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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01. 2023

영화: 평행이론

판사 부인의 살인범을 쫓는 허무맹랑한 미스터리 영화

불가사의한 사건이 발생하면 명탐정이 등장하여 그 사건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추리하여 진범인을 잡는 것이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기본 구조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까끔 수사를 하는 탐정, 그 자신이 바로 범인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소설도 있다. 또 어떤 소설은 1인칭 소설로서, 화자(話者)가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결국에는 화자 자신이 바로 범인이라는 소설도 있다. 영화 <평행이론>은 자신의 아내를 무참하게 살해한 범인을 쫓는 판사의 이야기인데, 결국에는 판사 자신이 바로 아내 살인범이라는 결말로 끝이 난다. 이런 점에서는 한편 재미있는 영화라 생각되기는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너무나 허술하고 사건이 흘러가는 과정도 개연성이 없고 엉성하여, 추리 수사물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지경이었다. 이 영화는 2010년에 제작되었다.      


김진희는 사법부에서 승승장구하며 법원 역사상 가장 빠르게 부장판사로 승진하였을 정도로 앞날이 보장된 판사였다. 그는 아름다운 아내 윤경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윤경은 아름다운 미모뿐만 아니라 정숙하고, 사회성도 아주 좋은 누구나 선망하는 여성이었다. 모범적인 가정생활과 직장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김진희는 누구나 부러워할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윤경이 누군가에 살해되어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김진희는 처음에는 술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다가, 정신을 차린 후 아내를 죽인 범인을 스스로 잡겠다고 나선다. 

그런데 사건이 진행될수록 현재 김진희가 처한 상황이 과거 명판사로 알려졌던 한상준 부장판사가 겪었던 일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에 대해 어느 노교수와 그의 말을 믿는 김진희의 부하 사무관은 평행이론일 수 있다는 말을 꺼낸다. 평행이론이란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똑같은 사건이 다시 누구에게인가 반복된다는 이론이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평행이론이란 복잡한 여러 시공간에서 수많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서, 영화에서와 같은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이론이 아니다.). 김진희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부정하지만, 자신 주위에서 계속 일어나는 사건이 과거의 한상준이 겪었던 일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래서 그도 서서히 평행이론을 믿기 시작한다. 


김진희의 주위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김진희 주위에 일어나는 사건이 평행이론에 따른 것이라는 강한 의혹을 가진 신문기자, 그리고 자뭇 엄숙한 얼굴로 평행이론을 설명하는 노 교수, 김진희를 도와주는 김진희의 부하인 법원 사무관, 김진희의 친구로서 윤경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등등.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김진희를 말리기도 하고 부축이기도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윤경의 죽음으로 그렇게 가슴 아파하던 김진희가 바로 윤경을 죽인 살인범이었다. 윤경은 주위의 평판과는 달리 매우 난잡한 생활을 하였는데, 집에다 몰래 비밀방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김진희의 부하인 사무관과 불륜을 저질러 왔다는 것을 알고, 분노에 찬 김진희가 그녀를 죽인 것이다. 그리고는 김진희 자신이 이것이 마치 평행이론에 의한 것인 것처럼 사건을 조작하였던 것이다.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 이렇게 간략이 언급하고 마는 것은 이야기를 상세히 할만한 가치가 조금도 없는 허접하기 짝이 없는 영화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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