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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22. 2023

영화: 조제

대학생과 다리 장애인 사이의 애틋한 사랑

영화 <조제>는 다리가 불편한 소녀와 대학생 청년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로서, 2020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소설가인 다나베 세이코가 쓴 단편소설 <죠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소설은 1984년에 발표되었는데, 일본에서는 2003년에 실사 영화로 제작된 바 있고, 2020년에는 애미네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여기서 조제란 주인공인 소녀가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인데, 프랑스의 여류작가 사강의 소설로부터 가져왔다고 한다. 그리고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무엇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들려 인터넷을 꽤 찾아보았으나, 그에 대한 정보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영화 <조제>는 원작 소설보다는 2003년에 제작한 일본의 실사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인데, 일본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일본 영화의 에센스를 멋지게 가져오면서, 한국의 사계가 화면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이영석은 길 옆에서 휠체어를 탄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휠체어가 부서져 버렸기 때문에 영석은 가까운 가게에서 리어카를 빌려 그녀를 집에까지 보내준다. 스스로의 이름을 조제라고 하는 이 여자는 다리가 불편한 데다 할머니와 둘이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조제는 도와준 보답으로 영석에게 밥을 지어 대접한다. 영석은 유부녀인 대학의 여교수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어느 날 영석은 조제의 할머니가 상자를 줍고 다니는 것을 보고 도와준다. 조제와 할머니는 쓰레기를 주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영석은 다시 그 보답으로 조제로부터 손수 지은 밥을 얻어먹는다. 조제는 거의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틀어 박혀 생활하면서, 할머니가 주어온 헌책을 읽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조제는 부모가 1986년 베를린에서 만나 다음 해에 자신이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고 영석에게 이야기해 준다. 


영석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커피숍에 대학 후배인 수경이 찾아온다. 자원봉사자로서 고령자와 장애인을 돌봐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수경은 조제와 할머니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다. 


영석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커피숍에서 얻은 스팸을 가지고 조제의 집을 찾아온다. 조제는 영석에게 휠체어를 고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언제부터인가 영석은 조제에게 반해 있었다. 영석은 조제에게 연락처를 가르쳐준다. 얼마 후 조제는 영석에게 연락해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책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실은 조제가 영석을 처음 만난 날은 그녀가 이 책을 사러 가다가 넘어진 것이었다. 조제라는 이름도 프랑소아 사강의 소설로부터 가져온 것이었다. 

어느 날 영석은 조제의 부탁을 받아 자동차 수리공장에서 일하는 조제의 어릴 적 친구 철호를 만난다. 실은 조제는 고아원에서 자랐으며, 철호는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조제는 두 살 때 동인천의 파출소 앞에서 버려져 고아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다투기 일쑤였다. 10살 때 조제는 원장의 밥에 살충제를 넣은 후 고아원에서 도망쳐 나왔다. 도망쳐 나온 조제는 혈연관계가 없는 할머니가 거두어 키워준 것이었다. 조제는 원장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죽 집안에만 처박혀 살아왔던 것이었다. 


영석은 교수의 추천을 받아 전망이 괜찮은 마케팅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어느 날 영석은 수경의 숙모를 통하여 자원봉사자 단체를 조제에게 소개해준다. 조제의 집을 둘러본 볼런티어 단체는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해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할머니는 거절한다. 영석은 조제가 장애인 등록은 물론 주민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마음먹지만, 지금까지 쭉 책 속의 세계에서 살아온 조제는 별로 특별한 불만은 없이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제는 스코틀랜드에 가고 싶다고 말을 한다.  

수경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왔다는 것을 안 조제는 수경과 영석의 관계를 의심하며, 수경도 또 영석과 조제의 관계를 의심한다. 수경에게 질투심을 느낀 조제는 영석에게 두 번 다시 오지 말라며 소리친다. 그 후 영석은 조제의 집을 찾아가지 않는다. 계절은 흘러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영석은 인턴 신분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수경과 만난 영석은 취직이 결정되면 서울로 이사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수경은 영석의 마음이 자신을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영석에게 미련을 갖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런데 그 후 영석은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로부터 채용 불가 통보를 받는다. 

영석은 조제의 할머니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오랜만에 조제를 찾아간다. 조제은 완전히 틀어박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석을 보자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치지만 그 말을 듣고 돌아가려는 영석을 붙잡고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애원한다. 영석은 조제의 마음을 받아들여 둘은 그대로 하나가 된다. 그때부터 영석은 조제의 집에서 함께 살림을 시작하였다. 어느새 마당에는 눈이 쌓이고 있고, 조제는 영석에게 “호랑이가 있어. 그렇지만 당신이 있기에 이젠 무섭지 않아”라고 말한다. 


영석과 조제는 이불을 둘러쓴 채 거리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난 장소를 보고 있을 때 석유난로의 기름이 떨어져 영석은 기름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그때 조제는 영석이 자신을 리어카에 싣고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로부터 5년 후 영석은 조제를 데리고 그녀가 가고 싶어 하던 스코틀랜드를 방문한다. 조제는 영석에게 “때로는 당신과 먼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당신과 나만이 집에 갇혀 있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영석은 조제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식장에 가는 도중 붉은 신호에서 영석은 조제가 혼자서 살아가는 또 다른 하나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영석과 조제는 수족관에 간다. 조제는 영석에게 나는 당신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그를 자신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지만, 영석은 조제와 함께 살아가겠다는 마음은 변함없다. 그리고 그날도 영석은 조제를 휠체어에 태우고 가로수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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