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으면 엄마는 네 아들 안 키운다."
"네가 있으니까 네 아들을 봐준 거지."
그 말이 시작이었다.
처음 듣는 말은 아니었지만
죽음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나는 폭발해서 엄마에게 소리를 질렀다.
진짜 엄마는 내가 없으면 아이를 전남편에게 보낼 것 같았다.
이혼했을 때도 그랬기에.
난 이혼하면 직장을 다니는 동안
엄마가 아이를 봐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네 아이는 네가 키우라고 했다.
엄마는 아이를 키워줄 형편이 안된다며.
그래서 그 말이 가슴에 너무 깊숙이 박혔다.
내가 죽고, 형편이 안 좋으면 정말 아이를 안 키워 주겠구나.
아이를 보러 오지도 않는 아빠에게,
엄마와 살라며 아이를 포기한 아빠에게 보내겠구나.
엄마는 나에게 삶의 의지를 갖게 하려고
협박을 한 거라 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거라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엄마가 죽으면 넌 내가 키울 거라고.
할머니에게 짐이 두 개나 있어서 어깨가 무겁다고.
나는 그때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나와 내 아들은 엄마에게 짐이구나.
연로하신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구나.
이제 엄마도 편히 노후를 즐겨야 하는데.
내가 잠깐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너무 엄마에게 의지했구나.
그래서 내 나이 마흔넷.
그동안 미뤄 놓은 독립을 이제야 하려 한다.
8번의 항암을 끝내고,
20번의 표적 치료를 진행 중인 지금.
마흔다섯에는
직장도, 아이도 오롯이 내 힘으로 해 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