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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31. 2023

영화: 우동(UDON)

가업을 이어 우동 장인으로서 새 출발 하는 청년

우동은 일본에서 만든 면요리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무척 좋아한다. 그러면 우동이란 어떤 음식일까? 우리가 역시 자주 먹는 소면(素面, 잔치국수)이나 칼국수와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동”이 어떤 종류의 국수인지 정확한 정의가 없다. 대신 우동의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일본농림규격>에서 법적으로 우동이 어떤 국수인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동에는 건면(乾麪)과 생면(生麵)이 있는데, 다음의 설명은 건면에 대한 것이다.


“우동은 밀가루에 소금과 물을 섞어 잘 반죽한 밀가루 반죽을 세로로 길게 잘라 건조시킨 제법으로 기계로 제조한 것은 기계면으로 분류하는데, 지름이 1.7밀리미터 이상으로 성형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수는 밀가루 반죽을 길게 잘라 만들므로, 위의 정의는 다른 국수와 비교해도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그 굵기가 1.7밀리미터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본에서는 굵기가 1.7밀리미터 이상인 국수는 어떤 국수일지라도 우동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건면에 대한 것이고, 생면의 경우는 어떨까? 생면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격이 없다. 생면이란 대개 소규모 영업집에서 그때그때 만들어 내는데, 그 규격을 일일이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면의 경우에는 제조자가 “우동”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그냥 우동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칼국수를 “우동”이라 한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우동의 본고장 카가와 현
카가와 우동
카가와 우동집
카가와 현 사누키 시 풍경

우동은 한자로는 “饂飩”이라고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점에 가면 가께우동이 많다. 요즘은 가께우동이라는 말 대신에 가락국수란 말을 주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럼 우동 가운데 “가께우동”이란 무엇일까? 우동은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흔히 보는 방법이 데친 우동을 대접에 담고 거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먹는 방법이다. 물을 “붓는다”란 말이 일본어로 “가케”인데, 우리식으로 말하면 “말아먹는 우동” 정도의 뜻이 될 것이다. 일본어는 “자르”는 “체”이다. 그래서 체에 건져 두고 국물에 찍어 먹는 우동은 “자르 우동”이라고 하며, 남비에 넣어 끓이면서 먹는 우동은 “나베 우동”이다. 이 외에도 그릇에 따라 접시에 담는 “사라 우동”, 통에 담는 “오케 우동”, 큰 다레에 담는 “다라이 우동” 등 여러 종류의 우동이 있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 영화 <UDON>(うどん)은 2006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는데, 우동의 본고장이라 할 카가와현(香川県)을 무대로 하고 있다. 카가와 현의 특산 우동은 사누키(讃岐) 우동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카가와 현은 일본 시고쿠(四國)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그 중심 도시가 사누키 시이다.

카가와 현 출신의 마츠이 코스케는 “세계를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제면소를 경영하는 집을 뛰쳐나와 뉴욕으로 떠났다. 그러나 코미디언으로 출세는커녕 빚만 잔뜩 지고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주위의 친구들은 그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지만, 아버지 타쿠도미(拓富)는 그를 냉정하게 뿌리친다. 코스케가 어머니의 산소에 가던 중 길을 잃고 헤매는 여성을 만나는데, 그녀는 <타운>이란 잡지사의 편집자인 미야카와 교코(宮川恭子)였다. 이를 계기로 코스케는 <타운> 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


타운 사에서는 <사누키 우동> 홍보를 내고 있다. 코스케는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사누키 우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이 프로젝트가 일반으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얻어, 잡지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잡지 판매부수가 획기적으로 늘자 코스케도 잡지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회사도 더욱 확장한다. 이와 비례하여 전국적으로 사누키 우동을 맛보려 카가와 현을 찾은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우동 붐도 잠깐, 경쟁적으로 우동 잡지가 나오고 우동관광 열기도 식으면서 잡지 사업도 시들해진다. 우동 면 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코스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우동 면 제조 장인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옛날 좋아하던 우동의 기억이 새삼 떠올라 재미있게 감상했다. 참고로 카가와 현은 인구 100만의 일본에서 밑에서 두 번 째로 작은 현이지만, 우동 집 수는 전국 최고, 우동 소비량도 일본 전국 최고로, 실로 우동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누키 우동집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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