히 Grenelle II 법[5]은 도시계획 문서 수립 시 환경영향, 교통 접근성, 에너지 효율 등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며, 도시계획을 단순 공간 관리에서 환경·사회 정책을 포함한 통합적 수단으로 확장한다.
툴루즈(Toulouse)는 프랑스 도시계획법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심부는 중요 문화재 보호구역 (SPR : Site patrimonial remarquable)과 보존과 가치 증진 및 보호개발 계획(PSMV : Plan de Sauvegarde et de Mise en Valeur)을 통해 역사적 건축물이 보존되며, 건축허가 과정에서 외관, 높이, 색상 등이 관리된다. 외곽 지역 (Blagnac, Labège, Montaudran Aerospace 지구 등)은 개발협의구역 제도를 통해 계획적 개발이 이루어져, 주거·상업·업무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교통정책과 녹지축 조성 등은 Grenelle II 법 원칙이 반영된 PLU [6]/PADD(지속 가능한 정비·개발 계획)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한다. 결과적으로 툴루즈는 도시계획법이라는 ‘문법’이 쓴 두 가지 문장, 즉 보존과 혁신이 동시에 읽히는 도시 텍스트로 나타난다. 중심부 골목은 법이 지켜낸 역사적 정체성이며, 외곽 신도시는 법이 허용한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다. 도시계획법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 정체성을 유지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사회적 설계도이자, 시간을 기록하는 언어다.
프랑스 도시계획법은 중앙 규범성과 지방 실행력을 결합한 체계적 구조로, 도시 균형 발전, 사회 통합, 생태 전환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장치다. 단순한 법을 넘어, 도시를 구성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도시 문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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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de de l’urbanisme, Article L101-2
[2] SCoT(국토정합계획): 지역 발전을 위한 공동 전략 프로젝트 - 프랑스 환경부, Le SCoT : un projet stratégique partagé pour l’aménagement d’un territoir, 2021년 10월 6일 개정 2022년 5월 30일. https://www.ecologie.gouv.fr/politiques-publiques/scot-projet-strategique-partage-lamenagement-dun-territoire?utm
[3] Code de l’urbanisme, Articles L151-1에서 L154-4
[4] Code de l’urbanisme, Articles L311-1에서 L311-8
[5] La loi Grenelle II (Loi n° 2010-788 du 12 juillet 2010 portant engagement national pour l’environnement)는 프랑스의 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2009년 통과된 Grenelle 1 법의 후속으로, Grenelle 1이 원칙 선언이었다면 이 후속법은 환경 문제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약속을 실제 실행 조치로 옮긴 것이다.
[6] 2025년 12월부터 툴루즈의 PLU는 PLUi-H (Plan Local d’Urbanisme intercommunal – Habitat)라는 주거포함 광역 단위 통합 도시계획으로 변경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