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아
“3일 치 약 드릴 테니, 3일 후에 다시 볼게요!”
그땐 그렇게 말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월요일에 진료 봤던 환아가 목요일에 다시 내 앞에 나타날 때까지, 그 3일 밤낮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보호자의 증언을 통해서 듣는 게 전부였으니까.
나는 그저, 3일 만에 다시 본 아이가 좋아진 걸 보면 기뻤고, 차도가 없다거나 더 심해졌다는 얘길 들으면 다소 의기소침해졌을 뿐이었다.
그때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아이에게 밤새 고열이 나면, 그 부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걸….
내가 아빠가 되어, 3일 만에 한 번 보는 의사가 아니라 아픈 아이 곁에서 3일 내내 밤잠을 설쳐야만 하는 보호자의 입장이 되어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의 마음은 몇 배 더 아프다는 걸….
사실 우리 아이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
32주 5일에 1960g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출신이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는 수시로 감기에 걸리긴 하지만, 대체로 심해지거나 오래가는 일 없이 잘 회복된 바 있다.
하지만 아이가 코 막혀서 불편해하는 모습이라도 보면 꼭 내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고, 컹컹거리며 기침까지 해대면 그 고통의 진동이 내 심장까지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그렇게, 우리 애의 건강 상태에 아주 약간의 이상 신호만 감지되어도 내 멘탈은 쉽게 흔들리고 마는데, 하물며 많이 아픈 아이를 둔 부모는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그분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몸서리가 쳐지는데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진료실에서 몸에 큰 수술 자국이 있거나 소아암을 비롯한 중대 질환 병력이 있는 환아와 마주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그 부모가 아이를 병마로부터 지켜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그들의 의식을 통과해갔을지 생각해보면, 같은 부모로서 자못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선천적, 또는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를 정성껏 잘 돌봐주시는 부모님들에겐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경외심까지 갖게 된다.
이 지면을 빌어서, 그분들께 내 진심을 담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드리고 싶다.
“많이 아픈 아이를 정성껏 돌봐주시는 부모님들! 정말 존경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위의 메시지는 지금으로부터 삼사십 년 전, 심한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사흘이 멀다 하고 소아과와 응급실을 들락날락하는 아이를 돌보느라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셨을 한 부모님에게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그 어머니는, 똑바로 누우면 숨쉬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등에 업고 침대 모퉁이에 기댄 채 밤을 보낸 적이 많았다고 하며, 시간 맞춰 약 먹이기 위해 수업 중인 초등학교 교실 창문 앞에서 대기하시기도 했다고….
우리 딸이 코 막힌 소리만 들어도 내 가슴이 답답한데, 숨넘어갈 듯 쌕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워야 했던 그 어머니의 심정은 과연 어떠셨을까?
심한 소아 천식을 앓는 아이를 돌보던 그 부모님은 바로 내 어머니·아버지이시고, 걸핏하면 쌕쌕거렸던 그 아이가 바로 나다.
“그렇게 골골거리던 아이를, 이렇게 어엿한 어른으로 잘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두 분에게 받은 사랑은, 아픈 아이들을 잘 돌보고 그 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의사로 살며 갚아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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