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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12. 2023

영화: 붉은 천사(赤い天使)

종군 간호사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의 참상

일본은 20세기 들어서만도 노일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3차례의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보통 전쟁영화라면 대개 자국의 승리를 주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이 일으킨 이 전쟁들은 모두 침략 전쟁으로서 세계인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불의의 전쟁이기 때문에 이들 영화를 소재로 한 일본 전쟁영화들은 자국의 승리를 찬양하는 영화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일본의 전쟁영화들은 대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영화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특징은 독일 전쟁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양화 <붉은 천사>(赤い天使)도 간호사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의 참상과 그 극한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1939년 중일전쟁이 한창인 무렵, 니시 사쿠라(西さくら)는 종군 간호사로서 중국 천진의 육군병원에 부임한다. 강당처럼 넓은 병동은 수많은 환자들의 병상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대소변도 혼자서 처리할 수 없는 환자들 사이에서 사쿠라는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병실 야간 순회를 돌던 사쿠라는 여러 명의 환자들에게 윤간당한다.   

그런 사건이 있은지 2개월 후 사쿠라는 최전선인 심현 분원으로 전속되어, 그곳에서 군의관 오카베(岡部) 아래서 매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투가 벌어질 때바다 부상병은 몇 대나 되는 트럭에 가득 실려 온다. 대수술이 매일처럼 행해져, 수술대의 옆 상자에는 절단된 팔다리가 산처럼 쌓였다. 의료진의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오카베 군의관은 언제부터인가 모르핀을 상용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근무교대로 천진에 돌아온 사쿠라는 오카베 덕분에 살아났다는 오리하라(折原) 일등병과 만난다. 오리하라 일등병은 목숨은 건졌지만 양팔을 잃었다. 오리하라는 사쿠라에게 성관계를 가지고 싶다고 애원하고, 사쿠라는 그런 오리하라를 위하여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지만 다음날 오리하라는 병원 옥상에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병원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다. 

다시 심현 분원으로 돌아온 사쿠라는 오카베가 모르핀으로 인해 성 불능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치료해 주려고 함께 밤을 보낸다. 사쿠라는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오카베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오카베는 응급 간호반을 편성하여 전선에 가게 되어, 사쿠라도 함께 따라나선다. 그러나 전선을 향해 달리던 트럭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어느 외딴 마을에서 적의 포위망에 갇힌다. 거기다가 극도로 위생상태가 나쁜 마을에서는 콜레라가 발생하고 있었다. 통신장비는 고장이 났다. 


모든 희망을 포기한 오카베와 사쿠라는 어느 날 밤 둘이서 방을 걸어 잠그고 칩거하였다. 오카베는 얼마 안 가 금단현상을 일으켜 날뛰었지만, 사쿠라는 필사적으로 밤을 새워가며 그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오카베가 본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은 격렬히 포옹하지만, 바로 그때 중국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그리고 압도적인 병력의 중국군 앞에서 일본군은 전멸하고 만다. 지원군이 도착했을 때 사쿠라는 오카베의 사체를 안고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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