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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21. 2021

미국 동부 여행(5)

(2017-06-22) 뉴욕으로: 센트럴파크와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오늘은 뉴욕으로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뉴욕을 향해 출발하였다. 2시간 남짓 달리니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뉴욕에 거의 다 온 것 같다. 호텔을 예약해두긴 했지만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저 호텔 이름을 구글 지도에 찍고, 내비에 의존해서 달릴 뿐이다.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톨게이트에 도착하였다. 맨해튼으로 들어가려면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는 모양이다. 톨게이트 창구가 몇십 개는 되어 보이는데 차들이 줄지어 정체되어 있다. 근 30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톨게이트를 통과하였다. 톨게이트에서 호텔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은 모양이다. 좁은 길을 20-30분 정도 이리저리 운전하다 보니 호텔 근처이다. 호텔 근처는 넓은 길이 아니다. 내비는 꼭 우리나라 골목길 같은 곳으로 차를 인도한다. 마치 서울 동대문 근처 창신동이나 서대문 근처의 옛날 길 같은 느낌이다. 


호텔 근처에 오긴 왔는데, 내비가 그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다. 같은 길을 서 너 번은 돌았다. 마치 우리나라 전통시장 같은 느낌이 드는 골목길이다. 거의 1시간 반 정도를 호텔 근처에서 맴돌다가 어쩔 수 없어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근처에 있는 가게에 가서 호텔 위치를 물어보았다. 이럴 수가... 차를 세워둔 곳에서 30미터 정도 옆에 호텔이 있다. 꽤 큰 호텔인데 간판을 눈에 뜨이게 붙여 놓지 않아 바로 옆에다 두고도 못 찾은 거다.  


체크인을 하고 룸에서 여장을 푼 후, 뉴욕 구경을 하러 나왔다. 뉴욕은 처음이다. 호텔은 맨해튼의 거의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날씨가 무척 덥다. 호텔 근처에 여기저기 지하철 역이 보인다. 우리나라 지하철의 경우 멀리서 보더라도 지하철 역이라는 것이 금방 표시가 나는데, 여기는 지하철 내려가는 계단이 꼭 무슨 건물의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처럼 보인다. 작고, 좀 지저분한 느낌이 나며,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다. 


제대로 구경을 하려면 걷는 것이 최고다. 걷다가 피곤하면 차를 타기로 하고, 큰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이 길이 뉴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길 가운데 가장 넓은 길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무척 좁다. 인도 곳곳에는 도로 보수공사나 건물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걷기가 상당히 불편하고, 게다가 공사장 소음, 자동차 소음 등으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날씨가 더워 걷기가 힘들지만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걷고 또 걸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도로와 같은 사회기반시설(SOC)이 아무래도 현대에 새로이 건설된 도시만큼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신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거의 2-3시간쯤 걸었을까? <타임ㆍ스퀘어>가 나온다. 사진에서나 영화 등에서는 수없이 많이 봤지만 실제로 오니 감개가 무량하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만큼 좋아 보이진 않는다. 광장에는 나무 그늘은 없고, 매점에서 설치한 파라솔과 테이블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그래도 <타임 스퀘어>에 왔으니 맥주 한 병으로 목을 축이며 아픈 다리를 쉬었다. 사진에서 보던 삼각형 모양의 건물도 막상 실제로 보니 별 것 아니다. 


다시 걸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나온다. 요즘이야 세계 곳곳에 높은 빌딩이 많아 사람들은 고층빌딩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어딘가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이 되었다. 그 당시 제일 높은 빌딩이 바로 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고, 이것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이 빌딩의 높이가 몇 층인가 하는 것은 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제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매우 좁은 길 옆에 세워져 있다. 빌딩 앞 도로는 골목길이라 해도 좋을 만큼 좁은 길이다. 1인당 30달러가 넘는 입장료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있으랴 싶어 입장권을 구입하였다. 맨 위층 전망대로 올라가니 맨해튼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점이 있어, 열쇠고리 2개를 샀다. 


다시 북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트럼프 빌딩>이 보인다. 이 외에도 걷다 보면 여러 이름난 건물이 보이고, 마침내 <센트럴 파크>에 도착하였다. 말만 듣던 센트럴 파크는 일단 그 규모가 엄청 컸다. 이런 대도시 안에 그것도 뉴욕과 같이 비싼 땅값에 이렇게 넓은 공원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센트럴 파크>가 가장 잘 묘사된 영화는 <나 홀로 집에>라 할 것이다. 말썽꾸러기 꼬마 케빈이 악당들을 피해 이곳저곳 도망 다니던 센트럴 파크 풍경이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센트럴 파크> 이곳저곳에는 집채 만 한 바위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이런 평평한 평야지대에 뜬금없이 놓여 있는 바위들은 옛날 빙하시대에 빙하에 밀려 떠내려온 바위들이다. 말로만 듣던 빙하시대의 흔적을 여기서 보게 된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저녁을 먹어야겠다. 미국에 와서 중국요리를 제외하고는 계속 패스트푸드 류만 먹었는데, 한식이 먹고 싶다. 구글 지도를 검색하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근처에 한식당이 제법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센트럴 파크> 동 쪽 입구로 나왔다. 버스도 없고 택시도 잡기 힘든다. 주위에 지하철도 보이지 않는다. 거의 3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택시를 잡았다. 정체가 무척 심하다. 10분도 안 되는 거리인 것 같은데, 한 시간 이상 걸렸다. 


한국 음식점이 여러 곳 보이는데, <신라정>이라는 고깃집에 들어갔다. 등심과 소주, 그리고 냉면을 먹었는데 맛은 그럭저럭, 가격은 서울과 대충 비슷한 것 같다. 


근래 들어 가장 많이 걸은 것 같다. 피곤한 다리를 끌고 호텔로 돌아오니 거의 10시 가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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