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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코 Nov 04. 2024

주재원 와이프로 살아남기 1탄_영어 공부

바쁜 직장인이자 워킹맘으로 살아오다, 

미국에서 갑자기 가정 주부가 되어 버린, 주재원 와이프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기록해 보려 한다. 


하루를 쪼개고 쪼개서 사는 삶을 살아오다가 미국에 오면서 갑자기 내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아이의 학교 및 운동 스케줄에 맞춘 픽드롭(pick up/ drop off)이 생각보다 바쁘고, 

최소 2~3군데의 마트는 들러야 장을 볼 수 있는 미국의 라이프 스타일이 그다지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그래도 워킹맘으로 살던 시절 보다 자유 시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초반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넌 하루종일 모 하고 사니 란 말을 많이 들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많이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먼저 쉽게 떠오를 수 있는 것이 당연히 영어 공부다. 

일단 영어를 써야 하는 환경에 놓였으니, 약 20여 년간 직장생활과 육아를 핑계로 멀리 했던 영어 공부를 다시 해야겠단 맘을 먹게 된다. 

회사를 그만 두면 영어 교육 쪽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단 마음도 항상 가슴 한편에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공부를 해보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오면 영어가 저절로 늘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절대 그렇지 않다. 영어를 사용하는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하루 종일 영어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수두룩 하다. 특히 한인이 많은 대도시에 살고 있다면, 한인 마트, 한식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은행, 병원, 자동차 정비 등 모든 일상을 한국어만 쓰면서 사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영어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영어 공부를 위해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해본다. 


도서관에서 하는 무료 ESL 수업 듣기 : 미국은 공립 도서관이 타운마다 있고 자체적으로 주민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좋은 동네 일 수록 예산이 많아 더 다양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같다. 그중 non-native speaker 들을 위한 무료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이 있는데, 무료라고 절대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아서 처음 미국에 왔을 때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까지도 잘 활용하고 있다. 


영자 신문 구독 하기  : 워싱턴 포스트를 우연한 기회에 무료로 구독할 기회가 있었는데, 매일 아침 7시에 그날 주요 기사 7가지를 요약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기사에 음원도 같이 있어서 아침에 아이 아침 준비 할 때, 운전할 때 가끔 틀어 놓기도 한다. 기사까지 읽어 보면 좋지만, 시간이 없을 땐 이렇게 듣기 만이라도 해보면 리스닝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날그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무료 구독 기간이 끝난 후에도 내돈내산으로 구독하고 있다. 


원서 읽기 : 원서를 읽어 보려 노력 중이다.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는 책도 있고 의외로 쑥쑥 넘어가는 책도 있다. 신문 기사와 다르게 원서는 굳이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읽지는 않는다. 정말 궁금하거나 자꾸 반복돼서 알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찾아본다. 소설책은 때로는 신문 기사 보다도 이해가 어려울 때가 훨씬 많다. 신문 기사는 단어를 몰라서 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소설은 단어를 알아도 문장이 해석이 안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주로 배경, 심리, 상황에 대한 묘사를 많이 하다 보니 듣도 보도 못한 수식어가 난무하고 작가 고유의 문체가 있다 보니 이해가 훨씬 더 어렵다. 

사실 혼자 원서를 꾸준히 읽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는데, 하나는 위에서 말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ESL 학생들을 위한 북클럽이다. 약 3개월에 걸쳐 책 한 권을 읽게 되고, 매주 모여 토론을 하며 책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 다른 하나는 도서관 북클럽에 만난 한국 분들과 별도로 만든 모임이다. 마찬가지로 한 권의 원서를 정하고 정해진 분량을 읽으면서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있다. 

이런 모임들이 반강제적으로라도 원서를 읽을 동력을 주고 있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큰 도움이 된다. 


- 팟캐스트 듣기 : 운전할 때는 음악 보다 주로 팟캐스트를 틀어 놓는다. 요즘 자주 듣는 것은  "All Ears English"와 "Second Date Update"이다. 

All Ears English는 이미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유명하다. 좋은 표현도 많이 알려주고, 주 4~5회 새로운 에피소드가 올라오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들을 수 있다. Second DateUpdate 은 굉장히 미국스러운 프로그램이다. 남녀가 첫 데이트 후 한쪽은 두 번째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응답도 들을 수 없을 때 라디오에 사연을 신청해서 상대방과 전화 연결을 하는 방식인데 정말 별별 에피소드가 다 나온다. 말이 빠르고 진행도 정신없고 슬랭도 많이 사용되지만 내용 자체가 어렵진 않아서 재밌게 들을 수 있다. 보통 차에 아들이 있으면 전자를 듣고, 혼자 운전을 할 때 후자를 듣곤 한다 ㅋㅋ 


이 외에 당연히 미드도 보고 유튜브 영어 교육 채널도 구독하면서 틈틈이 영어를 접하려 노력 중이다. 

영어 공부는 해도 해도 참 어렵다. 가끔은 한국어에 대한 갈증이 올라와 한글 책을 마구 읽어 대기도 하고 한국 드라마를 몰아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마냥 놀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영어 공부는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유일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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