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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재혁 Feb 12. 2020

흉터 남을까요?

봉합을 필요로 하는 상처에서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법

2019년 2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안방 침대에서 떨어져 오른쪽 눈 위가 2.5cm 가량이나 찢어진 우리 딸은 그날 밤 인근 B병원 응급실에서 봉합 시술을 받아야 했다. 시술을 마친 후 지혈을 위해 상처 부위를 압박하고 있던 성형외과 레지던트에게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흉터 남을까요?”     

X-ray를 찍은 후에도 두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 우리 속을 까맣게 태운 바 있던 그 레지던트는, 그런 류의 질문엔 이골이 났다는 듯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흉터 남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아내는 이내 소리 없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그런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저 말없이 울분을 삼켜야 했던 나였지만, 마음 같아선 의사라는 계급장 따위는 떼버리고 막돼먹은 보호자가 되어 그 왕싸가지 레지던트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금이라도 흉을 덜 남기는 정교한 봉합 시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 의사를 찾아온 보호자에게 흉터 남을 거라고 단호하면서도 신경질적으로 윽박지르는 그를 향해,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레지던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봉합 시술을 책임진 의사로서 그렇게 시니컬하다 못해 보호자를 절망케 만드는 말과 태도는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설령 흉터가 안 남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흉을 덜 남기기 위한 봉합 시술을 맡은 의사라면 이렇게라도 말해야 한다.     

“가능한 한 흉이 덜 남도록 봉합에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흉터를 전혀 안 남게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흉터가 덜 남도록 사후 관리에 최선을 다해 봐야죠.”     

이런 말이라도 해주면서,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제대로 된 의사의 도리가 아닐까?     

소중한 딸자식의 얼굴에 난 상처로 인해 내 가슴엔 더 깊은 상처를 입은 바 있는 유경험자로서, 완벽하게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의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자 한다. 아이가 다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면,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써보고 싶은 게 바로 부모 마음이란 걸 너무도 잘 아는 나니까….               




Q. 상처 치유 과정 : 봉합을 필요로 하는 상처에서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처 치유 과정을 이해하고, 각 단계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 염증기 : 상처가 나면 손상된 주위 혈관에 있는 세포들(혈소판, 백혈구, 대식세포 등)이 활성화되어 지혈 및 면역(세균, 이물질, 죽은 조직 등 제거) 작용을 하고, 이들 세포에서 분비된 물질들이 상처 주위 피부 세포를 자극한다.

- 상피화 : 상처면의 피부 세포(상피세포)가 세포분열을 통해 분화하고 이동하면서, 상처 전체에 상피세포가 가득 채워지는 단계이다.

- 증식 : 피부가 원래의 장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콜라겐 합성을 통해 상처 부위를 증식시키는 단계이다.

- 성숙 : 상피화와 증식 과정을 거쳐 비후화된 반흔 조직이 재배열하여 원래의 상태와 비슷하게 되돌아가는 단계이다.     

위의 과정은 하나하나 따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구분 없이 중첩되어 일련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Q. 봉합을 필요로 하는 상처에서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는상처 치유 단계별 치료 방법     

1) 생리식염수 세척 : 상처가 난 직후에 상처를 생리식염수로 세척하여 이물질과 제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세균이나 이물질을 제거하지 못하면, 상처 감염으로 인해 치유 기간을 지연시켜 흉터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 상처 봉합 : 상처 봉합은 해부학적 지식이 탄탄하고 능숙한 스킬을 가진 성형외과 선생님이 정밀하게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의 해부학적 층에 따른 정밀한 봉합이 이루어지 않으면,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흉터를 형성하게 된다.     

3) 습윤 드레싱 : 상처의 상피화가 빠르게 일어나도록 무균 습윤 드레싱(듀오덤®)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조 드레싱을 하게 되면 가피(딱지)가 형성되어 치유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과도한 히스타민의 분비로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그때 상처를 긁어 가피가 탈락되면, 상처 재손상에 의해 흉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습윤 드레싱은 삼출물(진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시행한다.     

4) 봉합사 제거 : 상처의 해부학적 복원을 위해 봉합사를 사용하는데, 이 봉합사는 주변의 정상적 조직에도 장력을 주기 때문에 제 때 제거하지 않으면 이 또한 흉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실밥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처음 봉합 시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며칠 후에 실밥을 제거해야 하는지 잘 들어 두었다가, 제 날짜에 꼭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5) 테이핑 : 봉합 후의 상처 조직은 원래 가지고 있던 장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지만 정상 조직보다는 약하기 때문에, 그냥 놓아두면 정상적인 조직이 이끄는 장력에 의해 상처가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상처 조직의 장력을 유지시켜줄 테이핑(스테리스트립®)이 필요하다. 테이핑 기간은 상처의 붉은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지속할 필요가 있는데, 대개 3개월 정도다. 하지만 입 주변이나 관절처럼 잦은 움직임이 있는 부위의 피부에는 좀 더 길게 테이핑을 하기도 한다.     

6) 자외선 차단 : 상처가 치유되는 기간 동안 상처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멜라닌 색소가 과다 분비되어 표피세포에  저장되면서 상처가 검게 변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치유 과정에 있는 상처 부위에는 6개월 이상 자외선 차단제를 빠짐 없이 발라야 한다.     

7) 흉터 연고 또는 실리콘겔 시트 : 상처 치유 과정 중 증식기에 이르러 과도한 증식이 일어나게 되면, 일시적으로 붉게 솟은 반흔조직이 생긴다. 이 시기에 흉터 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흉터 연고(레주바실®, 더마틱스 울트라®, 켈로코트®, 콘트라튜벡스® 등)나 실리콘겔 시트(시카케어®, 에피덤®, 메피폼® 등)를 사용한다. 대개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문 후부터 사용하며, 6개월 이상 사용하도록 한다.     

8) 레이저 치료 : 앞의 치료 과정을 잘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흉터가 남은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아직 치유 과정에 있는 흉터를 너무 성급히 제거하려고 상처에 재손상을 주기보다는, 최종적으로 안정화된 상태에서 흉터를 치료하려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레이저 치료를 힘들어할 수 있는 데다 성장과 함께 피부가 늘어나면서 흉터가 희미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이가 힘든 치료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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