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이의 첫 극장 나들이
아프리카의 열기와 동남아의 습기가 콜라보한 것만 같았던 지난 주말, 우리 부부는 네 살배기 딸아이를 데리고 극장 나들이를 감행했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말이다.
처음엔 그냥, 개봉하기 한참 전부터 별러왔던 「라이온 킹」만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토요일 저녁에 첫 극장 나들이를 해본 채연이가 ‘여기 또 오자!’라고 해서, 바로 다음 날 오후에 「알라딘」까지 이틀 연달아서 보게 된 것이었다.
사실, 아직 네 돌도 안 된 아이가 두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집중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잘 안다.
더구나 두 작품 모두 어린 채연이에겐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장면들이 꽤 많아서, 절반 이상은 엄마·아빠의 품에 번갈아 안겨 있어야 했다.
하지만 채연이는 무섭다며 엄마나 아빠에게 안긴 상태에서도 힐끔힐끔 스크린 쪽으로 돌아보면서, 끝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리 부부도 채연이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음으로써, 채연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주의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도왔다.
"채연이 무서웠어?"
"응. 조금 무서웠는데, 꾹 참았어!"
무사히 첫 영화 관람을 끝낸 채연이는 「라이온 킹」에서 하이에나들이 나오는 장면이 제일 무서웠다고 실토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는 지니가 등장할 때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특히 「알라딘」은 4DX 영화관에서 본 거라, 채연이가 혹시 의자의 움직임과 진동을 무서워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채연이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아빠는 약간 어질어질하고 무서웠는데 말이다.)
‘둘 중에 뭐가 더 재미있었어?’라는 내 물음에, 채연이는 망설임 없이 ‘라이온 킹!’이라고 대답했다.
무서워 한 장면이 더 많았던 「라이온 킹」이 더 재미있었다는 채연이의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짐작컨대, 대사를 통한 내용 이해가 필요한 「알라딘」보다는 더 직관적인 감상이 가능한 「라이온 킹」 쪽이 채연이에겐 좀 더 흥미롭게 다가온 모양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동물 친구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도 선호도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래도 「알라딘」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아주 신나고 재미있었다고 말한 채연이였다.
이 두 영화의 원작 애니메이션 중 「알라딘」은 1993년에, 「라이온 킹」은 1994년에 개봉한 바 있다.
내 10대의 끝자락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을, 그로부터 4반세기가 흐른 뒤에 내 아이와 함께 극장에 가서 '실사 영화'로 감상하는 일은 정말 드물고도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내 또래의 세대에게, 실사로 다시 돌아온 「알라딘」과 「라이온 킹」은 마치 선물과도 같은 영화다. 업데이트 된 재미와 감동은 덤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영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닥치고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려고 한다.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디즈니!
일요일 오후에 「알라딘」을 보고 나와 저녁을 먹는 도중, 나는 채연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채연아! 우리, 집에 갈 때 매직 카펫 타고 갈까?"
그러자 채연이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되고 만다.
한참 동안 뭔가 고심하는 듯 보였던 채연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이랬다.
"아빠! 우리, 그냥 차 타고 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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