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주재원 와이프로 약 1년 반 동안 살아가며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들을 간단히 적어 보려 한다.
내가 아는 미국은 미국의 극히 일부 일 뿐이다.
미국에 살면 살수록 미국은 이렇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있다.
미국은 50개의 주마다 각기 다른 법을 적용하고 있고, 주 안에 있는 카운티(county)에 따라서,
그리고 그 안에 타운(town)에 따라서 서로 예산도 다르고 교육 커리큘럼도 제각각이다.
옆 타운만 가도 초/중/고등학교의 학년 체계가 다르고
타운마다 재산 세율도 모두 다르다.
단일 민족 단일 국가로 5천 년 역사 속에 살아온 우리에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한국이 비해 98배 넓은 영토에서, 전 세계에서 날아온 다양한 민족들이 정착하고 융화되어 살아가는 국가이다 보니 규범, 문화, 교육 모든 면에서 그 다양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아는 미국은 내가 살고 있는 주/카운티/타운에 국한된 정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알면 알수록 미국은 정말 많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다이내믹함이 바로 미국을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방대한, 그러나 정돈되지 않은 정보들. 스스로 구하고 찾아야 한다.
비단 미국뿐만이겠냐마는 미국은 방대한 땅과 인구, 다양한 인종,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곳이다 보니 그 정보의 양 또한 엄청나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은 전혀 친절하지 않게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느낌이다.
내가 스스로 정보를 구하고, 묻고 찾지 않으면 아무 benefit 도 받을 수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처음 미국에 와서 아들의 학교 방과 후 수업 등록, summer 등록, 축구 클럽 등록, cub scout 등 대부분 놀이터에서 만난 부모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다른 부모에게 물어야 하고, 구글링을 하고, 담당자를 찾아서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지 않으면 타운에 무슨 행사가 있고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마트는 또 얼마나 다양한가. 트레이더조, 홀푸드, 스튜레오날즈, 웨그만스, 샵라이트, 알디, h마트 등등등... 우유 하나 계란 하나 사려고 해도 종류가 수십 가지가 즐비하다. 이 중에 어떤 걸 사야 하고, 어디 마트에 어떤 품목이 좋은지 또한 내가 스스로 구해야 하는 정보들이다.
특히 우리 가족 같은 new comer 들은 더욱 스스로 정보를 구하고 찾지 않으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나일뿐이다.
당당하게 요구하라.
아시아인으로서 우리는 때로 말하지 않고 참고 넘어가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기다리면 해주겠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일단은 요청하고 요구해야 한다. 물론 우선은 예의 바르게. 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먼저 호의/편의를 베풀어 주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먼저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그냥 그 상태로도 fine 하다고 생각한다. Speak up! 이건 아직도 나에게 조금은 어려운 부분이다.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곳
우연찮게 이곳에 와서 처음 친해진 두 가족이 모두 자녀들 중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 일본인 가정의 한 아이는 다운증후군이었고, 미국인 가정의 한 아이는 자폐가 있다. 두 가족 다 너무 스스럼없이 아이들의 장애를 공유했고 그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다. 그 아이들 모두 같이 놀이터에서 놀며 만났고 주변 그 누구도 불편한 시선을 던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따뜻하게 인사해 준다.
뿐만 아니다. 길을 걷다 우영우 같은 성인 백인 남자도 마주친 적이 있다. 헤드폰을 끼고 있는 모습, 걸음걸이, 표정 등이 딱 티브이에서 보던 우영우였다. 어느 순간 든 생각은 왜 난 한국에서, 그것도 인구밀집도가 엄청 높은 서울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놀이터에서 또는 마트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을까 이다. 분명 내가 살던 곳과 꽤 가까운 동네에서 장애인 학교가 세워진다고 하여 반대는 시위에 관한 뉴스를 본 적도 있었는 데 난 왜 일상생활에서 한 번도 그들을 직접 마주친 적이 없었을까. (출근길 종종 있던 지하철 장애인 시위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장애인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와 복지는 정말 너무 부럽고 칭찬받을 만하다. 조금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과 학교에서 또는 놀이터에서 섞여서 함께 자란 아이들은 커서도 그들을 이방인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에게 불편한 시선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나의 아이가 세상엔 다양한 인종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다양한 친구들이 있고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란 걸 자연스럽게 배우길 바란다. 누구도 그 차이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이곳에서 몸소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제일 부러운 건 자연이다.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은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부모들도 만나면 자녀에 대한 걱정,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맞벌이 부부는 학교의 잦은 행사를 비판하기도 한다. 지구 어디에 살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미국에서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미국의 넓은 땅과 풍부한 자연, 맑은 공기, 푸른 하늘이다. 이런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이곳의 사람들이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